박재광 미 위스콘신대 건설환경공학 교수
주기적인 홍수와 가뭄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을 겪어 온 우리에게 수자원 관리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 ‘물부족 국가’란 판정이 국내외에서 여러 번 나왔지만, 상수관 누수관리, 빗물 모으기, 물 아껴쓰기를 하면 된다는 안일한 주장에 밀려 ‘수자원 장기 종합계획’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수 없었다. ‘4대강(江) 살리기’ 사업은 과거에 해 오던 홍수·가뭄 방지, 환경생태 및 수질관리 사업들을 종합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보(洑) 건설을 통해 위락시설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가한 것뿐이다.
그럼에도 4대강 사업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반대하고 과거 주요 국책사업을 반대했던 세력들이 가담하면서 본질이 흐려지고 국론만 갈라졌다. 4대강 사업 중간부터 홍수 피해 감소 효과가 분명했지만, 온갖 근거 없는 반론에 4대강 사업의 무용론이 활개를 쳤다. 그래서 4대강 사업 효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결국, 1901년 이후 최악의 가뭄에 정치권이 손을 들면서 최근 4대강 사업이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제는 4대강에서 시작한 수자원 관리를 백년대계를 위해 지천(支川)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4대강은 사용한 물이 다시 모이는 곳이라 가뭄에도 항상 물이 흐른다. 이 물을 잘 활용해야 하지만, 원거리에 공급하는 것은 경제적이지 않다. 지천 개발사업이 필수적이다. 이를 4대강 사업과 연관시켜 정치적으로 반대한다면 근본적 해결은 요원하다. 지금까지 마녀사냥 하듯 4대강 사업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그러잖으면 아무리 좋은 수자원 장기 종합계획도 국민적 화합 속에 수행할 수 없다. 토목사업이거나 대운하의 일환인 4대강은 반대하지만, 물관리를 제대로 하자는 4대강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논리로는 장기적인 수자원 관리에 필수인 댐 건설은 할 수 없다. 더 큰 대가뭄이 예측된다. 이제 범국민적인 장기 수자원 계획을 시작해야 한다.
유럽과 미국은 하천에 보와 갑문(閘門)을 설치해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면서 운하로 지혜롭게 사용하고 있다. 하천을 이용해 일자리를 만들고 물류 비용을 절감하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있는데, 한국은 토목사업이라고 반대한다. 독일 뮌헨시는 홍수와 가뭄을 대비하기 위해 댐을 높이고 수년 전까지 수력발전소를 건설해 거의 100% 전기를 수력으로 충당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도 2013년 4대강 사업과 유사한 보와 소수력발전소를 건설하고 2020년까지 60%의 전기를 수력으로 충당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하천에 콘크리트 구조물은 안 된다는 낭만적인 환경보전론에 빠지지 말고 생존을 위해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다.
지금까지 국책사업들은 환경 파괴를 이유로 반대를 겪었다. 그러나 반대자들이 주장한 환경 파괴는 없었다. 오히려 더 건강한 생태 환경이 조성된 곳이 생겼다. 한국의 사회 갈등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중 터키 다음으로 심각해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 245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장대한 수자원 장기 종합계획이 있으나 사회 갈등이 두려워 미뤄왔다. 이제 수자원 관리는 ‘정치권이 얼마나 협조를 하고 누가 총대를 메고 앞장서느냐’에 달렸다. 국가의 책무인 수자원 관리까지 정쟁과 환경 논리에 빠져 그르쳐서는 안 된다. 자신의 우(愚)를 인정하기 싫어 땜질 처방만 하다간 더 큰 재앙이 닥쳐올 것이다. 그때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1116010731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