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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만난 선장, 바람을 읽어야 한다김대기 | 2020.03.16 | N0.439
진짜 위기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 시작
인구 절벽에 엄청난 가계 빚… 금리·재정 정책, 역효과 낼 수도
반기업 정책 폐기로 기업 뛰게 해주는 게 최선


코로나 사태로 사회가 공황에 빠졌다. 내 생애 이런 적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경제는 대기업에서 자영업자에 이르기까지 성한 곳이 없다. "거지 같다"던 골목 경기는 진짜 거지가 되어가고 있다. 경제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무방비로 맞이했기 때문에 고통이 더욱 크다. 여기에 정부의 판단 착오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그나마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과 국민의 온정이 사회를 지키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번 위기는 국가의 존재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이 마지막 기댈 곳은 국가밖에 없다. 정부가 유능한지 무능한지에 따라 국민의 삶은 천차만별이 된다. 가장 유능한 정부는 위기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하는 정부지만 사실 이런 정부는 찾기 어렵다. 위기는 대부분 예상치 않은 곳에서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정자들은 평상시에 '어떤 위기에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호시절에 위기를 생각하라'는 옛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이 점에서 현 정부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2017년 그 좋던 시절 미래 대비는 안 하고, 공정성, 도덕성만 외치다가 경제 체질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가늠이 쉽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번 사태 역시 언젠가는 종식될 것이며, 그 이후 세상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어떤 형태로든 바뀐다는 것이다. 어떻게 바뀔까? 가장 쉽게 예상되는 것은 자유무역의 급속한 퇴조이다. 이미 트럼프가 불을 붙였지만 이번 사태로 더욱 가속될 것이다. 세계 각국이 수입보다 자국 내 생산을 선호하면서 글로벌 생태계는 뿌리째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경기 부양을 위해 세계 각국이 엄청난 자금을 쏟아내면서 부채 거품이 극에 달할 것이다. 지금도 빚투성이인데 여기에 또 부채 바람이 불면 세계경제는 인플레로 금리가 오르면서 파탄 나든지, 아니면 디플레로 불황이 지속되든지 외에는 달리 방안이 없다.

가장 우려되는 나라는 중국이다. 기업 부채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 4조6000억달러에서 지난해 21조달러로 늘면서 절대 금액이 미국(16조달러)보다 많아졌다. 이렇게 급증한 부채를 소화하려면 경제가 최소한 6~7% 이상 성장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흥국 역시 지난 10년간 부채가 2배 이상으로 뛰었다. 디플레성 불황이 지속되면 원유,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경제 위기는 필연적이다. 선진국도 재정 적자를 통한 경기 부양이 불가피해짐으로써 재정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지금도 문제지만 끝나고 나면 진짜 위기가 시작될지 모른다. 대응 수단이 모두 소진되기 때문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앞날은 온통 가시밭길이다. 그렇다고 지금 내수 위주 경제로 갈 수도 없다. 이미 인구 절벽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 가계 빚을 감안하면 불가능하다. 세계 추세에 따라 금리를 인하해 본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투자 마인드가 바닥인 상황에서 오히려 투기만 부추길 수 있다. 재정에서 돈을 뿌리는 것은 당장은 효과가 있겠지만 자칫 더 무서운 국가 부도로 갈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최선의 대안은 반기업 정책을 폐지해서 기업인들을 다시 뛰게 해주는 것이다. 경제는 기업인이 만들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규제 완화는 더 시급하다. 석학들은 신산업을 세계경제의 유일한 돌파구로 보고 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마저 "앞으로 인공지능(AI)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할 정도로 관심이 크다. 우리도 빨리 올라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간다. 기업들은 다 죽게 생겼는데 건설과 산업 현장에서는 민노총, 한노총이 경쟁하듯 기승을 부리고 있고, 총선에서는 친노동 공약만 무성하다. 국회에서는 '인터넷은행법'이 부결되고 '타다금지법'이 통과되었다. 신산업에는 관심도 없다. 여권은 선거를 앞두고 재정을 더 풀라고 야단이다.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자는 발상도 나왔다. 대통령이 제출한 추경 예산안이 마음에 안 든다고 경제부총리를 면박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모두 제정신이 아니  다. 가계 부채가 이미 최고점인데 국가 부채마저 급증하면 어떻게 되나. 한국 투매가 일어나면서 3~5년 이내 정말 큰 위기가 올 것이다.

지금 상황이 참으로 엄중한데 위정자들 행태를 보면 위기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노련한 선장은 태풍을 만났을 때 파도를 보지 않고 바람을 읽는다고 한다. 우리 위정자들도 제발 눈앞의 정치만 보지 말고 바람 좀 읽으시라.

김대기 단국대 초빙교수·前 청와대 정책실장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5/20200315013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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