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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멈춰야 하는가?박형준 | 2019.10.01 | N0.408
조국 장관 측의 정당화가 어느새 집권세력과 지지층 전체의 정당화로 증폭돼
노골적 수사 방해와 국민 분열 조장이 침해한 것은
법치와 공화의 헌법 정신 권력이 브레이크 밟을 때다

#1 정말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고 있다. 권력 핵심 인사는 검찰 수사를 ‘위헌적 쿠데타’로 규정하고, 집권당은 많은 군중을 모아 검찰을 공격한다. 이를 저항권이라고 봐야 할까? 저항권을 최초로 이론화한 존 로크가 이 장면을 봤다면 저항권은커녕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인 법치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보다 훨씬 오래 전에 ‘정치학’을 쓴 아리스토텔레스가 봤다면 ‘대중에 아부하고 선동하는 민주주의는 1인 전제정과 다를 바 없다’는 내 말을 명심하라고 했을 것이다. 전체주의의 혹독한 비판가인 한나 아렌트가 봤다면 민주주의가 ‘다수의 독재’, 즉 전체주의로 변질되는 순간이라고 규정했을 것이다.

 #2 서울 서초동 앞에 모인 사람들이 외친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 이 두 구호는 어떻게 한몸이 되었을까? 그 논리적 구성은 이렇다. 조국은 검찰 개혁의 상징이다. 검찰은 개혁을 막기 위해 조국을 무너뜨리려 한다. 보수정당과 언론이 이를 사주한다. 따라서 조국 수호는 정의와 불의의 대결이다. 이 정권을 따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참 그럴 듯한 프레임이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틀렸고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조국과 검찰 개혁을 동일시하는 이런 논리는 논리학 교과서에서 논점 이탈의 오류, 흑백논리의 오류라고 알려준다. 더불어 “너 우리 생각 찬성하지? 찬성 안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라는 주장을 우물에 독을 치는 오류, 즉 원천봉쇄의 오류라고도 한다. 논리의 오류는 사실에 의해 분쇄된다. 이미 ‘진보의 양심’으로 자처했던 사람이 양심에 부합하지 않는 위선과 거짓을 드러냈고, 불법을 단죄할 검찰은 호랑이 등에 탄 형국이기 때문이다. 

 #3 “고등학교 인턴증명서 별 것 아닙니다.” 대정부 질문에서 툭 튀어나온 조국 장관의 이 답변을 듣고 필자는 귀를 의심했다. 자신이 봉직하는 대학에서 자녀들을 인턴 시키는 일은 보통 대학교수들은 낯뜨거워 못한다. 그것도 집에서 인턴하고 연구실에서 봉사했다니. 그런데 별 것 아니라니. 이런 식이기 때문에 이분들에게는 딸이 스펙 품앗이를 통해 SCI급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된 것도 별 것 아니다. 전형적인 경제범죄형 펀드에 연루된 것도 별 것 아니다. 웅동학원 하청업체들 공사대금 다 청산하느라 동생만 피해자인 것으로 말했다가 그 거짓말을 보면서 살이 떨려 부도 어음을 공개한 하청업체 사장의 피눈물도 별 것 아니다. 

인지심리학자 엘리엇 애런슨에 따르면 특권을 누리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특권을 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지위에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이라 여긴다. 그것이 드러날 때도 이들은 ‘나는 주어진 제도와 여건을 최선을 다해 이용했을 뿐’이라고 자기 정당화에 나선다. 조국 장관 측이 딱 그렇게 주장했다. 이 자기 정당화는 어느새 집권세력과 지지층 전체의 정당화로 증폭됐다. 그리고 이것은 별 것 아닌 것을 트집 잡아 불의의 세력이 공격한다는 시나리오로 완성된다. 검찰과 언론, 야당이 모두 공적이다. 호루라기가 울리고 봉화가 올려진다. 여기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스스로 감격한다. 봐라, 이게 국민의 함성이다. 그러나 착각은 자유다. 이들이 버린 것은 양심이다. 그들의 벗인 금태섭과 진중권, 김경률이 증언한다. 노골적 수사 방해와 국민 분열 조장이 침해한 것은 법치와 공화의 헌법 정신이다. 이들이 대가로 치른 것은 민주주의의 타락이다.

 #4 검찰 수사가 인권 침해란다. 비릿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들은 장장 2년에 걸쳐 네 명이 자살하고 120여명이 기소되고, 수십 년 전 일들이 다 소환되는 강제수사 과정에서 아무도 과잉 수사를 지적하지 않았다. ‘촛불 혁명’을 앞세워 통치권의 국정과제 1호를 열심히 수행하는 검찰에 ‘닥치고 박수’를 보냈다. 수많은 침소봉대와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했다. 그 가짜뉴스에 기대어 전 정권들과 보수를 조롱했다. 그 수사 덕분에 기수를 뛰어넘어 검찰 수장에 오른 사람이 현 총장이다. 그에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부탁한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가 온 국민의 귓가에 생생하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은 고쳐야 한다. 하지만 이 정권만 억울해할 이유는 없다. 문민정부 이래 검찰은 늘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해 왔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형님을 감옥에 보내야 했다. 하지만 어떤 정권도 검찰을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그것이 권력 남용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5 사실상 정치적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 누가 멈춰야 하는가. 권력인가? 검찰인가? 야당인가? 우리는 대통령으로 국가 지도자를 원한다. 붕당의 지도자를 원하지 않는다. 선동으로 타락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민주주의를 보고 싶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야 되겠는가. 운전석에 앉은 이는 권력이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전 국회사무총장)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00340&code=111714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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