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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를 없애는 진짜 방법박병원 | 2019.08.05 | N0.395
입시명문고 된 게 罪라면 더 나은 교육 시키되 좋은 성적 내지 말라는 얘기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진정으로 없애고 싶다면 일반고 수준 올리는 게 먼저


1974년 고교 평준화는 박정희 대통령의 결정적 실책이었다. 그 이후 현실적으로 국제 경쟁에 앞장서야 할 우수 인력을 양성해야 하고,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사교육과 해외 취학도 마다하지 않는 교육열을 외면하고만 있을 수 없었던 정부는 평준화의 질곡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자율성과 다양성을 인정해야 창의적 인재 육성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과학기술과 예체능 분야부터 받아들여졌고 광역자치단체별로 경쟁적으로 특목고와 카이스트, 체고, 체대 등이 만들어졌다. 국제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교육에 다양성과 경쟁을 허용하는 것은 인문사회 계열에서도 필요하다는 당연한 이유에서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 등이 도입되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의 고등학교가 이제는 필요가 없어진 것일까? '설립 취지를 벗어나 입시 명문고가 되어 버린 외국어고, 자사고, 국제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여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것이 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한다. 입시 명문고가 된 것이 죄라면 더 나은 교육을 시키되 대학 입시에서는 좋은 성적을 올리지 말았어야 한다는 말인데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대입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한 자사고들은 존속시켜야 할 텐데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어쨌든 이공계와 예체능계는 그대로 둔다고 하니 당장 문제가 된 자사고에 대해서 더 살펴보기로 하자.

학교는 학생을, 학생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를 가지는 '자립형' 사립고는 2001년 김대중 대통령 때 도입되었다. 이런 학교를 우선 30개 허용하는 대가로 교육부는 교실 6000개와 학교 103개를 더 지어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 이하로 줄여야 일반고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면서 당시로는 거액이었던 2조6000억원을 재정경제부에 요구했고, 2001년 추경의 1조5641억원을 시작으로 다 받아갔다.

이 30개의 약속이 지방 6개교로 끝나고 19개교가 신청했던 서울에는 하나도 생기지 못한 것은 당시 서울시 교육감이 단 한 개교도 교육부에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경부의 강력한 항의에도 교육부는 교육감의 권한이라 어쩔 수 없다고 오불관언이었다. 이 자립고들은 상산고, 민족사관고를 비롯하여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 현대청운고, 해운대고, 나중에 서울에 생긴 하나고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든든한 재단이 교비의 30%를 부담하고 등록금도 일반고의 3배까지 받을 수 있게 해서 정부에 한 푼도 기대지 않는 대신 전국에서 학생을 자유롭게 모집하고 교과과정 편성에도 큰 폭의 자율성을 가지는 등 강한 독립성을 보장받았다.

2010년 이명박 대통령 때 서울에만 선택과 경쟁이 허용되는 좋은 학교가 없는 현실을 타개하겠다는 의도에서 서울 중심으로 '자율형' 사립고가 만들어졌는데, 50개라는 목표 때문인지 '자립'하지 못하는 학교들까지 끌어넣다 보니 '자율'에 그치게 되었고 5년마다 평가·승인을 받아야 하게 되었다. 이때 자립고도 자율고와 이름과 제도를 공유하게 되었다.

교육부가 서울의 9개교, 부산의 해운대고 등에 대해서는 교육감의 자사고 지정 취소에 동의해 주면서 전북 상산고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자립고는 자율고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자율고라도 완전한 학생 선발권을 가졌던 과거 자립고들은 사회통합 전형의 의무가 없다. 그래도 상산고는 자발적으로 3%를 뽑았는데 전북 교육청은 정원의 10%를 뽑아야 4점 만점을 주는 기준을 상산고에도 적용해 1.4점밖에 주지 않았고, 그 때문에 전북의 기준인 80점에 0.4점 미달했다는 것이 지정 취소의 이유였다. 교육부는 어차피 법원에 가면 전북 교육청이 재량권 일탈, 남용으로 패소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도 다른 모든 교육청이 70점으로 한 기준 점수를 전북만 80점으로 한 것에 대해서는 교육감 재량의 범위에 속하며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데 후일을 기약하라는 말로 들린다.

전국 단위로 학생 모집을 하는 자립고는 다 살아남고 강북의 자율고들이 주로 없어지게 된 결과를 놓고 벌써부터 자립고, 강남, 사교육으로의 쏠림 현상 재연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자사고를 없앤다고 정부가 꿈꾸는 '일반고 전성시대'가 열릴 것 같지는 않다. 먼저 일반고 전성시대를 만들면 자사고는 학생 모집이 안 되어서라도 저절로 없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4/20190804019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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