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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앞으로 20년, 위기의 한국 경제이종화 | 2019.05.03 | N0.381
지난 2년 한국 경제를 후세는 어떻게 평가할까? 아마도 급진적인 좌파 학자들이 주도하여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실험했으나 바라던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할 것이다. 혹시라도 이단의 경제 실험을 계속하다가 ‘잃어버린 20년’의 내리막길이 이 때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평가할까 걱정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점점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여 노동자의 소득을 늘리고 재정 투입으로 가계 소득을 높이면, 분배가 개선되고 내수가 늘어나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가설은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무리한 시장개입의 부작용이 많아졌다. 분배에 치중하면서 경제체질 개선을 등한시하며 성장 잠재력은 하락하고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3% 감소(전년동기대비 1.8% 증가)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앞으로 재정지출, 통화정책과 해외경기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취업자 증가폭은 2017년 31만6000명에서 작년에는 9만7000명으로 대폭 줄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영세 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줄이거나 폐업했다.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업, 제조업의 취업자는 계속 줄고 있다. 정부가 수십조원 예산을 들여 공공 부문 일자리를 만들지만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월 20일 기사에서 “자본주의의 가장 성공한 모델”인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과감한 좌파 경제정책”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실험하다가 고용은 감소하고 성장은 위축됐다고 평했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3월 27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강연회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 수요를 줄인다고 지적하고, 한국 정부가 현금을 나눠 주거나 임시 일자리를 만드는 단기 정책에 치중하면 노동자가 기술을 습득할 수 없어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경제학계에서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감소했다는 통계분석 연구들이 여럿 나왔다. 
  
최저임금을 급속하게 인상하고 사회복지지출을 확대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고용과 성장을 촉진하지 못했다. 정부가 세금을 인상하고 규제를 강화하면서 민간 설비와 건설 투자는 위축됐다. ‘큰 정부’가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과도한 시장개입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온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복지제도를 확대하면서 보편적 복지를 무리하게 추진하면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국가부채가 급격히 늘 수 있다.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다가 외부에서 큰 충격이 오면 일본이 90년대에 겪은 ‘잃어버린 20년’을 우리도 겪을 수 있다. 일본 경제는 수출 경쟁력이 감소하고 부동산과 금융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정부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 했지만 민간 부문의 침체가 계속되고 재정적자가 누적됐다. 고령화와 함께 공적연금과 의료보험 부담이 빠르게 늘었다. 정부부채의 GDP 비율이 90년의 64%에서 계속 증가하여 현재 247%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다. 
  
지금 한국 경제는 90년대 일본 경제와 비슷하다. 일본의 일인당 GDP는 92년에 31,400달러(명목가격 기준)였고 한국은 작년에 31,300달러였다. 95년에 일본의 65세 인구 비중이 지금 한국과 비슷한 14.3%였다. 15년 후인 2034년이 되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지금의 일본과 비슷한 28%에 달한다(통계청 예측치). 과거 일본이 겪은 것처럼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성장잠재력은 감소하고 고령화로 연금과 의료 보험 부담이 늘어나면 정부부채가 급속히 늘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일본은 인구 1억2500만명이 넘는 탄탄한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구매력평가 환율 기준)이 90년에 9%로 세계 2위였고 중국의 부상으로 계속 줄었지만 지금도 4%다. 반면에 한국은 내수 규모가 훨씬 작고 중국, 미국 등 수출 시장에 너무 의존한다. 일본은 국제결제 화폐인 엔화를 갖고 있어 국가부채가 많아도 외환위기를 겪지 않지만 한국은 외부 충격에 훨씬 취약하다. 2008년에 일인당 GDP가 3만달러에 도달한 이후 경제 위기와 정치 혼란을 겪으면서 2만달러 이하로 추락한 그리스가 10년 후 한국의 모습일 수도 있다. 
  
2년 전 5월 새 정부가 국민 모두의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그러나 80% 이상이던 국정수행 지지율이 이제 40% 초반으로 떨어졌다. 지지하지 않는 이유 중에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첫번째이다. 집권 3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전환이 필요하다. 경제 전문가와 국민의 비판을 겸허하게 들어야 한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과도한 세금과 규제 등 민간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재검토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촉진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효율적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456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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