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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4.0시대,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김상협 | 2019.02.01 | N0.363
`글로벌라이제이션 4.0`을 주제로 한 다보스포럼이 지난주 막을 내렸다.

올해로 49년째를 맞는 포럼의 창설자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의 대구(對句)로 내건 신년 화두인데 그렇다면 글로벌라이제이션 4.0(이하 글로벌 4.0)은 과연 무엇이 특별하길래 새로운 명명이 필요한 것인가? 몇 년 전 4차 산업혁명을 제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무엇이 글로벌 1.0, 2.0, 3.0에 해당하는지 구체적 설명은 생략하고 있는데 포럼 본부가 있는 제네바 국제개발연구원의 리처드 볼드윈 교수가 부연설명을 맡았다. 

무역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을 사사한 볼드윈은 세계화의 동력은 `차익거래(arbitrage)`, 즉 동일한 상품이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다른 데서 오는 이득에 있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글로벌 1.0 시대는 1800년대부터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로 `제품(goods)`이 본격적으로 국경을 초월해 이동한 시기다.
증기선의 발달로 화물운송혁명이 이뤄진 이 시기에는 자유방임주의와 중상주의, 그리고 제국주의가 맞물리며 강대국의 전횡이 이뤄졌는데 영국 해군이 유엔 역할을, 영국은행이 국제통화기금(IMF) 역할을 담당한 셈이었다고 그는 풀이한다. 글로벌 2.0 시대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기간에 이뤄진 조정기간으로 대공황의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조치와 더불어 공산주의의 득세도 이때 일어났고 미국 주도의 브레턴우즈 시스템과 무역체제가 전후의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를 이끌었다. 

글로벌 3.0 시대는 제품뿐 아니라 공장이 국경을 초월해 이동하며 글로벌 밸류 체인을 형성한 `초(hyper)세계화`의 시기로 한국은 여기서 비약적 성장을 이루게 된다. 글로벌 4.0 시대는 차원이 다르다고 볼드윈은 주장한다. 제품이나 공장이 아니라 서비스의 `차익거래` 세계화가 본격화되기 때문인데 그 저변에는 디지털 혁명이 자리 잡고 있다. 

서비스 가격은 지역에 따라 열 배에서 백 배까지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종래에는 국경이동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통신과 인터넷, 인공지능과 자동번역, 그리고 로봇기술의 폭발적 발전으로 이제 전 세계 어디서나 물리적 이동 없이 서비스를 수출입하는 `원격이민(telemigration)`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과 로봇을 합성한 `글로보틱스`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이런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인력을 보유한 집단이 새로운 강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결론은 그래서 매우 단순하다. `경쟁력 있는 시민(competitive citizen)`을 만들라는 것이다. 슈바프 회장이 글로벌 4.0 시대의 성공을 위해 `상상력의 제고(heightened imagination)`를 최우선순위로 손꼽으며 낡은 규제의 혁파와 창의적 교육을 주문하는 것은 그래서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혁명은커녕 변변한 규제개혁 하나 못 한 채 유명무실한 상태고 요란스레 장담했던 교육개혁은 오락가락 입시대책과 획일적 평준화 말고는 손에 잡히는 게 없다. 의료와 보건, 빅데이터와 공유경제에 이르기까지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카풀 사례에서 보듯, 민노총을 비롯한 기득권 이해집단과 여당 내부 반발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29일 24조원이 넘는 사회간접자본 확충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라는 총선용 선심대책을 내놓았다. 같은 날 대통령은 `이노베이션`을 모토로 하는 CES의 한국판 `카피`를 관람하며 관계자를 격려했다. 한국은 무역국가로 글로벌 3.0 시대의 총아가 됐지만 수출전선 곳곳이 적신호다. 경기 사이클적 측면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구시대적 한계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역주행의 한국, 이러다 글로벌 4.0 시대에 진입이라도 할 수 있을까? 

[김상협 카이스트 초빙교수·우리들의 미래 이사장]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opinion.mk.co.kr/view.php?sc=30500001&year=2019&no=6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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