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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의 'AI 대학'과 'KAIST 총장 사태'김도연 | 2018.12.20 | N0.356
"미국은 'AI 대학' 세워 전력 질주
우린 '총장 숙청' 구태에 허우적
한 세기 전 無知의 비극 잊었나"


약 1000년 전 설립된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은 젊은이들을 위한 세계 최초의 교육기관으로 손꼽힌다. 우리 역사에서도 대학의 원형은 고구려 태학(太學)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이런 초기 대학들은 동서양 모두 귀족들의 권력 세습을 위해 설치·운영됐다. 그런데 특히 우리는 19세기 말에 이르러도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즉 정치적 권력을 지향하는 유학만을 중시했기에 과학이나 기술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망국(亡國)의 서러움이었다.

이에 비해 서양에서는 대학 교육에 과학이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청년 아이작 뉴턴이 케임브리지에 입학한 것은 1661년이었다. 그리고 18세기 말 산업혁명 후에는 기업을 일궈 부(富)를 창출할 수 있으며, 특히 군사적으로 크게 유용한 기술(technology)도 대학 교육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1804년에 직접 내려 준 ‘조국, 과학, 영광을 위하여’라는 교훈을 지닌 프랑스의 에콜 폴리테크닉은 아직도 국방부 소속 대학이다.

사실 기술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능력으로, 정신적 활동인 학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신라 시대에 아름다운 불국사를 견고히 건축할 수 있었고, 15t이 넘는 에밀레종을 완벽하게 주조할 수 있었던 것은 손이 지니고 있는 기술력 덕분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19세기 중반 유럽의 대학 교육을 도입하면서,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던 기술을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학문으로서의 공학(engineering)이 탄생했다.

실제로 1893년 창립된 미국 공학교육학회는 대학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공학이 자리 잡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배출된 엔지니어들은 1차 세계대전과 더불어 항공기, 자동차, 대포와 같은 전쟁무기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엔지니어들은 과학자들이 찾아 낸 이론적 지식을 토대로 원자폭탄을 만들고 더 나아가 원자력 발전을 실현했다. 과학과 기술이 융합해 공학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이렇게 오래전이며, 이제는 많은 경우 과학과 공학 그리고 기술을 구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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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지난 20세기 인류의 삶은 과학기술에 의해 현격히 바뀌었는데, 여기에서 가장 앞서가는 대학으로는 1861년 개교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꼽을 수 있다. 그간 9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 엄청난 사실은 MIT 졸업생들이 설립한 수많은 기업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가 연간 2조달러에 이르는 것이다. 이는 대략 한국 경제 규모와 맞먹는 규모다. 미국 국민들의 풍요로운 삶은 결국 이런 대학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러면 앞으로 살아갈 21세기는 무엇에 의해 변화할까. 전통적인 과학기술이 계속 중요하겠지만 그에 덧붙여 압도적 역할이 기대되는 것은 인공지능(AI)이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격파하면서 우리가 실감하기 시작한 AI는 금융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다른 기술과 융합하면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목전에 온 무인자동차 및 로봇의 실용화는 종래의 기계공학이 AI와 융합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MIT가 내년에 단과대학 형태로 ‘AI 대학’을 추가 설립하는 것은 참으로 큰 시사점을 지닌다. 공과대학을 먼저 시작한 나라들이 20세기를 앞서간 것처럼 AI 대학을 준비하는 나라들이 21세기를 주도하지 않을까. MIT는 무려 10억달러를 투자해 AI 대학을 만들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KAIST는 얼토당토않게 총장 직무정지 사태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한 세기 전, 우리는 무지와 태만에서 비롯한 잘못된 젊은이 교육 때문에 아픔을 겪었다. 이를 잊으면 안 된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 

<한국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8121942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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