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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 꺼지면 혹독한 경제 寒波 몰아친다김대기 | 2018.11.28 | N0.354
美 금융위기·日 20년 침체는 빚내서 만든 거품이 主犯
韓 부동산 규제로 마비되고 내년 수출·내수 모두 어두워
노조·시민단체 '이념' 고집하면 감당키 힘든 추위 올 수도

 
모든 자산 버블(bubble·거품)은 지금까지 예외 없이 터졌다. 주식시장에서 많이 터졌지만 가끔 부동산에서 터질 때는 위력이 엄청났다. 버블이 빚으로 만들어졌을 때,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는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중산층 대상 주택담보대출에서 왔다. 낮은 금리로 주택 가격의 100% 넘게 빌려준다는 유혹에 너도 나도 집을 사면서 부동산 열풍이 불었다. 2006년 초 정점에 도달했던 미국 내 주택 가격은 2012년 초까지 인플레를 감안하더라도 36% 정도 떨어졌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하락 폭(26%)보다 더 컸다.

1990년대 초 일본의 경우는 더 참혹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 가치가 2배 정도 높아지자, 경기 침체를 우려한 정부는 정책 금리를 5%에서 2.5%까지 낮추었다. 저금리로 엔화를 맘껏 빌릴 수 있게 되자 국내외에서 부동산 매입 열풍이 불었다. 1990년 도쿄 집값은 5년 만에 2.4배가 되었다. 그러나 5년 후 집값은 30%쯤 떨어졌고 10년 후에는 반 토막이 났다.

우리도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가장 가까운 2006년 부동산 버블을 보자. 당시 은행들이 몸집 키우기 경쟁을 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늘인 게 화근(禍根)이었다. 때마침 불어온 지역균형 개발 바람까지 가세하면서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 수도권 집값은 2006년 한 해에만 20% 넘게 상승했고 강남, 과천 등은 30% 이상 올랐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분양가 상한제, 부동산 종합과세, 양도세 강화, 대출 억제 같은 모든 규제 수단을 동원했다. 그러나 집값은 계속 기승을 부리다가 결국 금리 인상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으면서 꺼졌다. 부동산 광풍이 불기 전 8억원 수준이었던 서울 도곡동 85㎡ 아파트는 19억원까지 치솟았지만 버블이 꺼지면서 2012년 다시 9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이 세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모두 실수요보다는 낮은 금리에 현혹돼 빚내서 집을 샀다가 망했다는 것이다. 버블이 꺼지고 나면 예외 없이 찾아오는 것이 심각한 불황이다. 미국의 버블 붕괴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번졌고,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의 시발이 되었다. 우리 역시 미국, 일본보다는 약하지만 나름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2008년 이후 주택 매매가 뚝 끊기고 미(未)분양 주택이 16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이어졌다. 건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밑바닥 경기부터 싸늘하게 식어갔다.

우리나라에선 인구 구조상 과거와 같은 집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주택 구입 연령인 30대와 40대 인구가 2008년 정점에 달했고 지금은 한 해 20여만 명씩 줄고 있는데 주택 수요가 늘어날 리 없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다시 광풍이 불었다. 저금리에 취해 급증한 가계대출이 단초를 제공했다. 2006년과 유사한 전형적인 버블 양상이다. 안타깝지만 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금리 인상보다는 강력한 규제를 통해 시장을 마비시켰기 때문에 향후 경착륙(硬着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버블이 꺼지고 난 다음이다. 이번 부동산 경착륙의 위력은 예전보다 훨씬 클 것이다. 앞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이미 가계와 자영업자, 부동산업계 중심으로 부채가 너무 많아졌고 일자리마저 줄어들 전망이어서 내수(內需)가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출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 수출이 언제까지 호황일 수 없다. 미국, 유럽 경제가 금년보다 좋아지기 어렵고 특히 중국의 위험 요인, 즉 국내총생산(GDP)의 160%가 넘는 기업 부채와 부동산 버블이 터질 경우 영향을 가름할 수 없다. 중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무역 압박으로 큰 고통을 겪을 것이며, 그 고통은 우리에게 자욱한 황사처럼 날아올 것이다.

부동산발 한파(寒波)가 예상되는 가운데 수출마저 가라앉으면, 그리고 인구 절벽까지 겹치면 경제는 어떻게 되나? 심각한 상황이 불가피할 것이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사실이다. 경제는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불행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지금 우리가 그런 국면인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인들이 생동감 있게 움직여 주어야 하는데 되레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생동감 넘치는 곳은 노동조합밖에 없다. 노동계가 자제하지 않고 시민단체들이 이념만 고집한다면, 정말 혹독한 추위가 올 것이다.

김대기 前 청와대 정책실장·단국대 초빙교수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25/20181125017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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