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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높이는 성장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이종화 | 2018.09.03 | N0.339
고용 감축, 폐업이 계속되면서
경제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 늘리고
구조 개혁으로 생산성 높여야
성장·고용·분배의 선순환 가능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과도한 조치들이 우리 경제에서 가장 약한 고리를 쳤다. 생산성이 낮은 영세 사업자들은 경기 침체와 정책 충격을 이겨내기 힘들다. 고용 증가폭이 크게 줄고 폐업이 늘었다. 하위소득계층의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한국은 제조업에 비해 전통적인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이 매우 낮다. 노동생산성(노동시간당 평균 생산량) 기준으로 제조업이 100일 때 서비스업은 45 정도다. 선진국 평균은 90이다. 같은 산업과 업종에서도 사업체 간에 생산성 격차가 매우 크다. 일부만 계속 사업이 잘 되고 태반은 겨우 연명한다. 생산성이 낮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최저임금을 2년 사이에 29% 인상하고 고용 규제를 강화하면 감당하기 힘들다. 임금이 노동생산성 이상으로 상승하면 기업은 고용을 줄인다. 영세 사업자들은 다른 비용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려 충격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 지원으로 견디는 건 임시방편이다. 노동생산성이 먼저 높아져야 사업자가 고용을 늘리고 임금도 따라 올라간다. 전체 임금과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수요도 많아져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개인이 열심히 노력해 생산성을 높이고 시장이 생산성을 명확하게 보상해 주는 환경에서 발전한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는 보통 선수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벌기 때문에 모든 선수가 최고가 되려고 노력한다. 성적이 나쁜 축구클럽은 수입이 적고 선수의 연봉이 낮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개입해 최하 연봉을 정하고 모든 클럽에 일률적으로 강제하면 축구클럽들은 실력이 최하 연봉 수준에 못 미치는 선수들을 해고할 것이다. 정부가 보조금을 주어 고용을 유지할 수 있지만 성적을 높이지 못하는 한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노동생산성은 개인의 노력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자본 축적과 기술 발전이다. 노동이 자본·기술과 결합해 생산을 하기 때문이다. 경제 전체의 자본이 적고 기술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태어난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한국이나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만큼 생산성을 높이고 소득을 얻기 힘들다. 축구의 신 메시가 바르셀로나가 아닌 아르헨티나에서 축구 선수를 한다면 생산성과 연봉이 훨씬 낮을 것이다. 캄보디아 국민의 연평균 소득은 1400달러다. 한국에서 최저임금 근로자가 받는 한 달 월급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소득 격차는 개인 역량과 노력의 차이보다 그 경제가 갖춘 자본과 기술 축적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교육과 기술 훈련을 강화하고 자본과 기술 축적을 촉진해야 한다. 교육과 보육, 사회간접자본, 연구개발에 대한 공공투자를 늘리고 혁신기업들이 미래의 신산업에 대해 과감한 모험 투자를 하도록 규제 개혁과 지원을 해야 한다. 특별히 생산성이 낮은 업종과 산업에는 인력 투자와 기술 개발을 더 지원하고 점진적인 퇴출과 진입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노동생산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1인당 소득이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 생산성 주도의 경제성장으로 고용·성장·분배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살리기 위해 사회보장 지출을 대폭 늘려 수퍼 예산을 편성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실업급여와 직업훈련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임금과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의 부작용을 정부예산으로 상쇄하는 것은 임시변통에 지나지 않는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도 꼭 필요한 부문으로 한정해야 한다. 효과가 더 큰 정책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고 재정을 확대하면 결국 국가부채가 늘어난다. 고령화로 앞으로 사회보장 지출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연금 적립금이 고갈되기 시작하면 미래 세대와 정부 부담이 더 늘어난다. 남북한 협력과 통일에 대비할 재원도 필요하다. 앞으로 세금 부담을 점차 올려야 하지만 생산성이 하락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증세도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분배 개선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이다. 분배 개선이 중요하지만 성장이 함께해야 한다. 일부는 소득이 줄어도 평등하면 부탄 국민처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행복의 기준 자체가 다르다. 과거에 비해 생활수준이 나빠지면 인간은 불행하다고 느낀다. 한국 사람 대부분은 부탄에 가서 살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정책들이 더 나은 삶을 기대하는 어려운 소득계층, 청년 실업자, 영세 사업자들에게 오히려 고통을 준다면 과감히 수정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한 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292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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