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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살아남아야 내일이 있는 것입니다최중경 | 2017.12.27 | N0.301
미국이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지 예측하긴 쉽지 않으나 예측의 근거가 될 역사적 사례는 있다. 최근의 사례는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제거한 이라크 침공이다.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이웃국가에 행세하던 후세인 정권을 압수수색했고 후세인 대통령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약자가 취해선 안 될 `전략적 모호성`을 택한 부주의와 미국의 냉혹한 실체를 모른 데서 비롯된 방심의 혹독한 대가였다.

이라크 침공은 미국이나 우방국의 시민을 해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면 직접 확인한다`는 사례를 남겼다. 

다음 사례는 일본에 투하한 원자폭탄이다. 태평양전쟁이 끝날 무렵 판세는 이미 기울어 있었다. 제공권이 100% 미군에게 있었고 지상전 장비의 열세로 일본군의 붕괴는 시간문제였다. 미군 전투기 한 대가 제로센 전투기 10대 이상을 격추시켰고, `97식 전차`를 압도하는 셔먼전차와 신무기인 화염방사기가 투입되었다. 그럼에도 전쟁을 끝내 미군의 추가 희생을 막으려고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일본 민간인들의 엄청난 희생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미국시민 생명보호 최우선`을 내세운 사례이다. 

세 번째 사례는 남북전쟁이 끝난 후 본격화된 인디언 토벌전쟁이다. 한겨울에 공격해 극한상황으로 내몰고 여자와 어린이까지 죽이는 토벌방식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았다. 종군기자가 어린이까지 죽이는 이유를 묻자 토벌군 사령관이 "서캐가 자라서 이가 된다"고 대답했다. `미래의 위험요인까지 미리 제거`한다는 사례이다.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다 해결된 쿠바 미사일사태는 막후접촉과 지도자 간 소통이 군사적 충돌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줬지만 북한이 벤치마킹하긴 어렵다. 당시 미국과 소련 간에는 힘의 균형을 이루었지만 북·미 간에는 미국의 힘이 절대우위에 있다. 

과거 사례에 나타난 미국의 전쟁 성향을 고려할 때 한반도전쟁 가능성은 북한의 핵공격역량, 특히 미국 본토 타격능력에 관한 미국의 평가에 달려 있다. 핵공격역량이 본토를 위협할 수준이고, 북한의 자진 포기 의사가 없다고 판단할 때 전쟁은 시간문제다. 시간을 끌면 핵공격역량이 강화되므로 공격이 빠를수록 피해를 최소화하며 핵 위협을 제거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 국민의 안전을 고려하겠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지 한국 국민이 다칠까봐 전쟁을 주저하진 않는다. 미국만의 셈법에 의한 요건이 갖춰지면 즉시 밀어붙일 것이다.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잦아진 것을 북한을 위협해 협상으로 유도할 목적으로만 해석하고 실제상황으로 급반전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지나친 방심이다. `우리의 동의 없는 전쟁은 불가하다`고 말할 상황도 아니고 `한반도 운전대론`을 언급할 처지에 있지도 않다. 일본이 청일전쟁을 일으킬 때 조선의 동의를 받았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남북 안보당국 모두 미국의 냉혹한 실체를 직시하고 민족 대재앙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의 결과는 대량인명 살상, 산업 기반 붕괴의 차원을 넘어 민족의 강역이 줄어들 가능성까지 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이해가 일치하는 미국과 중국이 북한지역 무장해제 방식을 두고 거래할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을 반드시 막아야 할 책무가 남북지도자 모두에게 있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이제까진 통했는지 모르나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능력을 가진 것으로 미국이 인식하는 한 재앙을 부를 뿐이다.

북한은 늦기 전에 선제적으로 미국이 평가할 만한 평화공존 방안을 제시하고, 남한은 미국을 전방위로 설득해 전쟁을 막아야 한다. 오늘 살아남아야 내일이 있는데 짙은 전운에 둘러싸인 남북 모두 오늘 살아남기보다 내일의 분발을 얘기한다. 승리에 대한 근거 없는 확신과 평화에 대한 분별 없는 맹신이 한반도를 격랑 속으로 내몰고 있다. 역사가 70년 가까이 후퇴할 위기를 맞고 있다. 조상이시여, 이 겨울에 후손을 보우하소서.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7&no=849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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