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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4차 산업혁명의 필요조건김도연 | 2017.08.16 | N0.271
"석탄과 석유 에너지 덕분에 1, 2차 산업혁명 가능했듯이
에너지 돌파구 없이 4차 산업혁명은 불가능
전력수급만큼은 먼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해야"

 
‘4차 산업혁명’은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 중 하나일 것이다. 이는 2016년 1월 민간 경제협의체인 다보스포럼에서 의제로 다룬 것인데,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 발전이 인류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니 이를 준비하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그해 3월, 우리는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에게 완승하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큰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사회에서만 유난히 많이 쓰는 용어다. 미국의 정보 포털인 ‘야후’를 이용해 4차 산업혁명을 검색하면 3700만 건의 정보가 올라온다. 그러나 같은 현상을 이야기하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6500만 건, 그리고 ‘인더스트리(Iindustry) 4.0’에 대해서는 무려 4억7000만 건의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아마도 우리 사회는 ‘혁명’이란 단어가 지닌 화끈함에 매력을 느끼는 모양이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정부의 공조직으로 발족시키는 것도 물론 대한민국이 처음이다. 

여기에서 4차 혁명이란 19세기 초의 증기기관, 20세기 초의 전기와 자동차,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컴퓨터와 인터넷을 잇는 네 번째라는 의미다. 그러나 1차와 2차의 혁명성은 각각 석탄과 석유라는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에너지가 도입되면서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유발한 것이기에, 이처럼 모든 산업의 근본이 되는 에너지에 돌파구가 없는 한 혁명에는 이르지 못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설득력을 갖는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2011년 발간한 그의 저서 《3차 산업혁명》을 통해 “이제 인류사회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혁명의 준비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3차 산업혁명은 향후 수십 년간 진행돼 2050년께 절정에 오른 후 21세기 후반부에는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름이 무엇이든, 즉 3차든 4차든 혹은 인더스트리 4.0이든 인공지능이 금융, 의료, 서비스,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확산되고 로봇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현재 일자리 중 고도의 전문직과 단순 업무를 제외한 중간층은 빠르게 사라질 것이니, 그런 변화라면 혁명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런 혁명은 새롭고 풍부한 에너지가 획기적으로 마련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 키보드를 치는 하나하나의 과정에도 극미하지만 당연히 에너지가 쓰인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인터넷 연결점은 현재 세계적으로 150억 개지만 2020년에는 500억 개로 늘어날 것이고, 이런 속도라면 2040년에는 컴퓨터를 작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만도 지금의 인류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100배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믿기지 않지만 이는 많은 전문가가 논문에서 확인하고 있는 수치다. 

에너지를 훨씬 적게 쓰는 인간의 뇌를 닮은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 때문이다. 알파고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1000㎾에 가까운 전력이 필요하지만 이세돌의 두뇌는 밥 한 공기 정도에 해당하는 20W로 작동했다. 알파고는 웬만한 아파트 단지 하나와 맞먹는 전력이 있어야 움직이지만 인간의 두뇌는 그 5만분의 1 정도만을 소비한다. 결국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라면 우리 일상생활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기는 어렵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절전을 위한 연구도 하고 있다니, 여기에 성공해서 필요 에너지량이 대폭 줄어들면 좋겠다.

그런데 인공지능만이 아니라 로봇은 또 어떤가. 똑똑하고 힘이 센 로봇일수록 에너지 필요량은 더욱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10여 년 후면 일상화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전기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모두 에너지, 특히 전기가 문제이며 따라서 충분한 전기를 확보하는 일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기본과제다. 전력 문제는 우리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이슈일 것이다. 그리고 전력 수급은 5년, 10년을 넘는 먼 미래를 보면서 계획돼야 한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

<한국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7081578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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