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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理念에 휘둘리면 낙오국 된다이주호 | 2017.07.04 | N0.258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디지털 기술이 물리 및 생물 등의 영역과 융합되면서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엄청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급격한 기술 변화는 모든 국가에 위험인 동시에 기회다. 학계에서는 교육이야말로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는 데 주목한다. 영국은 18세기 중반 명문 대학에서 발전시킨 과학의 힘을 기반으로 방직기와 증기기관차로 대변되는 1차 산업혁명의 선두 주자가 됐다.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20세기 초에 중등교육을 보편화하면서 전기와 대량생산의 2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해 유럽을 따라잡았고, 대학의 압도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금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는 1차와 2차 산업혁명에 뒤처지면서 일본의 지배를 받는 수모를 겪었으나, 컴퓨터와 인터넷의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20세기 후반부터 다른 나라들을 따라잡고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무엇보다 교육의 힘 덕분이었다. 광복 후 1970년대까지 어느 개도국보다 빨리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을 보편화시키고 직업교육을 강화해 1차와 2차 산업혁명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인력을 길러냈다. 그리고 1980년대부터는 대학교육이 빠르게 보편화하면서 정보화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재의 기반을 구축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을까? 향후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중요한 질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한때 교육과학기술부를 책임졌던 필자도 국민께 죄송하고 마음이 무겁다.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집필한 ‘축적의 시간’이란 책에서 한국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국가가 만든 상품을 모방·조립하는 ‘실행 역량’은 탁월하지만, 새로운 것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는 학생에게 정답 풀기만을 강요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지 못한 입시교육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대학 입시에 모든 학습의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4차 산업혁명은 아마도 80세까지 평생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요구한다. 이제 교사는 일방적으로 강의하고 학생은 강의를 받아 적는 수직적 학습 방법을 바꿔서,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급 동료들과 협력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줄 아는 역량을 키우는 프로젝트 학습과 같은 수평적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학부모들도 조기(早期) 사교육은 자녀의 학습에 대한 흥미를 약화시키고, 자녀를 학습을 즐기는 평생 학습자로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학습 혁명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기계가 대체하도록 만들 것이다. 최근 겪는 청년 실업 문제의 본질도 기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교육의 문제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학습 혁명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을 미래 지향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싱가포르는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생각하는 학교(Thinking School), 배우는 국가(Learning Nation)’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관된 교육의 변화를 이끌었다. 이것이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2배를 넘어서게 한 주요 요인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 1차와 2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틀이었던 평준화 정책 혹은 국가 획일주의로의 과거 회귀를 시도하거나 개별 학교의 자율과 다양화를 확대하긴커녕 오히려 축소하려는 정책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교육을 이념의 수단으로 만드는 것이다. 남미의 많은 국가가 아직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근본적 이유는 교육을 이념의 수단으로 삼은 데 있다. 에릭 하누셰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남미의 경제성장률이 낮은 원인의 절반 이상이 학생의 낮은 학업 성취도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우리가 과거 남미가 갔던 길을 택하면서 우리의 차세대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낙오자로 만드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교육이 가장 중요한 성장의 엔진이자 사회의 형평성을 강화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국민 모두의 중지를 균형 있게 모아서 학습 혁명을 이끌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前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7070401033011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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