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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코끼리`와 운명의 시계 김상협 | 2017.02.16 | N0.212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근작 `늦어줘서 고마워요(Thank you for being late)`라는 책에서 지구를 변화시키는 세 가지 힘으로 기술, 글로벌라이제이션 그리고 기후변화를 손꼽았다. 2007년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으로 시작된 21세기형 기술혁명은 이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연결되며 4차 산업혁명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 끝을 알 수는 없으나 기계지능의 총량이 인간지능의 총량을 넘어서는 `특이점`이 속속 다가오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는 요즘이고 보면 기술이 인간 세상을 바꾼다는 그의 지적은 당연히 공감이 간다.


`세계는 평평해졌다(the World is flat)`며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위력을 갈파하던 프리드먼은 브렉시트와 같은 `반동의 힘`과 더불어 지구적 차원의 `경제적 불평등`에도 주목하는데 어쨌든 `세계화`는 앞으로도 강력한 변화의 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구글 비즈니스 X 공동창업자 서배스천 스런은 여기에 `대중화(democratization)`의 힘이 가세하며 변화의 가속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갈수록 어지러운 세상을 보면 이 또한 동의하게 된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무엇일까? 프리드먼은 이를 `검은 코끼리(Black Elephant)`에 비유한다.


검은 코끼리는 `검은 백조(Black Swan)`와 `방 안의 코끼리`를 합성한 말이다. 검은 백조는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인데 실제로 발생해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는 사건을 뜻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월가의 그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장담하며 자신들의 잇속을 챙겼던 그 사건 말이다.


방 안의 코끼리는 이미 커다란 코끼리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못 본 척하며 행동을 미루는 경향을 뜻한다. 그 이유가 관성이든, 부정이든, 두려움이든 코끼리가 온 집안을 풍비박산 낼 때까지 모른 척한다는 것인데 기후변화의 경우 이미 방 안의 코끼리처럼 눈앞에 와 있는데도 검은 백조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같이 무시하다가 더욱 크게 당할 `검은 코끼리`가 되리란 것이다. 2009년 필자는 프리드먼을 한국에 초청해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에 관한 회의를 가진 바 있다. 당시 그는 기후변화야말로 인류가 겪어보지 않은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 역설했는데 이번에 펴낸 책을 보면 기후변화라는 코끼리는 그사이 더욱 커졌고 더욱 가까이 왔다는 걸 절규하듯 웅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과학자들이 만든 `운명의 시계(Doomsday Clock)`는 인간문명이 종말을 고할 시간까지 불과 2분30초 남았다고 발표했다. 1953년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 경쟁으로 치달은 이래 운명의 시간까지 가장 가까이 다가간 기록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운명의 시계를 앞당긴 건 다름 아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보다 정확히는 세계 1위의 슈퍼파워 미국이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석탄을 비롯해 온실가스의 근본 원인인 화석연료의 과거로 회귀해 인류를 살릴 글로벌 리더십에 커다란 위기가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프리 색스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엑손모빌 사장을 국무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석탄업계 로비스트를 환경청(EPA) 수장으로 둔 사례를 거론하며 "미국 정치는 이제 세계 최대의 비상장 기업이자 (연매출 100조원의) 화석연료기업 코크 인더스트리가 소유하게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색스 교수는 "트럼프는 유엔을 비롯해 (그를 반대하는) 세계를 하나로 뭉치게 한다"며 "트럼프는 결코 시저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그가 재임하는 한,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검은 코끼리는 더욱 커져갈 것이란 우려는 가시지 않을 듯하다. 적어도 미국 안에서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적어도 두 마리의 검은 코끼리는 확실히 커나가고 있다. 세계 평균 두 배 이상의 기후변화를 겪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많이 석탄발전소를 증설하는 한국.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냉전지대로 세습왕조의 핵무기 위협을 머리에 이고 사는 한국…. 그러고 보니 몇 마리 더 있는 듯도 하다. 경제는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안에다 총질하듯 네 편, 내 편하며 싸워대는 걸로 허송세월하는 우물 안 구체제 정치. 이러다 남의 집 코끼리를 걱정할 여유는 영영 없어지는 게 아닐까.


[김상협 카이스트 초빙교수·우리들의 미래 이사장]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7&no=108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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