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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신뢰할 만한 일자리 공약을 기대하며박병원 | 2017.02.15 | N0.211

문재인 후보 공약 반갑지만 어떤 분야 늘리겠단 디테일 없고 재원 마련에 대한 설득력 부족
근로시간은 세계 최장 수준인데 청년들은 취직이 안 되는 노동시장 모순부터 바로잡아야


유력한 대선 주자인 문재인 후보가 일자리 관련 공약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2001년부터 "고용과 내수,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해야 한다. 일자리가 생기는 일이라면 일단 하고 보자. 다른 나라 특히 중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라면 우리도 다 따라 하자. 그로 인한 문제점들은 장사가 잘되고 취직이 잘 된다면 더 걷히는 세금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해 온 필자로서는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경총이 신년사에서 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출산·육아 휴가를 쓰게 하고, 연가를 소진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다 채택해 준 것 같아서 고맙기까지 하다. 다만 그 공약들에 몇 가지 허점이 보여서 더 구체적이고 진전된 대안 제시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공공 부문 일자리를 81만개 늘리겠다'는 안(案)은 우리나라의 공공 부문 인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너무 적고 일부 분야에서 과로에 시달리고 있어 증원이 필요하므로 모두가 공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관련된 숫자들이 검증되어 있지 않아서 신뢰성이 떨어진다. 2013년 통계 숫자를 바탕으로 한 2015년 OECD의 국제 비교 자료에 입각하여 취업자 중 공공 부문의 비중을 3%포인트 올리겠다고 하는 것이 이 공약의 핵심인데, 13년 고용의 3%라면 75만이고 15년 고용의 3%라고 해도 78만이어서 81만의 근거가 모호하다.


또 2015년 공공 부문 취업자 수에서 아마도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되는 군인, 교원, 비정규직 그리고 공기업 임직원 숫자를 빼면 100만을 훨씬 밑도는 정도여서 81만명이나 늘리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의문도 든다. 사회복지 서비스업의 고용이 2007년 30만에서 2016년 91만으로 이미 3배나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고 복지 담당 공무원도 최근 많이 늘었다는 점 등도 고려하여 어느 분야에서 몇 명을 늘릴 필요가 있는지를 짚어 보기 바란다.


비용에 대해서도 "4대 강 사업 22조원이면 된다"고 하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4년간 22조원이 투입된 것이지 매년 22조원이 아니며, 다른 정부 사업들도 고용 창출 효과가 있으므로 재원 마련을 위해 재정 지출을 줄이는 과정에서 고용이 감소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설득력 있는 숫자가 나올 것이다. 숫자에 관한 검증이 필요한 것은 더 많지만 이 정도로 줄이겠다.

   
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아이에스씨(ISC)에서 열린 여성공감, 일·가정 양립 일자리 현장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재원 대책이 이렇게 간단히 해결될 수 없는 만큼 '돈을 벌어 세금을 내는 일자리'를 몇 개 만들어야 '돈을 쓰는 일자리' 하나를 지탱할 수 있는지도 잘 따져봐서 한다. 돈 벌어 세금 내는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 것인지 대책을 추가해 주기 바란다. 공공 부문 일자리는 일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월급 이외에는 별로 돈을 쓰지 않는 공무원은 늘리면 안 된다. 이들은 국록을 받았으니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한답시고 규제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식량과 에너지 등 원자재를 거의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돈을 버는 일자리 중에서 30% 정도는 달러(경화)를 버는 일자리라야만 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지금 나라가 진정 걱정해야 할 사람들은 공무원, 경찰, 소방관 자리에 취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날품팔이 노동시장에서 보름 중 사흘밖에 일을 얻지 못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극장과 케이블카의 매표원, 식당 종업원, 소매점 점원 등 특별한 자격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먼저 근심해야 옳지 않겠는가? 요컨대 정부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과욕을 부리기보다 월급이 많지 않아도 좋고 조건이 좀 나빠도 좋으니(현행 노동법이 보장하는 과보호를 받지 않아도 좋으니) 취직만 되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간절한 요구에 먼저 응답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의 근로시간은 세계 최장 수준인데 청년들은 취직이 안 되는 이 말도 안 되는 모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초과 근무의 감축, 연가 소진 등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고 고용을 늘리자는 연초 경총의 제안에 대한 경영계의 반응은 '물정 모르는 한가한 소리'라는 것이었다.


이미 수주가 줄어 초과 근무를 시킬 일감이 줄고 있고, 지금도 일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노조의 압박 때문에 해외 공장보다 작업 라인의 속도를 늦춰 인위적으로 초과 근무 수당을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근무시간을 줄여도 청년 신규 고용의 여력은 생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을 근로자, 기업, 국가가 3분의 1씩 나누어지자고 하는 것은 기업의 부담을 알고 있다는 뜻인데, 기업 부담이 느는 만큼 청년 고용 확대의 여지는 줄어든다는 점도 헤아려야 할 것이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12/20170212017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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