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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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가강 만찬과 한-EU FTA관리자 | 2017.07.01 | N0.26

▲2010년 9월, 야로슬라블 세계정책포럼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메드베데프 러시아대통령 주최 정상 만찬을 위해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6년 전 오늘은 한-EU FTA가 발효된 날입니다. EU가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포괄적 협정을 맺은 것은 한-EU FTA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EU 측은 한-EU FTA를 ‘최초의 신개념 FTA'로 평가하기도 했죠.

EU와의 FTA 협상이 어려운 것은 27개 EU국가와 일일이 개별협상을 해야 하며 그중 한 나라만 반대를 해도 협상이 타결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EU와 FTA 협상을 시작한 일본이 아직까지도 타결을 보지 못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협상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영국은 대형마트, 독일은 자동차, 프랑스는 화장품, 벨기에는 돼지고기 등 협상 곳곳이 지뢰밭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이혜민 협상단장을 주축으로 한 우리 협상 팀은 효율적인 협상 방식으로 난관을 하나하나 극복해나갔습니다. 

국내에서도 한-EU FTA를 체결하면 화장품 업계에 속한 2만 여개의 회사들이 모두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반발이 일었습니다. 연구개발(R&D) 예산에 그 동안 빠져 있던 화장품 산업을 집어넣는 방안으로 화장품 업계를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2010년 중반까지 EU 대부분의 국가들과는 협상이 타결되었습니다.

마지막 관문은 이탈리아였습니다. 한-EU FTA로 자국의 자동차 산업이 타격받을 것을 우려한 이탈리아는 끝까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2010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주관하는 야로슬라블 세계정책포럼에 참석하기 위한 방문이었는데요. 마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도 함께 참석했습니다. 

포럼이 끝난 후 이명박 대통령과 메드베대프 대통령, 그리고 베를루스코니 총리 세 사람이 함께 만찬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아름다운 볼가강의 풍경을 감상하며 와인과 보드카를 곁들인 식사를 했습니다.

술이 몇 순배 돌아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명박 대통령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한-EU FTA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날 EU에서 27개 회원국 관계장관들이 모여 한-EU FTA 승인을 논의했는데 이탈리아가 협정에 반대해서 승인이 연기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이탈리아가 한-EU FTA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음악이 매우 커서 말소리가 잘 안들리자 이명박 대통령은 베를루스코니의 귀에 대고 “EU·Korea FTA, OK?”를 여러 번 외쳤습니다. 그러자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나도 알아요. 오케이, 오케이”하며 흔쾌히 대답을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귀에 대고 “나는 총리를 믿습니다”라고 다짐을 받았습니다.

일주일 뒤 이탈리아는 발효시기를 다소 연기하는 것을 전제로 한-EU FTA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합니다.2011년 2월 한-EU FTA는 유럽의회를 통과했고, 5월에 우리 국회도 비준에 동의하면서 2011년 7월 1일 한-EU FTA가 발효되었습니다. 

가장 큰 우려를 낳았던 화장품 업계는 한-EU FTA 발효된 지 6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크게 성장하여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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