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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있는 전환, 혁신주도 탄소중립김상협 | 2022.07.18 | N0.530
아무 방책도 설계도 없이
이념뿐이던 前정부 탄소중립
큰 빚과 후유증을 남겼다
점진적·시장친화적·기술적…
그런 탄소중립의 길을 가자


'윤석열정부는 탄소중립 정책을 이어 갈 것인가?'

필자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 기후에너지 분야를 다룬 이후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다. 국내는 물론 외국 대사와 국제기구 관계자 다수가 이를 궁금해 한다. 얼마 전 다녀온 다보스포럼에서도, 최근 산업계와 함께한 '탄소중립 K-테크포럼'에서도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정부를 공식 대변하는 입장이 아니기에 확답을 드릴 수는 없고 민간인 관점에서 몇 가지 포인트를 여기에 담고자 한다.

첫째, 새 정부의 복잡한 고민이다. 인수위 당시 온실가스 감축 실태를 점검한 결과 2021년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었다(7월 공식 발표에서는 3.5% 증가로 집계). 이는 문재인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2018년 대비)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공언한 것과는 크게 배치된다. 이를 지키려면 연평균 4.17%를 깎아 내려가야 하는데, 감축을 약속한 첫해부터 오히려 배출이 늘어나는 바람에 윤석열정부로서는 앞으로 연평균 5.4%씩 감축해야 하는 '추가 부담'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누적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가세한다. 문재인정부 5년 동안 한국전력의 전력 구입비는 원전 발전량 감소로 인해 13조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고비용 에너지 전환을 강행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포퓰리즘을 고수했다는 데 있다. 이명박정부의 경우 전기료를 7차례 인상했는데 저탄소 녹색성장과 다음 세대를 위해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덕분이었다. 반면 문재인정부는 임기 내내 전기료를 동결하다가 20대 대선이 끝난 뒤인 지난 4월에야 한 차례 소폭 인상했다. 한국전력 사장이 "10번 이상 전기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호소했으나 단 한 차례만 받아들여졌다"고 읍소한 배경이다. 올 한전 적자가 30조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누적된 전기요금 인상 부담은 윤석열정부 쪽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말았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정부는 탄소중립 정책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국제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혀온 윤석열정부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기후 대응과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관건은 방법론이다.

그런 면에서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SBS D포럼에서 밝힌 '질서 있는 전환(Orderly Transition)'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책임 있는 지도자라면 에너지 정책만큼은 정치적 고려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며 "이념이 아니라 과학을 중심에 두고 질서 있는 에너지 대전환을 통해 지구와 공존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에 원가주의를 도입하고, 시장에 체계적으로 가격 시그널을 보내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최근의 정책 발표는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은 '점진적'인 방식으로 토대를 구축하고, 그러면서도 시장의 역동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기술 혁신이 주도하는 탄소중립이다. 윤석열정부는 거창한 약속보다는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 책임 있는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에너지 집약형 산업구조의 특성을 감안, 산업계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어낼 획기적 녹색기술에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다. 새롭게 구성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관련 부처 및 산업계와 손잡고 탄소중립을 구현할 녹색기술 연구개발(R&D)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차세대 원전은 물론 재생에너지, 이차전지, 탄소 처리 기술 등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하는 배경이다.

그 성공을 현시점에서 장담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윤석열정부가 상대할 것은 더 이상 문재인정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속가능한 세상, 다음 세대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 세계를 상대로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김상협 제주연구원장·KAIST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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