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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결' 국가 대한민국김상협 | 2022.06.03 | N0.527
평택에서, 또 다보스에서
한국 향한 러브콜 뜨거웠다
우리는 어느새 불가결 국가

한국을 살아남게 하는 것은
대체 불가능 기술과 역량뿐


시대의 풍운아 조지 소로스는 '문명의 종말'까지 거론했다. '역사의 전환점(History at a Turning Point)'이라는 대주제로 지난주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다. 나치 만행과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은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극히 불길하게 보고 있었다. 전쟁이 조기에 끝나지 않으면 국제 에너지시장 교란으로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수 있으며 기후변화와 팬데믹 같은 인류 실존의 문제까지 뒷전으로 밀리며 현대 문명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71년 세계경제포럼을 설립한 84세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의 눈에도 현재의 상태가 심상치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코로나19로 2년여간의 '휴업' 끝에 다보스에서 열린 이번 포럼의 주제로 역사의 전환점을 삼은 이유와 내년의 화두를 물어본 필자에게 "지금은 뭐라 단언할 수 없다. 세상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 말고는…"이라며 말을 아꼈다.

에너지 지정학의 대가 대니얼 예긴은 별도의 면담에서 오일 쇼크 이후 지금이 '최고의 비상 상황(High Emergency)'이라 규정했다. "러시아는 유럽 시장 상실로 에너지 슈퍼파워의 지위에서 추락,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며 독일을 비롯해 서방 진영도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안보의 충돌로 큰 충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탈원전을 추진해온 독일의 경우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수입 중단으로 당장의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려 그동안 환경 파괴라 비판해왔던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하고자 LNG 해상터미널 급조에 나서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푸틴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유럽은 지경학적 차원을 넘어 지정학적 연대로 강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그러면서도 지난 수십 년 동안 누려온 세계화의 풍요가 다음 세대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를 우려했다.

다보스에서 확인된 중국의 '부재(不在)'가 이를 웅변한다. 세계 최대의 공장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디커플링'된다면 에너지 쇼크에 이어 인플레 쇼크, 교역 쇼크가 불가피하다. 미국이 인도를 내세워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을 개최한 배경은 중국의 '대체재'를 만들기 위해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선택은?

윤석열 대통령이 다보스포럼 특사단장으로 임명한 나경원 전 의원은 3박4일의 짧은 기간 동안 무려 28건의 정상급 일정을 소화하면서 새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인 '가치 기반 외교(Value-based Diplomacy)'를 알렸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하며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그의 메시지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율리야 스비리덴코 수석부총리는 현대의 전기자동차를 언급하며 "5000억달러에 달할 우크라이나의 재건에 한국이 지속발전의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특사는 나경원 특사와의 두 차례 면담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과 녹색기술을 선도하는 FMC(First Movers Coalition)에 합류해 달라"며 "이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협력도 계속 도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의 첫 행사로 삼성 평택 반도체공장 방문을 선택한 이유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인 반도체를 한국이 쥐고 있지 않았다면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제치고 한국부터 방문했을까? 양분되는 세계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의 연대를 분명히 한 새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에 나름 당당할 수 있는 건 무엇 때문일까?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경시한 한국 국회의원들로부터 모욕감을 뿌리치고 한국을 재건 파트너로 삼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질적 가치가 없으면 흔들리고 추락하고 마는 대전환 시대에 살아남는 길은 대체 불가능한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Indispensable Korea(불가결한 한국)'가 되는 것임을 다보스포럼이 일깨워 준다.

[김상협 제주연구원장·KAIST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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