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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균형 커지고 불안정한 경제…정책 전환 필요하다이종화 | 2020.12.10 | N0.476
유동성 넘쳐 경제 불균형 커지며
국가부채 늘고 일자리 부족해
내년에도 경제 환경 불확실성 커
경제 안정과 불균형 해소 힘써야


올해 코로나19의 유례없는 충격으로 세계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불황을 겪었고 한국도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세계경제가 지난 여름부터 회복하면서 수출이 늘고 한국경제의 회복 속도도 빠르다. 2차, 3차 감염병 유행이 우려되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보급되면 내년에는 경제 회복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경제가 올해 4.2% 역(逆)성장하지만, 내년에 4.2% 성장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의 성장률은 올해 -1.1%이지만 내년에는 2.8%로 회복할 것으로 보았다.

V자형 회복세가 기대되지만, 한국경제의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경제 내부의 불균형과 불안정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정부의 적극적 재정 정책과 중앙은행의 최저금리로 늘어난 유동성이 한국경제를 떠받쳤다. 유동성(流動性, liquidity)은 원래 액체와 같이 흘러 움직이면서 상황에 따라 쉽게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성질을 의미한다. 시중에 풀린 화폐는 다른 재화나 자산으로 쉽게 전환될 수 있어서 종종 유동성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올해 급격히 증가한 유동성은 싼 이자에 돈을 빌려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로 이어졌다. 지난 3년간 정부의 제한적인 주택공급과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이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집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 사이에 부의 격차가 커졌다. 성실하게 일하고 꾸준히 저축하면서 언젠가 내 집을 장만하려 한 국민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죽하면 20대들 사이에서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넘치는 유동성은 주식시장으로도 흘렀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연초에는 ‘동학개미’로도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많이 샀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인투자자들이 동학개미운동에 나서며 우리 증시를 지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주식에 투자할 여유자금이 없는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빚을 내어 투자한 개인투자자도 많아서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신용융자의 현재 잔고는 작년 말의 두 배인 18조원을 넘었고 일반 대출을 받아 금융자산에 투자한 액수도 크게 늘었다.

내년에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코로나 감염병뿐 아니라 미·중 갈등이 미국 신정부에서 어떻게 진전될지 알 수 없다. 한국경제도 변화가 심하고 금융시장의 변동 또한 클 것이다. 내년에 실물 경기와 금융시장의 동반 상승이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실물 경제의 회복이 늦어지면 실물과 금융의 괴리가 커져서 주식시장에 조정이 올 수 있다. 반대로 실물 경기 회복이 매우 빠르면 초저금리 시대에 변화가 오면서 역시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 유동성이 떠받치는 금융시장은 변동이 크다. 바다에서 수영하면 쉽게 몸이 뜨지만, 파도에 휩쓸려 갈 수도 있다. 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은 “썰물 때가 되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을 하는지 알 수 있다”라고 했다. 유동성이 빠질 때 크게 손해를 볼 수 있다.

지난 3년간 정부의 재정지출이 크게 늘면서 정부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에서 재량적 지출을 통제하지 않으면 국가채무의 GDP 대비 비율이 2040년 100%를 넘어서고 2070년 186%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국민연금에서도 2040년부터 지속적인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경제 성장과 부채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부의 선심성 사업은 이전보다 크게 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사업의 규모가 이미 88조1000억원에 달해서 전임 두 정부를 합친 것보다 많다.

젊은 세대가 짊어질 국가 빚은 많아지는 데 반해 청년층 일자리는 최악의 상황이다. 청년층(15~29세)의 지난 10월 실업률은 8.3%이지만 체감실업률(잠재취업가능자와 잠재구직자 포함)은 21.5%였다. 많은 젊은이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사업에 많은 세금을 썼지만, 단기 및 비정규직 중심으로 일자리가 증가했고 민간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했다.

코로나 충격 속에 정부가 방역과 경기 회복에 최선을 다해왔지만, 올해 국민은 너무 힘들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와 경기 위축으로 연말에 어깨가 더욱 움츠러들었다. 문재인 정부는‘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출범했다. 정권 초기에는 국민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 포용적 성장의 경제정책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부동산 정책은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정책의 부작용이 커져도 정책 당국자의 고집과 불통으로 많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내년도 올해처럼 변화가 많고 불안정할 것이다. 정부의 더욱 현명하고 신중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2021년에는 경제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좋은 경제정책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059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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