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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포퓰리즘, 한국의 포퓰리즘이종화 | 2020.11.19 | N0.470
기존 정치와 경제에 불만 넘치면
제2 트럼프, 포퓰리즘 등장한다
민주주의 보호와 지속 성장 위해
포퓰리즘 막는 정치·경제 개혁해야


미국 대선은 우여곡절 끝에 조 바이든이 당선됐다. 그러나 바이든의 압승을 예측했던 여론 조사결과는 크게 빗나갔다. 미국 국민의 트럼프 지지는 예상을 넘어 상당했다. 트럼프는 선동적인 정치적 수사와 선심성 정책으로 대중의 지지를 호소한 포퓰리스트이다. 그는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반이민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지지층을 결속시켰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첨예한 미국 사회에서 급진적인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층뿐 아니라, 기존 정치인과 정당이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많은 저학력 백인의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가 코로나19 대응을 적절히 했다면 재선에 성공했을 것이다. 트럼프의 친기업적인 경제정책이 미국에 상당한 경제적 성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과감한 감세와 투자 지원으로 미국은 코로나19 이전까지 양호한 고용 상황과 경제 성장률을 유지했다. 4년 후 미국 대선에 제2의 트럼프가 등장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포퓰리스트는 대의 민주주의의 유용성을 믿지 않는 경향이 있고, 자신은 기존의 정치 제도와 싸울 수 있는 권한을 대중으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의회, 관료 조직, 사법부 등 민주주의 기구의 권위와 법치를 종종 훼손한다. 트럼프 역시 미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악화시키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그러나 미국은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되어 있어 포퓰리즘의 피해가 적은 반면에, 민주주의가 안정적이지 못한 국가는 포퓰리즘으로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할 수 있다. 중남미의 포퓰리스트 대통령들은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기구를 약화하고 야당, 언론 등 비판 세력을 가혹하게 탄압했다. 심지어 편법으로 임기를 연장하여 대통령직을 연임했다.
 
포퓰리즘 경제정책은 단기 이익에 초점을 두고 장기에 발생할 폐해를 무시하는 ‘단기주의(short-termism)’의 특징을 갖는다. 재정과 통화 팽창으로 경제 성장률을 높이지만, 국가부채 증가와 인플레이션으로 심한 경제 불안정을 초래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좌파 포퓰리즘은 급진적인 재분배 정책, 과도한 기업 규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저해하는 정책으로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하락시켰다.
 
미국의 바이든 신정부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 사회 양극화, 인종 갈등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진보적인 정책을 실행할 것이다. 친노동적인 경제정책이 많아지겠지만 좌파 포퓰리즘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든이 온건한 진보주의자이고, 공화당이 상원의 다수를 유지하면 급진적인 정책은 통과되기 어렵다. 그렇지만, 미국 사회의 불안정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계층과 인종 간 갈등을 치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학력 엘리트가 너무 많은 것도 정치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생물학과 역사적 자료에 기반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피터 터친 교수는 새로운 엘리트들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에 불만이 많아서 권력 최상부의 기득권 엘리트가 누리는 정치 및 경제 권력을 쟁탈하기 위해 투쟁할 것으로 예측한다. 대중의 불만, 엘리트의 부패와 정치 혼란은 새로운 포퓰리스트가 등장하기 쉬운 환경이다.
 
한국에서도 제2의 트럼프나 중남미형 좌파 포퓰리스트가 나올 수 있을까? ‘아시안 바로미터 서베이(Asian barometer survey)’에 따르면 한국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소득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높아서 포퓰리스트가 부상하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고 한다. 현 정부는 자신만이 국민을 대표하고,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포퓰리즘의 성향을 종종 보였다. 트럼프식 편 가르기와 선동이 한국 정치에서도 일상이 됐다. 코로나19에 대응한 재정 지출을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 3년간 과도한 선심성 지출과 국가부채의 급격한 증가로 포퓰리즘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경제 침체, 소득 불평등, 집값 상승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젊은 고학력자가 많지만,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다. 상속 없이 노력만으로는 계층 상승이 어렵다. 이들은 부와 권력을 가진 기득권 엘리트층이 계급 질서를 공고히 하는데 분노한다. 앞으로 기득권을 공격하고 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우는 포퓰리스트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지금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다. 한국의 미래가 정치 혼란과 포퓰리즘으로 가지 않도록 하려면 지금부터 포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불평등과 양극화를 개선하는 경제 개혁이 필요하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주택과 교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정치 개혁으로 대통령과 청와대에 집중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권력을 효과적으로 감시, 견제하기 위한 사법부, 감사원, 검찰 등의 민주주의 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엘리트의 각성이 필요하다. 권력을 독점하면서 독선적이고 부패한 특권층에 대한 분노가 포퓰리즘을 부른다. 정치·경제 개혁으로 젊은이에게 계층이동과 미래에 대한 희망의 사다리가 열려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918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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