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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가져올 거대 정부의 위험이종화 | 2020.06.26 | N0.451
팬데믹으로 정부 역할 커지고
사회서비스 공급 늘려야 하지만
정부의 부채 팽창, 비능률 막을
경제 개혁과 감시·견제가 필요


코로나19 감염병이 전 세계에 유례없는 충격을 주면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세상이 앞으로 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기존 국제 질서가 붕괴하고 디지털화가 가속하고 의료보건과 비대면 산업이 발전하고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개인과 기업의 행동방식이 바뀌고 정치·경제·사회에 많은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같은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국가의 역할이 커지는 것이다. 감염병과 경제 침체의 복합 위기를 겪으면서 불안하고 두려운 시민은 국가로부터 더 많은 보호를 받기를 원한다. 사생활에 국가가 개입해도 평상시와는 다르게 거부감이 적다. 정부 규모와 역할이 커지면서 코로나19가 거대 정부 탄생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정부 역할은 계속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 자본주의 체제는 경제 성장, 평등한 분배, 지속가능한 환경을 포함한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면서 시장과 정부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 왔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과 불평등이 고착화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었다. 이번 팬데믹으로 발생한 대량 실업과 불황에서 노동자와 기업을 보호하는 정부 역할이 강조된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의료, 육아, 교육, 주거 등 사회서비스의 공급을 늘리고 재해와 실업의 위험에 대비한 사회 보험을 강화하는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거대 정부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도 크다. 정부 부채의 증가, 민간 경제의 효율 저하, 정부의 비능률과 부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역사적으로 한 번 커진 정부지출의 규모는 계속 커지는 ‘이력현상’을 보였다. 경직성 사회지출이 많아지면 정부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난다. 위기에 생산성이 낮은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고 시장 개입을 확대하면 민간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 비대한 정부가 비능률적이고 부패할 가능성도 크다. 어떤 조직이든 규모보다 능률이 더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동아시아 국가와 뉴질랜드는 서유럽이나 남미 국가와 비교하면 정부 규모가 오히려 작다. 
   
남미의 경험은 거대한 정부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펼칠 때의 위험을 보여준다. 1990년대 시장 중심 개혁의 실패로 불만이 커진 시민 다수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남미 국가의 지도자들은 선심성 복지지출을 마구 늘렸다. 정부가 시장 규제는 늘리고 경제 체질 개선과 신기술·신산업 육성은 등한시하면서 생산성은 하락했다. 재정 팽창과 통화 남발로 초(超)인플레이션과 국가부채 위기를 겪었다, 포퓰리스트 정권이 입법부, 사법부, 언론, 시민 단체를 장악하면서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약화돼 부정부패도 심했다. 결국 국가 경제는 파탄을 맞고 서민의 삶은 피폐해졌다. 

한국은 남미 국가와 비교하면 교육 수준과 기술력이 높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지 않고 이자 부담이 낮아 당장 국가부채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성장률은 낮고 재정이 팽창하면 GDP의 정부부채 비율이 빠르게 상승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한국경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생산성 하락으로 성장률이 하락했고 주력 산업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 정부의 정책 대응은 미흡했다. ‘소득 주도 성장’은 부작용이 더 많았다. 새로 내세운 ‘평등 경제’, ‘한국판 뉴딜’도 구체성과 실효성이 모호하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 멕킨지(McKinsey)는 보고서에서 각 국가가 이번 위기에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위기 전보다 훨씬 나은 ‘넥스트 노멀(next normal, 다음 표준)’로 갈 수도, 후퇴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도약하려면 정부 규모 확대에 치중하기보다는 좀 더 효과적인 정부의 역할과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간 투자와 기술력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경제 개혁이 필요하다. 성장, 일자리 창출, 분배 개선에 대한 종합적인 경제계획과 산업정책을 세워 실행하고 과도한 시장 규제를 줄여 민간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영구적으로 재정에 부담을 주는 사회복지지출도 빠르게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 자동화로 일자리 창출이 힘들어지면 필요할 ‘기본 소득’은 지금은 시기상조다.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위한 세제 및 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 잘못하면 경제는 수축하고 정부만 팽창해 미래에 국가부채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정부 규모가 커질수록 감시와 견제 기능은 더욱 중요하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국가가 어떤 괴물이 될지 알 수가 없다. 거대 정부가 무능하고 비능률, 비도덕적이지 않도록 해야한다. 우리 사회는 갈등과 대립이 심해 과도한 권력 집중으로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포퓰리즘을 막고 정책의 유효성을 유지하기 위해 입법부, 사법부, 언론, 시민 단체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종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809944?cloc=joongang-home-opinion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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