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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협하는 두 가지 나쁜 선례김대기 | 2020.04.22 | N0.443
국민은 역대급 분열, 재정의 둑도 결국 무너져… 여야 불문 퍼주기 경쟁 뻔해
위기는 시작도 안 했을지도… 향후 재정 얼마 소요될지 몰라
대전환기엔 '설마' 없으니 위정자들 늘 최악 대비해야

 
총선이 끝났다. 완승한 여당이나 참패한 야당이나 미래에 대한 비전은 제시하지 못한 채 진영 싸움만 벌인 것 같다. 앞으로 2년은 선거가 없으니 정치권도 미래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이번 선거는 미래를 위협하는 두 가지 나쁜 선례를 남겼다. 첫째 국민이 역대급으로 분열했다는 것이고, 둘째 재정의 둑이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국민 분열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도를 넘은 것 같다. 선거법 개정으로 수십 개의 정당이 난무하면서 진영 간, 지역 간 편 가르기가 극에 달한 느낌이다. 여기에 제3국까지 댓글 조작에 뛰어들어 분열을 부추겼다 하니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험난한 세상에 힘을 모아도 될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분열하면 결과는 볼 것도 없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큰 정치를 통해 통합과 포용에 힘을 쏟아야 한다.

분열보다 심각한 것은 국가부채 문제이다. 국민이 어려울 때 재정이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본소득같이 중산층 이상까지 마구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세상에 돈 준다는데 싫어할 사람 없다. 표심 얻는 데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데 왜 이전 정권 사람들은 안 했을까. 몰라서 안 한 것이 아니라 재정이 결딴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한 것인데 이번에는 기어코 일어나고 말았다. 모르긴 해도 다음 선거부터는 여야 불문하고 퍼주기 경쟁이 벌어질 느낌이다.

2010년 그리스가 국가 부도로 무너졌을 때 아테네 대학 하치스 교수의 한탄이 기억난다. "그리스는 1960~70년대 일본보다 더 우량한 국가였는데 1981년 사회당이 과도한 복지 정책을 남발하며 정권을 잡으니까, 이후 다른 정당들도 모두 퍼주기 경쟁에 나서면서 나라 경제가 망가졌다." 실제 그리스 국가 부채는 과거 국내총생산(GDP) 대비 20% 수준에서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지금은 190%에 육박하면서 경제가 아직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퍼주기 경쟁의 끝은 국가 부도이다. 국가가 부도나면 가장 고통을 받는 계층은 '없는 사람'들이다. 1990년대 국가 부도를 맞은 러시아는 인구의 40%가 거지 신세로 전락했고 거리에는 강도가 들끓었다 한다. 젊은 여성들은 세계 각국의 환락가로 팔려나갔고, 심지어 한국의 술집까지 진출했다. 2000년대 아르헨티나는 식량난을 견디다 못한 빈곤층이 쥐까지 잡아먹었다는 기록이 있고, 근자에 그리스와 베네수엘라에서는 돈 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해외로 탈출하고 '없는 사람'들만 남아서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베네수엘라는 의료진이 휘발유가 없어 코로나를 치료하러 갈 수 없는 처지라 한다.

많은 사람은 이런 이야기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로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과 달리 경제가 튼튼하고, 국가 부채 규모(GDP의 40%)도 일본(220%), 미국(104%)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하늘은 우리에게만 특혜를 주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국가들도 한때 우리보다 잘살던 나라들이다. 우리같이 기축통화가 아닌 나라가 선진국처럼 빚을 늘리면 위기는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우리는 특히 가계 부채가 많아서, 전체 빚(GDP의 236%)으로 보면 부채 과다국인 미국(254%), 중국(257%)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코로나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본 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벌써부터 두산중공업을 위시해서 항공, 해운, 석유화학, 자동차, 건설 등 산업 곳곳에서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기업 도산은 자영업 몰락과는 차원이 다르다. 앞으로 재정이 얼마나 더 소요될지 모른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시나리오별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지고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재원도 빚이나 세금보다는 세출 구조 조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사회간접자본(SOC)은 민자로 돌리고, 연구개발(R&D), 농업, 기업 지원 분야에서 눈먼 돈 줄이고, 지방교육재정 같은 비효율적 제도 등을 손보면 꽤 모을 수 있다. 우리은행, 기업은행도 이제 팔 때가 됐다. 대북 지원 역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같은 국제기구 자금을 먼저 활용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령화, 가계 부채, 정부 규제, 높은 인건비 등으로 코로나가 끝난다고 절대 좋아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여권의 압승으로 반기업 정책이 더 강화되고, 여기에 재정까지 바닥나면 어떻게 될까. 코로나 이후에 또 다른 위기가 닥친다면 그땐 또 어떻게 하나. 대전환기에는 '설마'가 없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위정자들은 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김대기 단국대 초빙교수·前 청와대 정책실장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0/20200420000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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