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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의 독감과 세계경제 위기이종화 | 2020.04.03 | N0.440
코로나19는 스페인 독감처럼
세계경제에 엄청난 충격줄 것
과감한 정책으로 회복력 만들고
반등 준비해야 위기 극복 가능


코로나19 팬데믹이 백 년 전의 스페인 독감처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스페인 독감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1918년 세계를 강타해 당시 전 세계 18억 인구의 2%가 넘는 4천만 명 이상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피해가 가장 심했던 인도는 총인구의 5.2%인 1600만 명이 사망하고 피해가 적었던 미국도 인구의 0.5%인 55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조선총독부 자료에는 무오년에 독감으로 조선인 14만 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스페인 독감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는 주요 43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6%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감염이 멈추고 나서는 성장률이 빠르게 회복했지만, 생산과 소득은 영구적으로 감소했다. 미국 주별 자료를 분석한 다른 연구에 의하면 제조업 생산이 평균 18% 감소했다. 많은 사람이 죽고 병들어 노동력이 손실되고 감염 공포로 소비와 생산이 위축됐다. 그때도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 제한조치를 하면서 경제 활동이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은 스페인 독감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공중보건의료시설이 크게 발전하고 개인 위생관리도 좋아졌다. 사망자가 1만2000명을 넘은 이탈리아도 전체 인구 중 사망률은 0.02%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하거나 재발하고, 백신이 개발되지 못하면 사망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팬데믹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나온 통계를 보면 경제 상황이 백 년 전 스페인 독감의 경우를 상당히 닮아간다. 중국의 올해 1, 2월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는 모두 전년 대비 두 자릿수로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제이피모건은 중국의 올해 1분기 GDP가 전 분기 대비 연율로 41%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2분기는 소비, 투자가 살아나고 정부의 경기 회복 조치에 힘입어 매우 빠르게 성장하겠지만, 올해 경제 성장률은 작년의 6.5%보다 훨씬 낮은 1.1%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 경제가 0.1%~2.3%로 저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한다. 세계 경제가 무역과 글로벌 가치사슬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어 중국 경제만 빠르게 회복하기는 어렵다. 
   
미국 경제의 전망 역시 부정적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GDP가 2분기에 연율로 34%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코로나19의 감염을 막고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 하반기에는 두 자릿수 성장률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지만, 올해 경제 성장률은 -3.8%로 심한 불황이 예상된다. 이 경우 작년의 2.3% 성장률에 비교하면 6%포인트가 낮아져 스페인 독감 때와 평균 GDP 감소 크기가 비슷하다. 팬데믹을 한두 달 이내로 막으면 경기가 V형으로 빨리 회복해 충격의 크기는 이보다 작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여름까지 지속되면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인 미국,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2008~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한 불황을 겪을 수 있다. 당시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은 2007년 5.6%에서 2008년 3%, 2009년 -0.1%로 하락했다. 
   
세계 각국은 국경 폐쇄, 이동 제한, 자택 대피, 휴교, 영업 제한 및 금지 등의 조치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겨야 하니 이들 조치로 인한 불편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최대한 덜어 주면서, 감염병 확산이 멈출 때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위기 중에도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사람과 기업을 잘 보호하는 경제정책이 중요하다.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도록 임금을 지원하고, 실업 보험을 확충하고, 피해가 심한 기업,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파산하지 않도록 대출을 보증하고, 임대료, 이자, 세금을 감면하는 재정·금융정책이 기본이다. 자금 경색을 해소하고 금융위기를 막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필수이다. 어려움을 겪는 가구에 생계 지원도 필요하다. 청소년층의 학업과 기술습득이 단절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미국은 연준의 무제한 국채매입과 대규모 신용시장 지원과 함께 GDP의 10%인 2조 달러의 대규모 재정지원을 시작했다. 한국도 과감한 재정·금융정책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백 년 만의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려면 효과 있는 정책을 적기에 과감하게 해야한다. 재정 위기 없이 조달 가능한 최대한의 재정 여력을 동원, 경제 회복력을 보전하면서 감염병이 멈출 때 경기 부양 효과가 큰 사업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가 함께 재정확대를 하면 무역이 늘어나 경제가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다. 
   
100년 전보다 사망률이 크게 줄었듯이 이번 팬데믹의 경제 충격도 최소화할 수 있다. 국가마다 최고의 두뇌와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최선의 정책을 세워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고통스럽고 힘든 싸움이 곧 끝나고 세계와 한국 경제가 빠르게 원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74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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