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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트로이목마 불태워 국민 주권을 지키나최중경 | 2020.03.02 | N0.437
트로이 문명은 그리스 서사시의 허구와 진실 논쟁, 유적의 고고학적 가치보다 트로이목마(Trojan Horse) 이야기의 전술적 시사점으로 역사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트로이목마 전술은 `적진에 아군을 몰래 위장 투입해 승리 기회를 얻는다`는 개념이다. 적을 내 편으로 만드는 적중작적(敵中作敵) 전술과는 적진 안에서 펴는 전술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트로이목마 전술은 선거전에도 활용될 수 있다.

상대방 선거 캠프에 위장 잠입해 선거 전략을 빼내고 선거 비리를 수집하면 당선이 쉬워질 뿐 아니라 낙선이 돼도 상대방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할 수 있다. 트로이목마 전술은 위장 잠입뿐 아니라 정당 창당을 통해서도 구사될 수 있다. 정당 창당을 통해 트로이목마 전술이 활용되는데 국민이 모르면 국민의 주권 행사가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를 들면 A정당과 B정당의 양강 구도에서 B정당 사주를 받은 C정당이 창당되고 C정당이 A정당과 유사한 정책이념을 내세운다면 A정당 지지자의 표가 분산되므로 국민의 정책이념 선택(A정당)과는 달리 B정당이 승리하게 된다. 국민의 정책이념 선택과 승리한 정당의 정책이념이 달라 유권자의 주권 행사를 왜곡하므로 B·C정당은 선거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2016년 총선은 보수진영이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이념 지향성이 모호한 제3당이 출현해 진보진영이 승리한 후 2019년 제1야당이 배제된 채 패스트트랙에 의한 (4+1) 선거법 개정까지 이어져 일견 진보정권 롱런 가능성이 열린 것처럼 보인다. 2017년 대선에서는 2016년의 제3당과 보수 제1당에서 분가한 미니정당이 참여해 진보진영이 승리를 거뒀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트로이목마 전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을까? 사전적 의도가 없었더라도 결과적으로 트로이목마 역할을 한 정당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선거를 앞두고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트로이목마다. 평소에는 정치와 거리를 두던 세력이 선거 때 급조하는 정당은 트로이목마일 가능성이 크다.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통합 흉내만 내는 정당은 트로이목마로 의심할 만하다. 중도정당을 창당하는 경우라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는 없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중도성향 표가 보수정당이나 진보정당으로 가는 길을 차단해 선거 결과를 왜곡하려는 의도가 숨겨질 수 있다. 시민운동을 이끌다 정당을 창당하는 경우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분열=패배`라는 자명한 공식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순이 숨겨진 정체를 알리는 열쇠다. 

선거 결과와 국민의 선택이 일치하기 위해서는 트로이목마를 찾아내 견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쉽지 않다.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되고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며 지역감정도 동원할 것이기 때문에 속아 넘어가기 쉽다. 선명성을 내세우거나 양비론을 내세워 표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 

나폴레옹이 1815년 워털루전투에서 패배한 것은 프로이센 장군 블뤼허가 여러 번 당했던 `중앙배치전략(Strategy of Central Position)`에 속지 않고 나폴레옹이 유인하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병력을 움직여 영국군을 공격하던 프랑스군의 측면을 때렸기 때문이다.



 트로이목마 전술에 휘말리면 유권자는 누가 진짜인지 알기 어렵고 또 표가 분산돼 사표가 생기기 때문에 국민의 이념 선택과 선거 결과 정국 주도권을 쥐는 이념 세력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한국의 나폴레옹이 필요한 게 아니라 한국의 블뤼허가 필요한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비신사적 기만 전술로 국민의 정책이념 선택권을 농단하는 트로이목마`를 누가 불태우고 선거판을 정정당당하게 만들어 국민의 주권을 지킬 것인가? 한국의 블뤼허는 바로 유권자인 국민 모두다. 국민의 현명한 투표가 트로이목마를 불태우는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3/214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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