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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상식적인 교육 개혁박병원 | 2020.02.26 | N0.436
학생 학습 부담 줄이기, 학부모 학비 부담 경감… 이 질곡 벗어야 교육 개혁
양과 질 모두에서 최대한 공부할 수 있게 환경·제도 조성이 핵심

 
재정·금융 등 거시적 경기 활성화 정책이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지 않고 부동산 투자로만 돈이 간다. 규제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이 없이는 우리 경제의 미래가 없다는 것도 모두가 다 안다. 규제 개혁, 노동 개혁이 당면 과제이지만, 교육 개혁은 실행도 효과 발현도 시간이 많이 걸리니 역시 서둘러야 마땅하다.

대입 제도 개혁 같은 것은 교육 개혁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박정희 대통령의 고교 평준화 이래로 교육 당국의 신성불가침 이념으로 굳어져 온 '학생의 학습 부담 경감'과 '학부모의 학비 부담 경감'이라고 하는 질곡을 벗어던지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먼저 학습 부담 경감이라는 미명 아래 과거에 자행한 한자 교육 축소, 문과 교육과정의 기하, 행렬, 벡터, 미·적분 제외 같은 만행부터 시정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문과·이과 구별도 없어진다고 한다. 가르치고 배우지 않아도 될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어려운 것을 모두가 다 배우지는 않아도 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선택과목으로라도 제공했어야지 아예 교과과정에서 제외하는 것은 안 될 일이었다.

금년에 마이스터 고교 50곳부터 도입, 2025년에 전면 시행하겠다는 고교 학점제를 적극 활용하여 우리 교육의 획일성, 경직성을 탈피하는 기회로 삼자. 각 학교가 다양한 과목을 제공하고, 선진국처럼 심지어 같은 과목에서도 수준이 다른 코스까지 제공한다면 어차피 '총점도 등수도 없는 세상'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학 입시도 완전히 자율화해서 선발 기준을 학교마다 다르게 한다면 '서열화'를 뿌리 뽑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부존자원이 없어서 국제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우리나라는 유일한 자원인 사람의 경쟁력을 잃으면 끝이다. 이제 그 사람조차 줄어들 것이라고 하니 교육 질을 높이는 일의 중요성은 점점 더해질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국가 대표 선수가 되어야 할 아이들은 양과 질 양면에서 할 수 있는 공부를 최대한 하게 해야 될 것이다.

2025년 자사고, 외국어고 등 특목고를 폐지하기로 한 것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과기고, 예체능고는 폐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무제한의 융합이 특징이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문·사회계는 국제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우지 않아도 될지 의문이다. 고교 학점제에서는 절대평가가 불가피하고, 이 경우 자사고, 특목고가 유리해지는 것이 이유라고도 하는데 지금까지 해온 상대평가에서 불리했던 것이 정상화되는 것에 불과하다. 일반고에서 1등을 할 수도 있는 아이가 자사고, 특목고에 가서 꼴찌가 될 수도 있는 불이익을 안고 하는 선택을 왜 못 하게 해야 하는가? 국제 경쟁을 의식해 만든 학교를 국내 경쟁만 생각하고 없애는 것은 길이 아니다. 자사고, 특목고 출신의 진학을 외국 대학으로 제한할지언정 없애서는 안 된다.

우리 교육의 큰 문제 또 하나는 12년째 동결된 대학 등록금이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더 나은 교육을 원하는 국민은 해외로 나가고 있고 국내 대학의 처우가 점점 열악해지니 돌아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교육을 확대·강화하라는 정부 지시에 경쟁력 있는 교수 요원을 찾아 세계를 헤맨 총장들 말에 따르면 정말 일류 인재들은 미국과 중국 등이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대우를 내세워 다 선점했고, 이제는 이삭줍기나 하는 처지라고 한다. 미국, 중국의 대학과 경쟁할 수 있도록 대학 교육에 더 많은 돈이 가게 해야 한다.

등록금을 올리는 것이 정치적으로 어렵다면 보편적 복지라는 미명하에 줄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까지 주는 복지 비용이나 학령 아동 수가 줄어서 이제 더 늘리지 않아도 되는 초중등 교육비를 돌려서라도 대학 투자를 늘려야 한다. 폭발적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 복지비 지출은 늘리면서 교육 투자에는 이렇게 인색한 이유를 모르겠다. 물고기를 줄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

우리는 안다. 학습 부담, 교육비 부담을 누구보다 걱정하는 국회의원,   교육감 중 많은 사람이 자기 자녀들은 자사고, 특목고에 보냈고, 비용 부담을 개의치 않고 해외 유학을 보냈다는 사실을. 그들의 아이들이 누렸던 기회를 없는 집 아이들도 누리게 해 주어야 한다. 학습 의사와 능력이 증명된 아이들은 나라가 돈을 대주어서라도 능력껏 공부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교육 개혁의 요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5/20200225042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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