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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경제와 트럼프 변수이종화 | 2020.01.09 | N0.430
투자·성장률 제고가 미국경제 화두
무역분쟁·지정학 위기·부채 문제와
포퓰리즘 대응 정책도 학계의 고민
한국도 포퓰리즘 위기 잘 극복해야


미국 경제는 이달로 10년 7개월째 역대 최장의 경기 확장을 기록했다. 실질 소득과 고용이 계속 늘었다. 실업률은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기구와 투자은행(IB)들은 올해 미국 경제가 작년보다 성장률은 낮겠지만 2% 정도로 순항할 것이라 예측한다. 

그러나 지난 주말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1만3000명 이상의 경제학자들이 참석한 미국경제학회(AEA) 2020 연차총회에서는 미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많은 청중이 몰린 ‘미국 경제: 성장, 침체, 새로운 금융위기’분과 회의에서는 미국 경제가 최장기 확장 국면이라고는 하나 지난 10년간 평균 성장률이 2.3%로 역대 확장기 중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앞으로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제니스 애버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민간 투자뿐만 아니라 기술혁신을 촉진할 인프라와 연구개발 부문 공공투자, 교육과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행동경제학으로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미국 경제의 호황에는 심리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강한 경제’와 같은 구호가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심리를 불러일으켜 소비가 늘고 경기 확장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예상하지 못한 충격으로 소비자의 낙관적인 기대가 꺾이면 급격하게 경제가 나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0년에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충격으로 중국과 무역분쟁, 지정학적 위기, 전 세계의 과잉 부채를 꼽는 지적이 많았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동발 석유 위기, 군사 충돌, 사이버 테러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의 민간 부채, 선진국의 공공 부채 특히 고령화로 늘어나는 연금 부채의 급증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확장 국면을 이어가기 위해 통화 완화, 재정 확대를 계속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역임한 벤 버냉키와 재닛 엘렌은 다음에 위기가 와도 지난번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과감한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저투자, 과잉저축으로 ‘일본형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통화정책만으로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과거처럼 정책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부족하고 양적 완화를 계속하면 자산 거품이 커져서 금융 불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지출 확대를 주장해온 서머스 교수는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정부가 공채를 발행, 차입해서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하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공채 이자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으면 차입을 계속해도 정부 부채의 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높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이 재정적자로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국은 올해 재정적자가 총생산의 4.7%에 달한다. 마이클 보스킨 스탠퍼드대 교수는 앞으로 공채 이자율이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높아질 수도 있어 정부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생산적인 부문에 사용한다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세금 감면으로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더 효과가 클 수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많은 분과 회의에서 부와 소득의 불평등 문제와 포용적 성장을 중요한 이슈로 다루었다. 부유층에 대한 누진 소득세와 재산세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과도한 세금 인상이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기업의 투자 의욕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었다. 경제 침체기엔 저소득층이 더 큰 피해를 보고 분배가 더욱 악화된다. 로고프 교수는 지속 성장이 분배 개선에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AEA애 모인 경제학자들은 3일간 미국 경제를 진단하고 위험을 경고했다. 성장과 분배를 개선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을 고민했다. 이론과 증거로 효과가 검증된 좋은 정책이 실제로 실행되기를 기대하면서도, 점점 경제정책 결정에 경제전문가의 견해가 잘 반영되지 않고 대중의 단기적 이익과 정치적 고려가 우선하는 현실을 우려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포퓰리즘’과 ‘자국 우선주의’로 중요한 경제정책이 좌지우지되는 현상이 더 심해졌다. 이란사태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결국,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은 ‘트럼프 변수’라는 지적도 있었다. 
   
올해 총선과 2년 후 대선을 앞둔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제정책에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있다. 서머스 교수는 선진국은 국가 지배구조가 합법적이고 정상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국민 다수의 믿음과 지지가 있어 국가부채가 많고 외부에서 큰 충격이 와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1997년의 한국은 국가를 살리려는 국민의 의지와 정부에 대한 믿음으로 외환위기를 잘 극복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한국의 사회 분열과 정책 결정을 돌이켜 보면, 다음 위기가 와도 과연 그때와 같을지 의문이 든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677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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