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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와 재정건전성신제윤 | 2019.09.30 | N0.405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세계 경제가 하강 국면에 들어가고 급속한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에다 한일 간 갈등까지 겹쳐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계속 `부진`하다고 이러한 걱정을 에둘러 표현했다. 

경제위기에 대한 딱 부러진 정의는 없다. 국내총생산(GDP)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 경기 불황(recession)이라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설명이 가장 근접하다.

그나마 이것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판단할 수 있어 사전에 위기 여부를 가리기는 어렵다. 우리 경제는 항상 위기 상황이었다. 경기가 나쁠 때는 물론이고, 경기가 좋을 때도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위기를 걱정했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라는 1986~1988년에도 부동산 투기와 증권시장 과열로 경제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나쁜 상황에 대비하는 `예방의식`이 우리 경제의 위기 면역성을 강화시켰다. 

누구나 동의하는 경제위기는 두 번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것이다. 전자는 우리 스스로 자초했지만 후자는 다른 나라의 문제가 전이된 측면이 크다. 언제든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기축통화를 갖고 있지 않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원죄(original sin)`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두 번의 경제위기는 모두 대외 부문에서 촉발됐다. 어떤 이유에선가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환율은 급등하고 극심한 `달러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달러를 매개로 한 무역금융이 막히면서 경제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섭섭하리만큼 냉혹하다. 자신들 돈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밀듯이 들어왔다가 우리 경제가 안 좋다 싶으면 곧바로 철수한다. 북한식 폐쇄경제로 살 수 없는 만큼 그들의 시각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 발표의 `진실성`은 외국인 신뢰 유지를 위한 기본이다. 이 기본이 무너졌을 때의 상황은 심각하다. 1997년 한국 정부의 외환보유액 왜곡 발표와 2010년 그리스 정부의 정부부채 허위 발표는 두 나라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를 받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우리 경제는 `경상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보일 때마다 흔들렸다.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중요한 펀더멘털(기초체력) 지표다. 실제 1997년 상반기 92억달러 적자, 2008년 상반기 112억달러 적자 시현은 위기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재정건전성`은 평상시 위기를 예방했을 뿐 아니라 위기 발생 시에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투자심리를 안정시켰던 1998년 1월의 단기외채 만기 연장이나 2008년 10월의 외화부채 전액 국가 지급보증 등은 튼튼한 재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통상 마찰, 유가 불안, 반도체 가격 하락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 언제든지 `경상수지`는 불안해질 수 있다.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환율 조정은 미국 등의 보복 조치를 유발할 수 있어 실행하기 어렵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길이다. 

최근 정부는 2023년까지 대규모 적자예산을 짜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던 2009년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국가부채는 2018년 GDP 대비 36.0%에서 2023년에는 46.4%로 높아질 전망이다. 경기 하강기에 일시적으로 적자재정을 편성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큰 폭의 반복적인 적자재정은 우리 경제 최대 강점인 `재정건전성`에 나쁜 신호가 될 수 있다. 경제위기를 막으려다 오히려 경제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신제윤 태평양 고문·전 금융위원장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19/09/778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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