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洑(보) 철거 위해 동원한 궤변과 평가 조작박석순 | 2019.07.05 | N0.391
이달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금강·영산강 보(洑) 해체 최종 결정을 앞두고 지역에서 강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세종시에 이어 전남 나주시가 영산강 죽산보 해체 반대에 나섰다. 최근 나주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전원이 해체 반대 건의안을 채택했고, 지난 4월 중순에는 나주시장이 ‘죽산보 해체 반대가 주민 여론’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환경부에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반대 선봉에 섰다.

지역의 반발은 지난 2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보 처리 방안을 제시할 당시에 예상됐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보 해체가 불가능하자 황당한 경제성 평가 궤변을 만들어냈다. 보를 해체하면 손실은 소수력 발전뿐이고, 수질·수생태·친수·홍수조절 등에서 큰 편익이 생긴다고 평가를 조작한 것이다.

4대강 사업은 홍수 방지, 수자원 확보, 수질 개선, 생태계 복원 등을 위한 대규모 국토 선진화 사업이다. 하천부지 불법 경작도 정비하고 오염된 퇴적물도 준설했으며, 강에 물을 채우고 수변 문화 공간을 조성했다. 그 결과 홍수와 가뭄 피해가 줄고 지하수가 풍부해져 주변 농민들의 소득이 많이 늘었다. 수질 개선은 물론 풍부해진 어족 자원으로 강가 어민들의 수입도 늘어났고, 넘실대는 강물과 수변공원으로 경관이 좋아져 관광객도 증가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관변 학자들로 구성된 4대강 위원회는 보를 해체해야 강의 자연성이 회복되고 국가 경제에 도움된다면서 희한한 편익 계산법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동원된 것이 물 이용 부담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성 설문조사다. 보를 해체하면 수질과 생태계가 좋아지는데 얼마나 돈을 더 지불할 수 있는지를 수계별로 묻고 그것을 편익으로 계산한 것이다. 각 수계에서 나온 편익을 보의 수(금강 3, 영산강 2)로 나눠 보별 편익으로 할당한 것이다. 이는 보의 숫자가 많으면 보별 편익이 줄어들어 해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자체 모순에 빠진 바보 계산법이 국가 대사에 등장한 것이다.

설문 대상자 대부분이 보와 무관하다는 사실은 또 다른 코미디다. 봇물은 농업용수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농업용수는 물 이용 부담금 대상이 아니다. 엉뚱한 이들에게 엉터리 조사를 한 것이다. 놀라운 건, 지역 주민들이 사용해온 수억 톤의 봇물을 편익 계산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했다는 사실이다.

조작된 평가는 비용 계산에도 있다. 보를 철거하면 지하수 수위가 떨어져 농사에 직접 피해를 준다. 위원회는 피해 범위를 강 양쪽 500m씩으로 한정해 보 철거 시의 비용을 계산했다. 지역에 따라 3㎞ 넘게 떨어진 곳에서도 지하수 영향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무시했다.

반발은 다른 곳에서도 나타났다. 환경부가 발주한 ‘4대강 보 처리 방안 세부 실행 계획’ 용역 입찰이 모두 유찰됐다. 지난 2월부터 3차례나 이뤄졌지만 어느 업체도 지원하지 않았다. 입찰을 담당했던 조달청은 지난 5월 ‘더 이상 입찰 공고해 봐야 안 된다’며 환경부에 반려 통보했다. 다시 추진해도 지원 업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현 정권 임기 내에 철거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지역 주민의 반발에 주목하고 지금이라도 4대강 보의 가치를 바르게 평가해야 한다. 지역 주민이야말로 강의 진짜 주인이자 보의 가치를 현장에서 체험한 사람들이다. 황당한 궤변(詭辯)과 조작으로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국가 시설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 환경문제연구소 소장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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