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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닮고 싶지 않은 국가가 되려나이종화 | 2019.07.01 | N0.389
한국은 후발국의 희망의 등불
경제발전으로 위상 높아졌지만
정책 실패, 부정적 이미지 커져
경제·외교·통합의 리더십 절실


한국은 빈곤에서 벗어나려는 모든 후발국에게 희망의 등불이다.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의 개발 경험을 모두가 배우고 싶어 한다. 6월 14, 15일에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에서 세계은행이 주최한 국제회의는 ‘한국의 경험에서 배우자’가 주제였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한국의 핵심산업 개발, 인력 양성, 교통·통신·전력 인프라 건설 경험을 배우고 싶어 했다. 압축성장을 가능하도록 한 정치지도자의 리더십과 경제개발 계획에 관심이 많았다. 코트디부아르는 ‘상아 해안(아이보리 코스트)’으로 불리는 코코아 수출 세계 1위인 아프리카의 자원 부국으로 1970년대 초에는 한국과 일인당 소득 수준이 비슷했다. 그러나 오랜 내전을 겪고 산업 발전이 느려 아직도 일인당 소득 1,600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식사 자리에서 만난 코트디부아르 정부 인사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개발 경험이 아니라 최근 상황에 더 관심이 많았다. 2014년에 와타라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던 이 인사는 ‘왜 한국은 전임 대통령들을 모두 구속하고 수감했느냐’, ‘한국도 아프리카 국가처럼 부정부패가 많은가’, ‘삼성은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를 물었다. 내부 갈등과 정치 보복이 심하고 대기업과 정치인이 부패하여 한국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한국의 현 상황을 가급적 긍정적으로 설명했지만, 몇 년 만에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진 사실이 안타까웠다. 
  
한국의 최근 경제정책은 국제기구에서 비판을 받고 실패 사례로도 언급되고 있다. 일례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의 소득을 늘려 분배를 개선하고 성장도 촉진하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기 하강 국면에서 너무 빠르게 최저임금을 올려 고용을 줄이는 부작용이 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생산성이 낮은 분야의 미숙련 노동자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최저임금을 2018년에 16.4% 올려서 중위임금(임금 분포의 중간에 있는 근로자의 임금) 대비 비율이 58.6%로 상승했다. OECD 국가 중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42% 수준으로 훨씬 낮다. 일본도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과거 평균 3%에서 5%로 높혀 10월에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고용자의 실질임금을 보장하려 한다. 최저임금을 더 많이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생산성이 낮은 지방 중소기업의 고용에 미칠 부정적인 효과를 우려한다. 일본경제신문은 최저임금정책과 관련한 각국의 경험을 분석할 것을 권고하며 한국을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았다. 
  
한국경제는 압축성장을 겪으면서 국민소득이 양적으로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산업구조의 불균형, 소득분배의 불평등과 사회계층 간 갈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대부분 국가가 공통으로 겪고 있고 한국이 특별히 문제가 심한 것은 아니다. 제도 개선과 좋은 정책으로 꾸준히 해결해 가면 된다. 대통령이 올해 신년기자회견 연설에서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라고 했다. 잘못된 통계로 한국경제가 그동안 이룬 업적을 우리 스스로 깎아내리면, 국민의 자부심과 대외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다.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조급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더 큰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으로 국제 위상이 꾸준히 높아졌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국제무대에서 미국·중국·일본·유럽의 지도자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국익을 도모하면서 국제 사회 발전을 논의했다. 2010년에는 제5차 G20 정상회의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최하여 세계 중심국가로 발돋움했다. 보호무역 확산 방지, 녹색성장 등 국제적인 의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점차 추락하였고 이제는 인도·인도네시아·호주와 같은 중견 국가들에 뒤처지고 있다. 현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지난 2년 많이 노력했지만, 외교 성과는 미흡하다. 북한의 핵 보유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고,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외교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외교·안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내적으로 경제 침체와 사회 갈등의 확대, 대외적으로 강대국의 자국중심주의,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진 어려운 환경이다. 과거의 적폐는 고쳐야 하지만, 앞으로 나가야 한다.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최선의 경제·사회 정책을 채택하고 국민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목표를 달성하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소통과 국민통합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갈등의 당사자를 직접 만나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정치·경제계, 전문가의 역량과 국민의 잠재력을 하나로 모을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모두가 힘을 합쳐 경제·외교·안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의 삶을 꾸준히 개선하고 국가의 위상을 계속 높여야 미래에도 한국이 후발국들이 닮고 싶은 모범 국가로 남을 수 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508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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