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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회피用 위원회 없애야 한다이달곤 | 2019.03.29 | N0.376
국가위원회 만들어 결정 위임 
4대강 보 해체도 위원회 손에 
책임 소재 없애는 속임수 국정

정권 따른 변화 불가피하지만 
전문성과 成果는 허물지 말고  
위정자가 결정 뒤 책임도 져야 


정쟁의 시기가 길어지다 보니 국민은 혼란으로 지쳤다. 이전 정부의 정책을 언급도 못 하던 분위기에서 더 나가, 이제 주요한 것은 모두 갈아엎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 이르렀다. 정치가 국민을 갈라놓은 지 오래다. 하지만 미세먼지 속 봄을 맞으며 개선책을 한 번 생각해 본다. 최근 환경부가 구성한 ‘민관합동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에서는 3개 보(洑)의 해체와 2개 보의 상시 개방안을 내놓았다. 어느 수준까지 수질을 개선해야 하는지, 또 수질 개선 방법을 고안하려는 고심은 아예 않고, 보 해체 논리에만 몰두한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과 언론은 예상대로 갈라졌다.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들도 편을 지어 다투고 있다. 혼란스럽다. 문제는 혼란과 대립이 마무리되지 않는 상태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국가위원회를 곧 만들어서 보 철거 여부를 결판내겠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정치가 양 극단화된 시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정책을 갈아엎는 사례는 흔치 않다. 유럽에서는 좌우파의 정쟁으로 주요 정책이 유턴해 적잖은 혼란과 상실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도 약간의 개선책을 나름 찾아내고 있다. 영국의 보수당이 집권할 때에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항과 상수도를 민영화했다. 노동당이 집권해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팔았던 기업을 다시 국영화하면 어떻게 됐을까?

유럽의 내각제 나라에서는 다수의 행정부 고위직이 정치인으로 채워져서 정치적 책임성을 강화한다. 야당도 주요 국책사업을 공약으로 내걸고 이를 추진할 정무직 인사를 제시한다. 행정부 공직자들은 좌우파에서 보는 정책의 장단점을 민감하게 주시하면서 정책 관리에 나선다. 국민에게는 정책의 장단점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손쉽게 쥐어진다. 이렇게 되면 앞 정권의 정책이라고 갈아엎겠다는 공약을 하기 어려워진다. 예상되는 손실이 금방 드러나기 때문이다. 담당 공직자들은 정책이 통째로 엎어치기 당하면 자신도 넘어지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좌우파가 추천하는 최고의 전문가들을 공정하게 참여시키고 누구도 더 이상 지적하지 못할 수준까지 공을 들인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계속성은 국민의 신뢰 축적에 결정적이다. 책임질 사람이 버티고 있는 한, 시민 참여와 좌우파의 경쟁은 정책 개선에 기여한다. 작은 책임은 낮은 직급의 공직자가, 무거운 것은 높은 직급의 공직자가 지는 관례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어떤가? 중요한 결정일수록 책임자가 불분명하다. 각종 위원회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우호적인 민간인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사전 구상대로 제안도 하고 결정도 한다. 심지어는 총리와 민간인이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는 대규모 ‘국가급’ 민·관 합동 위원회까지 만든다. 결정은 사실상 정부 모처에서 다 하면서.

이번 ‘4대강 보 위원회’도 그렇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제정된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곧 구성될 국가물관리위원회 또한 그러할 것이다. 이미 방향은 결정된 상태가 아닌가? 미화 작업만 국가위원회라는 거창한 기구가 하는 구조다. 몇 번 만날까? 다음 정권에서 총리·장관들·민간위원이 바뀌면 무난하게 정반대의 의결을 할 수 있는 장치다.

이런 국정의 공회전을 막으려면 허울뿐인 위원회를 폐지해야 한다. 주요 정책일수록 정무직과 고위 관료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결정해야 한다. 법규에 있는 행정 절차를 모두 준수하는 건 물론이다. 그래야 정책실명제가 정책책임제의 성격을 가진다. 꼭 위원회가 필요하면, 최고의 전문가들이 공정하게 참여하는 건 물론, 민감한 사항을 깊이 있게 검토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 사전 암시된 결론을 몇 번 회의로 검수하는 수준은 안 된다. 정부 모처에서 결론을 유도하는 것은 위법으로 처리돼야 한다. 위원들의 활동 과정이 모두 공개돼야 한다. 주요국에서는 백서(白書)나 청서(靑書)가 정책 결정 이전에 나와서 논쟁의 수준을 높인다. 정치가 만사를 결판내는 구조를 국민이 공격할 수도 있다. 

능력이 부족해 정책이 부실하고 변경이 불가피하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능력 있는 공직자들을 줄 세우는 위정자이고, 그보다 심각한 것은 공직자와 위정자가 야합해 책임을 허울 위원회에 떠넘기는 것이다. 

이달곤 서울대 명예교수 前 행정안전부 장관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32601033011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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