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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설득할 대상은 기업이 아니라 노동계·시민단체다김대기 | 2019.01.21 | N0.362
기업은 환경만 조성되면 누가 말 안 해도 스스로 투자해… 최악 경제 상황 피하려면 
文 정부 정책에서 빠져 있는 노동 유연화와 규제 개혁의 열쇠 쥔 집단 생각 바꾸어야


최근 정부의 기업에 대한 소통 행보가 많아지고 있다. 고위층이 잇달아 기업 현장을 찾고 지난주에는 청와대에서 간담회도 열렸다. 정부가 그만큼 경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신호로 여겨져 다행이다.

그동안 쏟아지는 반(反)기업 정책과 적폐 수사에 시달려온 기업인들은 소통이 반갑기는 하지만 썩 미더워하지는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정부가 이미 '소득 주도와 공정경제'라는 현재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지금까지 시행된 정책만 하더라도 견디기 힘든데 정책 기조가 유지되면서 상법 개정에 따른 경영권 불안은 물론 스튜어드십, 협력 이익 공유제, 노조의 경영 참여 등 핵폭탄급 조치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니 시름이 깊을 수밖에 없다.

실제 금년 들어 기업인들이 그렇게 반대하던 '최저임금 주휴수당 포함'이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노조의 경영 참여가 공공 부문부터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혹독한 종합 감사를 예고해 정부의 경제 회생 의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탈(脫)원전도 변함이 없고 탄력근로제나 광주형 일자리는 진전이 없다. 기업인들은 청와대 간담회 직후 국민연금이 특정 기업에 대해 스튜어드십을 발동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서 '바뀌는 것은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기업인들은 소득 주도와 공정경제 정책이 현실에서 문제가 많다고 그렇게 하소연해도 정부가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마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내수가 활성화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서 근로자의 삶이 개선되고, 양극화가 개선될 것이라는 굳은 신념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까?

전문가들 평가는 부정적이다. 소득 주도나 공정경제의 기치는 좋지만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양극화는 더 벌어졌다. 정책의 부작용을 재정으로 막다 보니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국가 부채는 더욱 늘어났다. 10차례 이상 압수 수색을 당한 삼성전자의 수출이 더 늘어난 것도 아니고, 대한항공의 서비스가 더 나아진 것도 없다. 그동안 민노총이 약진하고 시민단체들의 '꿈'이 이루어졌을지 모르지만 국민들에게 돌아온 혜택은 없다.

지한파(知韓派)인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가 최근 지적한 내용도 비슷하다. "한국은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리는 소득 주도 성장은 일본도 민주당 시절에 했다가 고용이 더 악화되는 비참한 결과만 낳았다. 지금 세계 모든 국가가 국익을 위해 뛰고 있는데, 한국만 도덕성,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책을 주도한 사람들은 소득 주도 성장이나 공정경제와 같은 큰 개혁은 단기에 성과를 낼 사안이 아니니 시간을 달라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전체 그림에서 두 개의 퍼즐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노동시장 유연화이다. 지금처럼 해고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건비가 올라가면 누가 고용을 늘리겠는가.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근로자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작년 말 쌍용차 해고자들이 9년 만에 복직하며 감격적인 장면을 보였는데 사실상 이들은 경직된 노동시장의 희생자들이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이분들은 9년 전 다른 직장에 취업을 했어야 하고, 지금 쌍용차는 청년을 뽑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신산업 규제 개혁이다. 인건비가 오르고 전통 제조업은 수명을 다해가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신산업에 올라타야 경제에 미래가 있다. 정부도 인식을 같이하지만 실제 각론으로 가면 장애가 많다. 의료 분야는 건강을 담보로 돈을 벌어서는 안 된다는 이념에 묶여, AI(인공지능)와 빅 데이터는 개인 정보 보호 때문에, 드론이나 무인자동차는 안전사고, 공유경제는 기득권, 핀테크는 정보 보호, 금산 분리 때문에 등등. 잔잔한 규제는 정부가 완화할 수 있지만 정작 필요한 큰 규제 개혁들은 쉽지 않다. 진보 이념과 국민 정서를 이유로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퍼즐이 끼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 정책   기조만 고집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금년에는 수출 침체, 부동산 침체에 인구 절벽까지 겹치면서 경제가 나빠질 것이 확실하기에 더욱 그렇다.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 개혁의 열쇠를 쥐고 있는 노동계, 시민단체와 우선 소통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기업은 환경만 조성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투자한다.

김대기 前 청와대 정책실장·단국대 초빙교수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0/20190120021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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