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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집중과 기획재정부의 내부고발이종화 | 2019.01.10 | N0.358
조직의 부당한 행위를고발하는
내부 목소리는보호해야 마땅
권력의 과도한 집중을 막고
개인의 자율 존중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신재민이 나올 것


정치적인 압력이나 이해관계로 재정정책이 결정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미국 레이건과 부시 대통령 시절에 정부 부채가 많아졌다. ‘작은 정부’를 목표로 세금 삭감을 했지만, 정부 지출이 줄지 않아 재정적자가 쌓였다. 보수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채를 늘려 다음에 집권할 진보 정부가 재정지출을 쉽게 늘리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는 견해가 나왔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2017년 말에 정부가 국채 조기상환(바이백)을 취소하고 전 정권의 국가채무 비율을 의도적으로 높이려 했다고 폭로했다. 국공채의 조기상환이나 교체 거래로 부채 상환 부담을 줄이거나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매우 전문적이어서 개별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 부당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을 수 있지만, 국가 경제 전체를 고려하여 거시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일 수도 있고 정당한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기재부에 강압적으로 지시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면, 앞으로도 청와대에 집중된 권력이 더 많은 정책 혼선을 가져오고 내부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전 정권의 경우에 보았듯이 청와대의 과도한 권력은 직권 남용과 부패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정부에서도 이미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청와대 중심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체계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보고 정부 부처의 전문성을 살려 좋은 정책을 합리적으로 결정하려는 국정 운영의 변화가 필요하다. 
   
패기에 찬 젊은 사무관이 청와대의 KT&G 사장 인사 개입과 국채 발행 압력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공무원을 그만두고 근무했던 부처로부터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힘 있는 정치인들이 그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기 위해 원색적인 비난도 가했다. 가짜뉴스가 범람했다. 

우리 사회의 이런 수직적 조직 문화와 편 가르기에는 문제가 적지 않다. 한국사회는 집단주의 사고가 강하고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쉽게 짓밟는 경향이 있다. 조직에 충성해야 하고 배반하면 가혹하게 처벌하는 것이 영화에 나오는 조폭 세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향우회, 동문회뿐 아니라 기업, 노동조합, 정부 부처에서도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조직의 이익이 곧 나의 이익이라는 세뇌를 한다. 때로는 사회 전체의 공익보다 자기가 속한 조직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일반 조직에서는 조폭처럼 문신으로 조직원을 남들과 구별하고 배반자를 불구로 만들거나 목숨을 뺏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직에서 튀는 사람을 왕따시키거나 불이익을 주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효도와 충성을 강조하는 유교식 사고가 강하고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한 의리를 강조하는 한국사회에서 내부 비리를 고발하기란 쉽지 않다. 개인의 양심에 따른 정직한 행동이라 해도 주위에 피해를 주면 개인의 일탈로 몰아 비난한다. 정말 용기를 내서 부정을 고발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고 고발자만 피해를 보는 경우 역시 많다. 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내부고발자들은 상당수가 수모를 겪고 본인의 무죄를 위해 스스로 싸워야 한다. 이번 정부도 “내부고발자 등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를 더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신 전 사무관의 소신과 진정성을 이해하고 이젠 기재부가 고발을 취하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청와대가 코드 인사와 일방적인 지시를 줄이고 정부 부처는 내부 의사소통을 늘려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젊은 엘리트를 국가시험으로 뽑아서 윗사람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하는‘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키운다는 비판도 그간 많았다. 일시적으로 조직에 피해가 가더라도 소신 있게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을 감싸야 한다. 경제부처의 한 사무관은 신문 인터뷰에서 “아무리 조직이 우선이고 윗선에서 강경 대응을 지시했더라도 ‘꼬리 자르기’ 식으로 사무관 개인 문제로 몰아간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젊은 공무원들이 느끼는 자괴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지금 젊은 세대는 과거와 달리 부당해도 참고 자리를 유지한다는 생각에 익숙하지 않다.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당장 신재민을 처벌해도 제2, 제3의 신재민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신재민의 대학 동문들은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관료조직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한 구성원이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공감해 달라고 했다. 이번 사건을 기회로 정치 권력과 관료 조직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고 그 안에서 일하는 개인의 양심과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277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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