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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게임과 한국 경제 위기의 진실이종화 | 2018.11.23 | N0.353

경제 위기의 경고등이 켜졌다
어려운 경제 현실 바로 보고
잘못된 정책 수정·보완해가며
구조적 문제의 해결에 힘써서
위기감 확산 막고 경제 살려야

 

.“우리 게임 한번 해볼까? 다들 핸드폰 식탁에 올려봐.” 영화 ‘완벽한 타인’은 오랜 친구들의 부부 모임에서 휴대전화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 메시지를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다. 겉으로는 완벽한 부부들의 감추었던 진실이 개기월식과 함께 하나씩 드러난다.
  
한국 경제의 진실한 모습은 무엇일까? 1년 내내 지금이 위기인가 아닌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다르다. 11월 4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청와대의 전 정책실장은 “경제 위기론은 근거가 없다. 내년쯤 성과를 체감할 것”이라고 했지만 대통령을 자문하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금과옥조(金科玉條)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평가와 맞물리고 정치권이 가세해 논쟁은 더 치열하다. 한 편에서는 지난 10년 중에 지금 경제가 최악이라고 하고 다른 편에서는 근거 없는 헐뜯기라고 했다.
  
올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올해 3분기 1만7000명 증가(지난해 동기 대비)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의 27만9000명에 비해 훨씬 적다. 실업률은 10월 기준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설비투자도 줄고 생산지표도 좋지 못하다. 대다수 국민이 설문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를 비롯한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고용이나 투자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수출은 여전히 호조이고 성장률도 선진국 중에는 높은 수준이어서 지금을 위기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견해도 많다. 거시지표가 좋지는 않지만 아직 심각한 경제침체나 불황을 겪는 것은 아니니 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과 정부지출 확대가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잠시 가리고 있을 뿐 이미 위기라는 반론도 있다.
  
위기란 무엇인가? 영어로 위기(crisis)는 환자의 병세가 갑작스럽게 변화해 죽음과 회복의 분기점이 나타나는 결정적인 순간을 가리키는 의학용어에서 유래했다. 위기는 어떤 상태가 불안정하고 위험하며 급격한 변화가 올 수 있는 결정적이고도 중대한 시기를 이른다. 영화 속 휴대전화 게임에서는 휴대전화가 울리고 어떤 말이 수화기에서 나오는지에 따라 숨겨둔 진실이 드러나 부부관계가 파탄날 수도 있고 오히려 회복될 수도 있는 바로 그 순간이 위기다.
  
한국 경제에는 위기의 순간으로 향하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 경제의 전통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속되고 청년들의 취업난은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사회보장지출 확대, 공공일자리 증가를 중심으로 한 소득주도 정책은 민간부문의 고용과 성장을 살리는 데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저해 요인이었다. 저출산·고령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 기술과 산업구조의 빠른 변화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강성 노조의 목소리는 크고 노동개혁과 규제 완화는 쉽지 않다. 협치와 통합의 정치는 말만 무성하고 제도 개혁은 미흡하다.
  
전 세계는 보호무역주의가 휩쓸고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 중국의 성장둔화 등 대외여건의 하방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내수부진과 수출 둔화로 내년 경제성장률은 더 낮을 것으로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전망한다.
  
국민도 미래에 대해 불안해한다. 가장 최근의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경제 상황이 앞으로 1년 동안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53%)이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16%)보다 훨씬 높았다. 향후 1년간 실업자가 늘고 노사분쟁이 증가할 것이라는 견해가 50%를 넘었다.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는 “사람의 본성은 월식 같아서 잠깐은 지워져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경제도 그렇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도 본질을 보아야 하듯 한국 경제가 처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병이 깊어져 가는 환자이고 지금의 정부 정책만으로는 치유가 어렵다. 위기 논쟁을 하기보다는 잘못된 정책은 수정하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설마설마하다가 과거에 우리가 겪은 심각한 불황이나 일본식 장기불황을 겪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위험 요인을 미리 파악하고 제대로 대응해 위기를 예방하면 부활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심기일전으로 내년 경제정책을 준비하고 실행해 국민의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이루어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145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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