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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악마의 변호인'을 두라김상협 | 2018.11.17 | N0.352
폐쇄적 '집단 사고'가 '소망 사고'와 결합하면 냉정한 '현실 인식' 못 해
노무현 정부는 友軍 반대 무릅쓰고 노선·정책 바꿔 국익 우선시한 勇斷 평가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에 경질하고 후임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임명했지만 시중 반응은 싸늘하다. '국정 기조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인선이 '변화와 쇄신'을 기대한 많은 이의 실망을 사고 있는 탓이다. 그렇다면 왜 청와대는 초록이 동색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내 길'만을 고수하는 것일까.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 어빙 제니스가 오래전 제기한 '집단 사고의 위험(Victims of Group Think)'을 소환해보자. '응집력이 높은 집단 사람들이 반대자들을 바보로 보거나 적(敵)으로 돌리는 상태'를 집단 사고로 규정한 제니스는 그 결과 불합리하거나 경솔한 의사 결정이 '무사통과'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피그만(灣) 침공 결정이 대표적이다. 1961년 4월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 정부를 전복하려고 기습 공격했다가 참혹하게 실패한 이 사건은 케네디 대통령과 핵심 참모 모두가 자신들의 '무오류'를 과신해 무모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역사는 기록한다.

어빙 제니스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로마 가톨릭에서 일부러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을 둔 것처럼 지도자는 주요 의사 결정과정에 반드시 '지명 반론자'를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가 발생했을 때, 케네디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자신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동생 로버트 케네디에게 '악마의 변호인단'을 꾸리도록 하고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가감 없이 수렴해 위기관리에 성공했다. 케네디 정부의 이런 교훈은 이후 '레드팀(red team)'으로 체계화되며 국가 운영(statecraft)을 뒷받침하는 필수 요소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케네디처럼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그런 역할을 하는 존재가 있을까?

이번 인사를 보면 궤도 수정이나 대안 같은 건 없고 가던 길, 그대로 가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일각에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복기(復棋)' 일화를 거론한다. 문 대통령이 집권 초반 가까운 이와 만난 자리에서 '노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대화와 타협에 시간을 뺏기지 말고 힘 있을 때 직진해야 한다'는 건의를 받았다는 얘기다. 이를 확인할 길은 없으나 문 대통령의 경제 멘토인 박승 전 한은 총재,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이 정책 기조 수정을 '공개 진언'하는 걸 보면 청와대의 어떤 '벽'을 짐작하게 한다.

벽이든 산이든, 폐쇄적 집단 사고가 '소망 사고'와 이어지면 냉정한 '현실 인식'을 가로막는다. "세계가 우리의 경제성장에 찬탄을 보낸다"는 문 대통령의 이달 초 국회 시정연설이 이를 웅변한다. 실제로는 생산과 소비, 투자의 '트리플 추락'이 표면화하는 가운데, 올 4분기 취업자 증가 폭은 0명 수준에 머물 것이란 KDI 전망까지 나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수석을 지냈던 한 인사는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 정규화 강행은 고용을 줄이라는 신호와 다름없다"며 "취지가 좋더라도 시장 순리에 역행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앞으로 경제가 더 걱정이다. 한국은행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7%로 하향 전망했는데 IMF는 2.5%로, 무디스는 2.3%로 더 낮췄다. 문 대통령은 "올해 수출 6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찬사'의 근거를 댔지만 이는 반도체 '초호황' 에 힘입은 바 크다. 만약 이게 흔들리면 어떻게 될 것인가. YS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지낸 한 인사는 "1997년 외환 위기 직전까지 반도체 수출 호조를 믿다가 경제가 괜찮다는 착시에 빠졌다"며 "국정에는 만일에 대비한 플랜B가 있어야 함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이번에 위기가 찾아온다면 외부 요인에 따른 외환 위기나 금융 위기와 달리 '내습(內襲)'에 따른 '나 홀로 실물 위기'가 되리란 우려가 많다. 안보 분야에서도 "카드 한 장 갖고 미·북 교착 상태에 임하는 듯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 '플랜 B'는 정녕 없는 걸까?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2년 차인 2004년 이헌재 경제부총리 임명에 이어 '우군'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FTA 추진에 나서며 인물과 노선, 정책을 바꾼 전례를 보라. 그가 범국민적 평가를 받는 이유는 노조나 파벌보다 국가 이익을 우선시한 용단에 있다. 문 정부도 마음의 문을 열고 바깥 소리부터 귀담아듣기를 바란다.

김상협 KAIST 초빙교수·우리들의 미래 이사장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6/20181116030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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