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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녹색성장을 계승하는가김상협 | 2018.11.08 | N0.351
문재인 대통령이 MB정부가 역점을 두었던 녹색성장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 순방 마지막 날인 지난달 2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P4G)` 정상회의에서다. 

문 대통령은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 물라투 테쇼메 에티오피아 대통령,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왕즈강 중국 과기부장,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한국은) 지난 10년간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 강도를 줄이는 성공을 거뒀다"면서 "대한민국은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의 정신과 실천을 지지하며 항상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MB정부에서 설립하고 유치한 두 개의 국제기구, 즉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녹색기후기금(GCF)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이전 정부에서 시작된 녹색성장 정책을 우리 정부에서도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서 진전시켜나가려 한다"며 "좋은 정책은 어느 대통령이 만들었든 계승·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는 보도 참고자료까지 배포했다. 윤영찬 청와대 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이 덴마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져 국제사회가 북한의 경제 발전을 돕는 단계가 되면 북한의 녹색성장을 돕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의를 주관한 정부 당국자는 "녹색성장을 계승하겠다는 청와대 입장 표명에 내심 깜짝 놀랐다"며 "최소한 녹색성장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왜 놀랐다는 것일까? 

시계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으로 돌려보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당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대통령 직속기구였던 녹색성장위원회를 총리실 기구로 `격하`시킨 이래 재임 기간 내내 공식 석상에서 녹색성장을 단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첫 환경부 장관은 녹색성장 간판을 내리는 데 앞장섰고 청와대 담당비서관은 녹색성장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쫓겨나기도 했다. 녹색성장이 공직사회에서 일종의 금기어가 된 배경이다. 홍길동이 그랬듯, 녹색성장을 녹색성장으로 부르면 안된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불문율이었다. 

같은 당도 아닌 다른 당 출신 대통령이, 그것도 적폐 청산과 보수 궤멸을 국정 키워드로 삼고 있는 정권에서 녹색성장을 계승하겠다는 것이 놀랍지 않으면 이상한 이유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정말로 녹색성장을 계승·발전시키려는 것일까? 

임기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요즘 협치를 부쩍 강조하고 있는 걸 보면 청와대가 밝힌 액면 그대로 좋은 정책은 이념과 정권을 넘어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뜻으로 보자는 시각이 있다. 단절과 배제를 벗어나 국가적 자산을 축적하려는 노력이라면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코펜하겐에서 귀국한 이후 지금까지 녹색성장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나 조치가 없다. 외교적 이벤트에 국한된 일이어서일까? 아니면 실제의 정책 기조와는 차이가 크기 때문일까? 

기실 MB정부가 추진했던 녹색성장은 `저탄소`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에너지 정책에서 저탄소 에너지인 원자력을 중시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를 키우려고 노력한 배경이다. 문재인정부가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는 가운데 탈(脫)원전 기조 속에서 석탄발전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더 늘어난 점과는 대조적이다. MB의 녹색성장이 `시장 친화적 성장`을 중시하며 녹색산업과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와 기업의 활동을 장려했다면, 현 정부는 `사람 중심의 경제`를 강조하며 분배와 규제에 치중하는 것도 다르다. 

하지만 둘 다 지속 발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문 대통령이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듯, MB 역시 2012년 리우 환경 정상회의에서 `포용적 녹색성장`을 강조했다.

학자와 기자의 업이 차이점을 분석하고 부각하는 것이라면, 정치가와 기업가의 업은 공통분모를 찾아 협력 기반을 넓히는 데 있다고 한다. `구동존이(求同尊異)`의 정신이다. 구(舊)한말에 이어 신(新)한말이 도래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나라 안팎이 어지럽다. 후세대를 위해서라도 집권자가 `대동(大同)`의 진정성을 먼저 피부로 느끼게 해주길 기대한다. 

김상협 카이스트 초빙교수·우리들의 미래 이사장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699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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