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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공정거래 직접 수사, 또 하나의 '기업 옥죄기'다김대기 | 2018.10.15 | N0.346
공정위 고발 없이 검찰이 직접 수사·기소하면 二重조사·형사처벌 급증에 정치적 惡用 가능성 높아
법무부로 업무 다 옮기든가, 국회 입법과정서 재논의해야
 

지난 8월 법무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 간에 전속(專屬) 고발권 일부 폐지에 관한 업무 협약이 있었다. 현재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기소하려면 반드시 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하지만, 앞으로는 중대 담합 행위 등에 대하여는 검찰이 직접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다는 협약이다. 곧이어 공정거래법 개정이 입법 절차에 들어갔다. 얼핏 보면 별문제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간단치 않다.

왜냐하면 공정거래법은 검찰이 관장하는 형법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형법은 절도, 살인죄와 같은 행위 규제 자체가 목적이지만, 공정거래법은 담합과 같은 행위 규제가 목적이 아니다. 공정거래법 제1조를 보면 "이 법은 (…)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곧 국민 경제 발전이 목적이다. 이는 형법에서 제1조 목적 조항이 없는 것과 대비된다. 기업이나 경제가 무너지면 공정 거래 질서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이런 취지에 따라 공정거래법은 1980년 제정된 이후 줄곧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서 집행돼 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법무부가 아닌 경제기획원 소속으로 탄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위원회는 당연히 고도의 판단력을 갖춘 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되었고,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위원회에만 전속 고발권을 부여함으로써 경제 비전문가인 사정 기관이 법을 함부로 적용하다가 경제 자체를 망가뜨리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제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의 협약으로 이런 메커니즘이 깨지게 되었다. 비록 특정 분야에만 한정된다고 하지만 검찰이 직접 수사한다는 것 자체가 현행 시스템의 대개혁을 의미한다. 개혁을 통해 시장이 깨끗해지는 효과는 있겠지만 부작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앞으로는 시민 단체든 소액 주주든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악의적으로 고발해도 검찰은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어 기업에는 타격이 크다. 더구나 요즘처럼 별건(別件) 수사가 일반화한 상황에서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많다. 우리나라는 기업인을 배임죄로 형사처벌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다. 반(反)기업 정서도 유별나서 조금만 흠집이 있어도 기업인을 범죄인으로 몰아가는데, 이제 공정 거래 분야까지 손쉽게 수사 대상이 되면 기업인들 가슴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의 역할도 모호하다. 기업들은 이중(二重)으로 조사를 받을 수 있고, 유사한 사안에 대해 두 기관의 판정이 다를 수도 있다. 이래저래 변호사 시장만 커지게 되었다. 특히 대기업보다 중소 및 중견 기업들에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담합 사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달리 사법적 대응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입법안대로라면 중대 사안은 법무부가 직접 수사 및 기소하고, 경미한 사안은 공정거래위가 기소 여부를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게 되는데, 이는 곧 공정거래위원 9명의 역할이 검사 1명보다 못하다는 말이 된다. 이런 위원회가 장관급 기관으로 존재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겠다면 제도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선진국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하지 않는다. 미국은 형사처벌 규정이 있지만 특정 사안에 한정되어 있고 이 부분만 법무부에서 수사한다. 반면 우리는 거의 모든 법 조항에 형사처벌 규정이 있는데 이 부분도 함께 바로잡아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 기업들 행태에 문제가 많아서 이참에 확실히 손을 보겠다면 차라리 공정거래위원회를 폐지하고 업무를 법무부로 옮기는 게 정도(正道)가 아닐까 싶다.

이번 협약은 두 기관 간의 단순한 업무 영역 조정이 아니다. 공정거래법 체제의 대변혁이고 현 정권의 기업 정책에 대한 철학, 가치관과도 결부되어 있다. 개혁도 좋지만 이런 조치 하나하나가 기업인들 마음을 떠나게 할 수 있다. 정부가 기업인을 자꾸 부정적으로 보면, 기업인도 정부를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큰 개혁을 단지 두 부처 수장(首長)이 자기들끼리 협의해 결정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시기도 좋지 않았다. 내각 차원에서 시간을 갖고 전문가,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판단해야 옳았다. 앞으로 국회 입법 과정에서 종합적인 재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김대기 前 청와대 정책실장·단국대 초빙교수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14/20181014015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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