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HOME > 함께 만드는 이슈 > 칼럼
포퓰리즘의 슬픈 탱고이종화 | 2018.09.27 | N0.342
포퓰리즘 적폐가 오래 쌓이고
국제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아르헨티나는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도 인기영합보다 멀리 보고
재정건전성과 구조개혁 힘써야
미래의 비극을 피할 수 있다


탱고는 열정적이고 낭만적이다. 그러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탱고는 ‘춤추는 슬픈 감정’이다.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에서 탱고는 그런 기억으로 남는다.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가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고 물가상승률은 30%에 달한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5%다. 수출이 부진해 무역적자가 계속 쌓였고, 대외부채가 외환보유액의 다섯 배를 넘는다. 올해 6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페소화 가치가 계속 하락했다. 통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지난달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세계에서 가장 높은 60%로 인상했다. 
  
2015년 집권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재정지출 삭감, 연금개혁, 보조금 축소, 수입개방, 노동시장 개선 등 경제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단체의 시위가 격렬했다. 원유가 인상으로 수입 비용이 상승하고,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해외 자본이 떠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전 정부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적폐 때문에 개혁을 추진하고 성과를 내기가 힘들었다. 구조개혁을 소홀히해 경제가 외부 충격에 너무 취약했다. 
  
아르헨티나는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2003~2007년)과 부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2007~2015년)이 연이어 12년을 집권했다. 2007년 퇴임 시 네스토르는 지지율이 높았지만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연임하면 다시 출마하지 못하므로 부부가 번갈아가면서 집권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퇴임 후 네스토르는 집권당 대표를 지내면서 국정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실권자였다. 그러나 2010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네스토르가 집권한 2003년부터 세계 식량 가격이 계속 올라 곡물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는 호황을 맞았다. 네스토르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연금 지급을 확대하며 전기, 가스, 교통 보조금을 올렸다. 크리스티나도 집권 후에 복지 지출을 계속 늘렸다. 공공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민간 기업들을 국유화하는 등 국가가 시장에 심하게 개입했다. 
  
크리스티나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니콜라스 마두로,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와 함께 남미의 포퓰리즘을 대변하는 정치 지도자였다. 기득권을 비판하고 선심성 지출을 늘렸다. 배타적 민족주의 성향이 강해 미국 등 서구 국가들과 외교 마찰이 심했다.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며 서민들을 위한 지도자를 자처했다. 그러나 키르치네르 부부는 재임 동안 광범위하게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아 왔다. 최근 전직 장관의 운전기사가 대통령 사저로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돈가방 배달 내역 장부가 입수됐다. 크리스티나는 뇌물죄로 기소됐다. 
  
키르치네르 부부의 12년 장기집권은 아르헨티나 탱고의 마지막처럼 슬픈 여운을 남겼다. 국민들은 오랜 기간 선심성 정책에 익숙해져 고통스러운 개혁을 원하지 않았다. 재정과 통화 남발로 물가가 계속 상승했다. 풍부한 자원에만 의존한 채 새로운 산업의 발전을 등한시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지 않아 아르헨티나 경제는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해졌다. 세계 곡물 가격이 2014년부터 급락하면서 무역적자가 늘고 경제성장률이 하락했다. 창고가 거덜난 경제는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국가 부도 위기를 맞고 IMF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보다 경제 규모가 크고 첨단 수출산업이 발전했다. 그러나 성장 잠재력이 계속 하락하고 복지 지출을 비롯한 정부 지출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아 국제경제 환경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는 아르헨티나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외부 충격에 잘 대비해야 한다. 몇 년 내로 세계경제에 큰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서 손을 맞잡았다. 앞으로 북·미 관계가 개선되고 대북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남북 경제협력에 필요한 정부 재원도 상당한 규모에 달할 것이다. 독일의 경우 갑작스러운 통일 이후 서독은 매년 국내총생산의 4% 정도를 10년 이상 동독에 쏟아부었다. 
  
한국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으로 선심성 지출을 너무 늘려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고, 구조개혁을 등한시해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면 미래 세대가 어떤 고통을 겪을지 알 수 없다. 멀리 보아야 한다. 당장의 인기보다 미래에도 지속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경제정책을 해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부채를 줄이며 국가의 곳간을 튼튼히 하고 체질을 개선해 세계경제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잘 대응하도록 준비해야 미래에 아르헨티나의 비극을 피할 수 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2999792

  • facebook
  • twitter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