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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이펙트김황식 | 2018.08.08 | N0.334
일곱 살의 미국 소년 니컬러스는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방을 여행하던 중 강도의 습격으로 머리에 총상을 입고 뇌사 상태에 빠집니다. 니컬러스의 부모는 외국 여행 중에 당한 황망한 사건 가운데서도 니컬러스의 심장, 신장, 간, 췌장 등 장기와 각막을 네 명의 청소년을 포함한 일곱 명의 이탈리아 사람에게 기증합니다. 니컬러스는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선물한 것이고 평소 로빈 후드의 의로운 활약을 좋아했던 니컬러스의 뜻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이탈리아, 미국은 물론 온 세계가 감동하며 그 내용을 앞다투어 보도합니다. 니컬러스 부모를 위로하고 감사와 조의를 표하는 전화, 전보와 편지가 호텔에 쇄도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호텔을 찾아와 부둥켜안고 웁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는 미국으로 귀국하기 전에 훈장을 수여하고 싶다며 시간을 내달라고 요청하고, 총리는 간담회를 갖기를 희망하며, 로마 시장은 선물을 증정하겠다며 니컬러스가 생전에 좋아했던 것을 물어 왔습니다. 이런 일들을 위해 그들이 탈 로마행 비행기는 기수를 되돌려 시간을 놓친 그들을 태웠고 승객들은 박수로 그들을 맞이합니다. 이탈리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쇼에 출연했을 때 사회자는 눈물을 보이며 진행하고 방청인들도 눈물을 훔치며 대담을 지켜봤습니다. 스칼파로 대통령은 훈장을 수여하며 그들의 용기를 찬양하고 대통령 전용기를 제공해 귀국하도록 했으며 가끔 말썽을 일으키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그들을 안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니컬러스의 시신은 며칠 후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그들은 그 후 각종 상을 수상하기 위해 수차례 이탈리아를 방문했습니다. 어느 상패에 적힌 "당신들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슬픔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품위 있게 이겨냈을 뿐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비극을 이탈리아와 전 세계에 용기와 인류애를 전하는 모범적인 계기로 승화시켰습니다"가 이탈리아 사람들의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어느 주교는 수상을 위한 초청을 하면서 "이탈리아 전체를 위한 정화와 화해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일로 장기 기증자가 급격히 증가하였을 뿐 아니라 사랑의 심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은 이것을 l`effetto Nicholas(니컬러스 효과)라고 불렀습니다. 미국에서도 이탈리아에서와 같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이처럼 장기 기증은 사랑의 실천행위입니다. 장기 이식 관련 의술이 발달하고 장기 기증자가 늘어남에 따라 장기 이식을 통해 새 생명을 얻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빠른 속도로 이식 대기자가 늘고 있어 장기 이식만을 기다리다 죽음을 맞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2017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장기 이식 대기자가 약 3만명에 이릅니다. 장기기증운동이 더욱 활발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를 위하여 다양한 노력이 행해져야 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기증자와 그 유가족을 예우하고 돌보는 일입니다. 기증자 유가족은 갑작스러운 사별로 인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으며 사랑하는 가족의 부재로 인해 심적 고통을 겪습니다. 이를 치유해 유가족의 조속한 사회 복귀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심리치료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와 별도로 유가족과 이식 수혜자가 함께 만나 아픔을 공감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것도 효과적인 치유방법입니다. 기증자 유가족, 이식 수혜자, 유관기관 관계자, 기증 서약자들이 `생명의 소리 합창단`을 만들어 합창연습을 하고 공연도 하는 것도 치유방법의 하나입니다. 이런 일을 뒷받침하는 `한국기증자유가족지원본부`를 발족하면서 저에게 동참을 권유했습니다. 저는 장기 기증 활성화 필요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부끄럽지만 조금은 귀찮다는 생각에 사양하다가 거듭된 설득에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20대의 꽃다운 딸을 교통사고로 보내고 장기를 기증한 뒤 술로 나날을 보내다가 합창단에 참여해 비로소 마음을 다잡은 아버지, 그는 본부 발족에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출연합니다. 기증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수혜자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증자 유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부산 등 지방에서 올라와 참여합니다. 이 땅에 이렇게 작은 천국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에 동참하고, 장기 기증 확산에 작은 역할이라도 하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492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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