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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과 한반도 생존을 위한 국가대전략최중경 | 2018.05.21 | N0.322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던 고(故) 스티븐 보즈워스는 "한반도가 통일이 되어도 미군은 한반도에 주둔할 것"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가 커서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를 포기할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미국에 한반도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녔을까. 역사상 미국은 한반도를 세 번 버렸다.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조선을 일본에 주었고, 1945년 얄타회담에서는 한반도를 38도선을 경계로 둘로 쪼갰고, 1950년에 애치슨 국무장관이 미국의 태평양방위선에서 한반도를 제외해 6·25전쟁의 빌미가 됐다. 

한반도의 절대 불변적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원거리 정밀타격전 중심으로 전쟁 양상이 바뀌는 추세를 감안하면 동북아 교두보로서의 군사적 가치도 예전만 못하다. 


미국에 한반도는 일본을 지키기 위한 전초기지다. 

중국의 군사적 굴기에 따른 위협에 직면한 미국이 일본, 인도, 호주를 핵심 안보 파트너로 선정한 걸 보면 미국의 속내를 알 수 있다. 

미국은 이해타산에 따라 한반도를 포기할 수 있다.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감축할 때 의회의 동의를 얻게 한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결의안 행간에서도 읽힌다. 


주한미군의 존재는 우리에게 유리한가. 이 질문에 대한 반응은 여러 가지다. 

'주사파'는 주한미군을 통일방해 세력으로 보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보수진영에서는 주한미군을 전쟁억지 세력으로 보고 주한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주한미군의 존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통일이 되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의 위험이 존재하지 않을 것인가. 역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준다. 

한반도에 통일정부가 있을 때에도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강성해지면 어김없이 침략을 당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 일본, 러시아는 인구, 생산력, 군사력 측면에서 통일한국보다 월등한 위치에 있고 한반도에 대한 영토 야욕을 드러낸 전력이 있는 나라들이다. 


통일한국은 혼자의 힘으로 주권을 지키기 쉽지 않은 상황에 노출된다. 

주한미군의 존재와 한미 군사동맹은 동북아에서 힘의 균형을 이룸으로써 통일한국이 주권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미 군사동맹이 없으면 힘에서 밀리는 한반도는 주변 패권국가에 종속되거나 주변 3국에 의해 분할 통치될 수도 있다. 

유럽의 역사를 보면 폴란드처럼 당당한 민족도 3세기에 걸쳐 120년이 넘는 오랜 기간 이웃 3개국에 분할돼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 아픔을 겪었다. 


정부 일각에서 '한반도에 평화협정이 맺어지면 주한미군이 주둔할 명분이 없다'는 견해가 제기돼 논란을 일으켰다. 

미래에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앞날을 논하는 것은 신중한 자세가 아니다. 

'남북 대결 상태의 종식=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라는 전제도 허약하고, 평화협정이나 불가침조약이 맺어진다 해서 평화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는 것도 자기기만이다. 

독소불가침조약, 베트남평화협정이 헌신짝처럼 쓰레기통에 들어간 사실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통일돼도 주변을 압도할 만한 강국이 되기 어렵다. 

주변 강대국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 인식의 토대 위에 한반도 생존을 위한 국가대전략(Grand Strategy)을 세워야 한다. 

주한미군의 존재는 한반도의 국가대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주한미군이 동북아의 세력 균형을 잡는 역할을 가볍게 생각하는 그룹은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한다. 

한반도의 군사적 역량은 주변 3국과 비교할 때 어떤 위치에 있는가. 주변 3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토 야욕을 포기했는가. 남북 대결이 종식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0인가. 한반도가 통일된 후에도 안보협력을 강화해 주한미군이 미국의 동북아안보전략 필수 요소가 되도록 하면서 긴밀한 산업협력도 모색해 미국이 한반도에서 지켜야 할 국익을 상당한 수준으로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mbnmoney.mbn.co.kr/news/view?news_no=MM1003209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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