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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의 데자뷔이종화 | 2018.05.10 | N0.320
지난 1년 경제 성과는 미흡하고
대외 경제 환경은 불확실하다
10년 전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좋은 정책들을 잘 조합하고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10여 년 전의 기억은 씁쓸하다. 모든 것이 잘 되는 줄 알았다. 경제도 외교도 그만하면 성과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지 못했다. 닥쳐올 변화에 잘 대비하지 못했다. 
   
2007년은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성장률 5.5%, 소비자물가 상승률 2.5%, 경상수지 118억 달러 흑자로 거시지표가 좋았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종합주가지수는 처음으로 2000을 돌파했다. 그해 10월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만났다.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3자 또는 4자 정상이 만나기로 합의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한다고 했다.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의 정상회담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정상회담의 성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오면서 원-달러 환율이 900원으로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이때 세계 경제는 이미 내리막길이었다. 미국에서는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의 주택담보 대출과 관련된 신용 파생상품이 부실해졌다. 금융기관의 부실 규모가 커지고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본격화했다.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파급됐다.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세계 무역량이 줄면서 전 세계가 동반 침체를 겪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높아 더욱 힘들었다. 2008년 3월 국제유가(WTI유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물가가 오르고 내수는 침체됐다. 경제성장률은 2008년 2.8%,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였고, 경상수지 흑자는 32억 달러로 급감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11월 1500원을 넘었다. 2009년은 경제성장률이 0.7%였다. 

지금 세계 경제는 다시 불확실하고 위험 요인이 많다. 4월에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를 돌파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로 외환과 재정 상황이 취약한 신흥국들에서 환율이 급상승(통화가치 하락)했다. 통화가치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금은 더 빠르게 빠져나갔다. 아르헨티나는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것이다. 앞으로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채권 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와 무역마찰은 세계 경제의 여전한 위협 요인이다.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에서 양국은 중국의 무역흑자 축소와  첨단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 축소 등 핵심 분야에서 타협을 보지 못했다. 
   
유가는 2016년 2월 배럴당 26달러의 최저치에서 계속 상승했다. 최근 이란·베네수엘라 등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가파르게 상승해 70달러를 넘었다. 
   
지금 한국 경제의 대외 환경은 10여 년 전보다 낫지만 앞으로 고금리·고유가가 지속되고 통상 환경이 악화되면 타격이 클 수 있다. 2008년의 세계 경제 위기는 주요 국가들이 힘을 합쳐 무역 개방과 재정·금융 정책 공조로 타개했다. 이제는 자국 우선주의와 미·중의 패권 경쟁으로 과거와 같은 국제 협력이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 1년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들은 남북대화를 비롯한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청년실업률은 높고 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이 좋지만 반도체에 너무 편중되고 증가 속도가 둔화되면서 4월에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였다. 주력 수출산업들이 고기술의 선진국과 저비용의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돼 활력을 잃고 있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대화 못지않게 경제에서 할 일이 많다. 대외환경 변화에 재정·금융·통상 정책들을 잘 조합, 대응해서 경제 안정과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취약 부분을 미리 개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체질을 꾸준히 강화해 외부 충격에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계속 높여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의 장기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혁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내수산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대내외 상황에서 10년 전의 데자뷔가 보이는 게 불안하다. 그때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심기일전해 좋은 정책으로 경제가 재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22609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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