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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막는 ‘악마의 대변자’ 이종화 | 2018.04.12 | N0.314
포퓰리즘은 민주주의를 해치고
장기에 경제적 비용을 높인다
모두를 위한 통합의 정치와
효과가 지속될 정책 만들려면
외부 비판에 귀 기울이고
정권 내부에도 비판자 있어야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으로 로런스 서머스를 임명했다. 서머스는 28세에 하버드대 경제학과 최연소 종신교수가 되어 천재로 이름을 날렸고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역임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 서머스의 역할 중 하나는 백악관 회의에서 토의할 때 반대 입장에서 질문하는 ‘악마의 대변자’였다. 어떤 정책이 긍정적인 효과만 과도하게 포장하지 않는지, 국민의 이름을 팔아 특정한 집단이 이득을 취하는 것은 아닌지, 같은 예산으로 더 효과가 큰 정책을 할 수 있는지 검증했다. 대통령은 뛰어난 전문가를 옆에 두고 신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기간에 경제위기를 극복했고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세계는 지금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시대다.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에 불만이 쌓이고 부패한 기득권에 실망한 국민은 포퓰리즘을 원한다. 이념과 상관없이 좌우에서 포퓰리스트들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기득권층과 엘리트를 비판하고 선심성 정책들을 쏟아낸다. 베네수엘라의 극좌 포퓰리즘 정부는 무상교육·무상의료·저가주택 등 선심성 복지정책을 계속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극우적인 이민 배척과 보호무역주의로 대중에 영합한다. 유럽에서도 폴란드·헝가리·터키 등 곳곳에서 포퓰리스트들이 권력을 잡았다. 
   
포퓰리스트들은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로 인기를 얻는다. 베네수엘라의 전 대통령 차베스는 서민의 걱정거리를 들어주는 방송 프로그램 ‘안녕, 대통령!’을 매주 직접 진행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주류 언론을 비판하고 트위터를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한다. 과거 오스트리아의 극우 정치인 외르크 하이더는 길거리에서 지지자들에게 돈을 직접 나눠줬다. 
   
얀 베르너 뮐러 프린스턴대 교수는 저서 『누가 포퓰리스트인가』에서 포퓰리스트들은 오로지 자기들만이 정당한 국민의 대표자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했다. 저서에 따르면 포퓰리스트들은 집권 전에는 기득권층을 부패하고 부도덕하다고 비난하고 ‘국민(대중)’은 이들과 반대되는 선량한 동질적인 집단으로 설정한다. 그러나 집권 후에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고 정치적 경쟁자는 본질적으로 정당성이 없으며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자는 진정한 국민이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그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는 반(反)민주적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자신은 항상 정당하다고 생각해 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당당하고 법과 규범을 무시한다고 했다. 언론인과 학자를 투옥하고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을 가혹하게 탄압하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우리가 국민이다. 당신은 누구냐?”라고 외쳤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 물꼬를 텄다. 권위적 문화를 청산하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면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목표로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고,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만이 국민을 대표하고,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포퓰리즘의 성향을 보이면서 협치와 통합의 정치는 이루지 못하고 있다. 과거 정부의 ‘적폐’를 단죄할 때는 엄정하지만 자신의 과오에는 ‘내로남불’인 경향을 보인다.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엄밀한 검증 없이 정부 예산을 퍼줘서 임금을 높이고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땜질식 경제정책이 많아졌다. 에너지·부동산·교육 분야에서도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하려는 정책들로 혼란이 있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임금을 높이고 복지지출을 급격히 늘리는 포퓰리즘 정책들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낮추고 미래의 재정 부담을 크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직은 재정 여력이 있지만 선심성 지출이 너무 많아지면 국가의 곳간에 문제가 생긴다. 세계 통화를 보유한 미국과 같은 국가가 아닌 이상 계속 낭비적 지출을 하면 정부 재정과 외환보유액의 제약 때문에 재정위기, 외환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미·중의 세계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외 환경이 매우 불확실하다.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온 국민이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통합의 정치를 하고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혁하는 좋은 정책들을 만들어야 한다. 외부의 건설적인 비판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정권 내부에도 오바마 정부의 서머스처럼 포퓰리스트들을 견제하는 ‘악마의 대변자’가 필요하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22528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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