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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과 한반도 평화최중경 | 2018.02.05 | N0.306
평창동계올림픽이 곧 열리지만 축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후 한반도가 어떤 상황을 마주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물꼬를 튼 남북 대화의 내용이 문화·체육 교류에 한정되는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 미국 간 대화가 중재되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북·미 간 대화가 중재되지 않는다면 평창올림픽 폐막은 공격개시선에 미군 전력이 전개되는 신호탄이 되고, 북핵 문제가 빠진 남북 대화는 공격 개시를 정당화할 명분 축적의 종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격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북한 장거리 핵·미사일 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이다. 한반도 전쟁은 미국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미국의 신무기들을 실전 테스트하고 오래된 재고 무기를 소모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을지도 모를 한반도 전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전쟁 피해의 범위와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 민족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훗날 역사의 평가를 받으려면 이 국면에서 평화 공존을 이끌어내는 외교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문재인정부도 역사에 긍정적 이름을 남기려면 북한과 미국을 잇는 막후 중재자 역할에 올인해 성과를 내야 한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지 역사와 민족의 이름으로 묻는다. 전쟁 방지를 위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에 적폐 청산, 편가르기 게임에 함몰돼 손 놓고 있다. 재앙이 오면 역사에 인조와 고종을 합성한 최악의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역사를 기록할 후손들의 존재조차 불확실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으니 분발하기 바란다. 

북한은 대미 협상을 요령껏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남한 당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북한 당국에 제대로 설명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다. 북한 당국이 사안의 위중함과 급박함을 이해하면 국면 타개를 위한 평화 공존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북한 외교부 부부장 김계관이 북한이 미국을 위해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모호하지만 의미 있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중국과 북한 사이에는 영토 주권을 놓고 팽팽한 긴장이 존재한다. 중국은 국책연구사업인 동북공정을 통해 북한이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을 공공연히 할 뿐 아니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 과정에서 10분을 할애하며 역설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공개했으니 북한이 중국의 영토 야심을 경계하며 날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김정남 암살은 중국이 그를 내세워 북한으로 진입하는 길을 막은 방어적 조치다. 

미국은 북한이 언제나 미국 반대편에 선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균형 잡힌 시각에서 평화 공존을 논할 수 있다. 현실성은 없지만 미국이 북한을 우호세력으로 만든다면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략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클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은 어려운 과제이나 발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Kopernikanische Wendung)`이 해법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한반도 전쟁 위기 국면은 햇볕정책 지지세력의 역사적 의미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강대국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한 채 북한 붕괴가 통일 대박의 시작이라 믿었던 순진무구한 발상도 문제지만, 남북 대화가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을 막는 방패가 된다는 생각도 턱없는 희망사항이다. 미국은 한반도와 체급이 다르며 세계를 이끄는 패권국가다. 자존심 상해도 미국의 뜻에 맞춰 행동해야 전쟁을 막을 수 있음을 남북 모두 인정해야 한다. 무모하게 죽는 것보다 굴욕을 참더라도 살아서 내일을 도모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한반도 전쟁은 남북 모두에 재앙이다. 전쟁이 끝나면 G2가 정하는 운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거덜 난 한반도의 북쪽은 중국, 남쪽은 미국을 대리한 일본의 관리를 받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피를 토할 것만 같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80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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