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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의 아버지, 헬무트 콜 총리김황식 | 2017.06.19 | N0.255
지난 토요일 아침 잠자리에서 빈둥거리고 있던 저에게 아내가 "독일 콜 총리가 돌아가셨다고 TV 자막에 나오네"라고 전해주었습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이내 허전한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위대한 정치가 한 분이 떠나고 이렇게 한 시대가 지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독일 통일 당시 대통령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외교장관 한스디트리히 겐셔에 이어 독일 통일의 아버지인 헬무트 콜 총리까지 떠나갔습니다. 

한편 콜 총리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에 애잔한 생각이 남습니다. 독일 통일을 이룩한 위대한 정치가였지만 그의 말년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가정생활이 평탄하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난치병 때문에 불행하게 세상을 떠났고 자신은 병마에 시달렸습니다. 정치자금 스캔들에 휩쓸렸을 때에는 자신이 발탁하여 정치적 양녀로 삼았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로부터 배신에 가까운 비판을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의 업적을 생각하면 더 행복한 만년을 보냈어야 함이 마땅한데도 그렇지 못하여 안타깝습니다. 

콜 총리는 1982년부터 1998년까지 16년간 총리를 지냈습니다. 종전 후 독일 최장수 총리입니다. 재임 중 통일을 이루었고 통일독일의 초대 총리의 영광을 누렸습니다. 1969년부터 1976년까지는 라인란트팔츠주 총리를, 1973년부터 25년간 기민당 총재를 지내기도 하였습니다. 총리 재임 16년 동안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의 겐셔 외교장관과 팀을 이루어 일하였습니다. 그들은 사민당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그대로 계승하였습니다. 이들의 엄청난 경험·경륜과 넓은 도량이 있었기에 독일 통일은 가능했습니다. `정치인은 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기회가 오면 그의 외투 자락을 잡아채어 뜻을 이루어야 한다`는 비스마르크의 말을 그들은 그대로 실천한 셈입니다. 

1989년 11월 9일 동독 정부의 정치국 대변인 귄터 샤보브스키의 기자회견 중 아름다운(?) 실수로 인하여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그날 폴란드를 방문하고 있던 콜 총리는 일정을 중단하고 독일로 돌아옵니다. 그때부터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활용하는 그의 노력은 시작됩니다. 그는 당장 독일 통일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11월 28일 하원에서 `독일과 유럽 분단 극복을 위한 10개항의 방안`을 제시하였지만 이는 먼저 동독의 정치, 경제와 사회개혁이 이루어지고 난 다음 동·서독 협력을 통해 국가연합적 조직으로 발전시키고 마지막에 통일을 이룬다는 3단계 방안이었습니다. 그러나 동독 주민들의 통일 열망이 점점 높아지자 그는 정치적 직관과 역사적 통찰력을 발휘하여 조속한 통일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됩니다. 문제는 동·서독 내부는 별도로 하더라도 전승 4개국의 협력을 얻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미국만이 통일된 독일이 나토에 잔류하는 것을 조건으로 통일에 찬성하였을 뿐 영국, 프랑스, 소련은 모두 반대하였습니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는 "우리는 독일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독일이 두 개 있으면 더 좋다"고 우스개까지 하면서. 이때부터 펼쳐지는 콜 총리와 겐셔 외교장관의 노력은 실로 피눈물 나는 그것이었습니다. 콜 총리의 자서전을 읽으면 그의 치열한 노력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아! 정치인이 이렇게 정치를 하며 애국을 하는구나`가 한마디로 말하는 저의 독후감입니다. 마침내 1990년 7월 15일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고향인 코카서스에서 열린 소련과 서독 간의 회담에서 독일 통일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독일은 10월 3일 완전한 통일을 이룹니다.

소련과 동구권의 개혁개방을 주창하여 결국 독일 통일에 도움을 주었던 고르바초프는 그다음 해에 실각하였으니 아슬아슬한 역사의 틈새에 이루어진 통일이었습니다. 그는 또한 자국의 강한 마르크화를 포기하고 유럽 단일통화(유로화)를 도입하도록 하여 유럽 통합에 크게 기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기에 독일은 물론 온 유럽의 지도자들도 지금 그를 `위대한 유럽인`이라고 칭송하며 87세를 일기로 타계한 그를 애도하고 있습니다. 통일을 이루고 평화로운 동북아시아를 만들어내어야 할 우리도 그를 애도하고 그의 업적을 잘 살펴 교훈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7&no=407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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