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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제도에 관한 몇 가지 생각김황식 | 2017.05.30 | N0.248

바야흐로 인사청문회의 계절입니다. 새 정부가 산뜻하게 출범하느냐는 정권 초기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성과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대부분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물론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등용시키거나 충실한 검증에 실패하여 문제를 자초한 것이 근본적인 이유지만, 인사청문회제도가 제도 본래의 취지와 달리 잘못 운영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인사청문회제도는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0년 6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의 국정수행능력이나 도덕성·청렴성 등을 검증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입니다. 지금까지 그 운영을 통하여 부적격한 공직 후보자를 걸러내고, 고위 공직에 진출하고자 하는 자로 하여금 늘 자신을 경계하며 모범적인 생활을 하도록 유도하는 순기능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운영이 본래 취지와는 달리 정파적 이해에 터를 잡아 공격 대 방어의 구도하에 진행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의혹을 무차별 제기함으로써 개인의 명예를 심히 훼손함은 물론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 풍조를 조성하는 역기능의 역할도 하였습니다. 급기야 인사청문회 부담 때문에 공직 취임을 주저하는 인재조차 늘어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18년간 여야는 정권교체에 따라 창의 역할도, 방패의 역할도 골고루 해보고 그 폐단을 경험하였을 것이니, 이제는 자기 합리화를 벗어나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청문회제도의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을 줄이는 노력을 원점에서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정권교체에 따라 입장이 바뀌어 지금까지와는 달리 한없이 관대하거나 준엄한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에 국민들은 허탈해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진행되는 인사청문회도 순탄할 것 같지 않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의 비리가 있는 사람은 고위 공직자로 임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였으나 현실적으로 이런 흠결이 조금도 없는 후보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과거에도 흠결이 다소 있더라도 나름대로 후보자의 소명이나 흠결의 경중을 고려,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공직 취임을 허용한 경우가 많았고 이것은 불가피한 조치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의 약속은 스스로 씌운 굴레가 된 셈이나 선거 과정에 나온 원론적인 천명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넘어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문 대통령께서는 진솔한 소통으로 야당과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고, 야당도 일단 지금까지의 기준과 방식에 따라 처리함으로써 새 정부 국정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협조하여야 할 것입니다.


인사청문회는 갈수록 깐깐해지고 후보자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정치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청문회와 관련한 국회 측의 역량이나 태도는 날로 강고해지지만 후보자들의 태도는 날로 왜소해집니다. 청문위원들과 맞서는 것은 자제하며 한없이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비결 아닌 비결이 전승되는 형편입니다.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고위 공직자 자신이나 정부의 신뢰를 위해 후보자들이 좀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도덕성·청렴성 등은 비공개적으로, 업무수행능력은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방식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후보자의 비위도 그 시기, 시대 상황이나 관행도 참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등 지금도 용인할 수 없는 엄중한 사안이 아닌 한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의 것이라면 관대하게 처리하는 것도 고려할 만합니다. 그 이전에는 그것들이 잘못된 것이기는 하지만 관행처럼 행해져 죄의식이 희박하였고 인사청문회 도입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7&no=359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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