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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이 남긴 숙제박재완 | 2017.03.27 | N0.221

'촛불'과 '태극기'의 에너지 하나로 모으려면
권력집중·단임제 부작용 완화할 개헌하고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간섭 줄여나가야

 
탄핵 심판이 마무리됐다. 3개월 넘게 광장에서 대치를 거듭해 온 ‘촛불’과 ‘태극기’도 이제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 주말에도 양측은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전직 대통령 구속을 놓고 서로 강경 주장을 쏟아냈다.


‘촛불’과 ‘태극기’가 상대를 향한 분노와 증오를 확대 재생산해선 안 된다. 각각에 깃든 애국심이 한층 성숙한 나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현돼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아래 대안들이 진지하게 모색됐으면 한다.


첫째, 차기 대통령은 당적을 포기하기 바란다. 그래야만 내우외환을 극복하고 선진국 진입에 꼭 필요한 해묵은 구조 개혁을 이뤄낼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선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피할 수 없다. 지금까지 눈치껏 통치권을 뒷받침해 온 검찰, 경찰, 국세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도 ‘최순실 사태’ 여파로 더 이상 대통령을 도와주기 어렵게 됐다. 이젠 대통령과 국회의 양방향 협치(協治)가 불가피하다. 당적이 없으면 대통령이 당리당략을 도모하거나 공천에 개입하려는 유혹이 사라진다. 국회에서도 ‘찬성을 위한 찬성’과 ‘반대를 위한 반대’가 충돌해 국정의 발목을 잡는 구태가 줄어들 것이다. 연정(聯政)을 하지 않아도 여러 정당 출신의 합리적 인사들이 내각에 참여하는 길도 열린다.


둘째,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과 단임제의 부작용을 완화하고 선거 빈도를 줄이는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최순실 사태의 줄기는 견제되지 않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었다. 대통령 자질과 리더십에도 흠이 있었지만 다원화된 국정 환경 및 진화한 발전단계와 동떨어진 제도가 문제를 증폭시켰다. 대통령 단임제로 국정 시계(視界)가 짧아지고 정책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도 떨어졌다. 잦은 선거는 구조 개혁의 걸림돌이며 표심의 정책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 늦어도 내년까지는 개헌이 이뤄지기 바란다.


셋째,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와 간섭을 줄여야 한다. 기업의 문화·스포츠재단 출연이 뇌물인지 준조세인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인지 경계가 모호하지만 그 배경은 정부의 영향력에 있다. 정부에 불투명한 재량이 없다면 출연의 반대급부든, 불응에 따른 불이익이든 파생될 여지가 없다. 우리는 압축 산업화를 이끈 ‘발전·조장행정’의 유산 때문에 시장에 맡길 사안조차 정부 개입을 당연시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상대비교성향이 강한 데다 자기책임원칙이 미흡한 틈새를 정부·입법만능주의가 메우고 있다. 이에 따라 폭주하는 정책 수요의 충족이 어려워지면서 그 부담을 기업에 떠넘기는 일이 잦다. 요컨대 최순실 사태의 뿌리는 ‘숨은 큰 정부’이고 그 토양은 정부와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 수준이다. 정부 입김의 축소보다 최순실 사태의 재발을 막는 더 나은 대안은 없다.
 

넷째, 수사 관행을 선진화해야 한다. 덴마크 검찰이 보여준 차분하고 엄격한 자세는 낯익은 우리 검찰의 모습과 뚜렷이 대별됐다.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법으로 금지된, 기소하기 전 피의사실 공표를 비롯해 피의자 명예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발표는 자제해야 한다. 피의자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밤새워 20시간 이상 조사하는 것은 가혹 행위로 비난받을 수 있다. 부르지도 못한 기업인들의 무더기 출국 금지와 수사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치도록 한 구속수사가 남용된 것은 아닌지 자성하기 바란다. 특검이 출범한 후 ‘태극기’의 세가 크게 불어난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다섯째,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도 빼놓을 수 없다. 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기초 사실조차 틀리거나 본질과는 무관한 사안을 침소봉대한 일이 적지 않았다. 쏠림은 위험하다. 언론의 균형추 역할이 절실하다.


박재완 < 성균관대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

<한국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본보기: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7032687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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