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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차 라디오·인터넷연설2013.01.07 | N0.768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1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첫 날 하얀 서설이 소담스럽게 내렸습니다. 예로부터 새해 첫 눈은 풍년이 들고, 상서로운 일이 생기는 좋은 조짐으로 여겨왔습니다. 국가와 여러분 가정 모두에 큰 기쁨이 함께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첫날 아침, 저는 언제나처럼 서울 동작동 현충원을 찾았습니다. 순백의 백설 아래 잠든 애국선열께 참배하면서, 국운융성의 큰 기운이 온누리에 펼쳐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근현대사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발전의 역사, 기적의 역사였습니다. 지난 달 문을 연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은 그 눈물겹고도 자랑스러운 ‘코리아 스토리’를 한편의 장편 서사시처럼 펼쳐 놓았습니다.


‘3.1독립선언서’나 우리 누이들이 밤새워 일하던 봉제공장과 다락방 같은 전시물 하나하나에 우리의 설움과 고뇌가 배어있고 희망과 의지가 묻어나는 살아있는 유물들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피와 땀과 눈물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이 많이 가봤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전시품을 둘러보면서, 정말 가슴이 뭉클했고, 또 한 편으로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60여 년 전, 오늘의 대한민국을 꿈으로조차 생각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은 280배 이상 늘었고, 무역은 3,000배나 커졌습니다. 원조 없이는 먹을 것, 입을 것조차 해결할 수 없던 우리가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습니다. 전후 독립한 최빈국 가운데 그런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이 모든 성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남의 것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오직 우리 손으로 직접 땀 흘려 일군 것이기에 더욱 값지고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선조와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우리 국민 모두에게 따뜻한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우리 국민이 큰 자긍심을 느끼는 국민 통합의 용광로, 젊은 세대가 내일을 꿈꾸는 미래 창조의 산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큰 영감과 용기를 주는 명소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사실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어느덧 다른 나라가 배우고자 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2011년 외국의 한 저명 잡지도, “한국은 오래 전에 세계가 주목하는 성장모델이자 신흥 강대국이 되었는데, 한국인들 자신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평가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게 우리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발전의 모델이자 국가부흥의 살아있는 꿈입니다. 우리가 한 때 그들과 같은 수준에서 출발해서, 이제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발전한 생생한 성공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도체나 자동차, 휴대폰 말고도 세계가 사고 싶어 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생각보다도 많습니다. 새마을운동이나 개발 노하우는 물론이고, 녹색성장이나 강 살리기도 우리 사례가 큰 호소력이 있습니다.


부정부패와 비능률을 제거하고, 깨끗하고 투명하며 효율적인 제도를 발전시켜 온 것도 세계적 귀감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한국 사례’가 되어 개발에 나선 여러 나라에게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하는 것이 다른 나라에게 귀감이 되고 용기를 주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도 더 힘써 노력해야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얼마 전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마무리했습니다. 5년 전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되었을 때, 일명 전쟁상황실, ''워 룸'' 이라고 불리는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비상한 심정으로 첫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매주 한번 빠짐없이 회의한 결과, 무려 145차례나 개최되어 제가 가장 많이 주재한 회의가 되었습니다.


정부 관계자와 경제 전문가는 물론 소상공인, 청년, 근로자, 기업인 등 민관이 함께 모여 누구나 거리낌 없이 자기의견을 토로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결론이 날 때까지,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논의할 때가 많았습니다.


회의 중 40% 이상은 현장에서 직접 열렸습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현장에서 답을 찾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른 아침 새벽시장부터 산업 현장까지,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기업활동과 서민생활이 살아 움직이는 현장을 찾아서, 그 목소리를 직접 듣고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때로는 소상공인, 영세상인들의 작은 애로를 현장에서 즉각 해결하는 것이 법률을 바꾸는 일보다 더 큰 도움이 됩니다. 대통령인 제가 직접 주재하고, 관계부처 장관과 책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에, 정책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극복해 온 것도 이렇게 정부와 민간이 뜻을 모아 함께 노력하면서, 신속하게 결정하고 곧바로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국의 저명한 외교 전문지는, 글로벌 경제 침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도약한 국가들 가운데 대한민국을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국가신용등급도 지난 5년간 OECD 국가 중 가장 많이 올랐고, 연구 개발비도 세계 2위 수준으로 높였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글로벌지수가 하락했는데, 우리는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그 원동력을 묻는다면, 저는 민관이 소통하며, 현장에서 답을 찾고, 묵묵히, 그리고 쉼 없이 달려온 ''비상경제대책회의 정신''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합니다.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에 전반에 이러한 정신과 문화가 좋은 전통으로 깊이 뿌리내리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위기 극복에 밤낮없이 땀 흘려 온 공직자, 기업인, 근로자, 그리고 모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작년 11월, 매우 기분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야 더 행복할까’를 조사한 결과가 영국 이코노미스트紙가 발행한 <2013년의 세계>라는 보고서에 실렸습니다. 미국, 독일이 16위이고 우리는 19위로, 일본, 프랑스, 영국보다도 앞섰습니다.


어려운 가운데 땀 흘려 일한 결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에서 태어나고 살게 된 것이 우리의 큰 보람이자 기쁨입니다.


국민 여러분, 날씨가 무척 춥습니다.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