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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시아를 공략하라!이명박 | 2018.02.23 | N0.159
먼저 아시아를 공략하라!

2010년 세네갈 IOC 위원을 만났을 때 그는 내게 조언을 했다. 
“저는 프랑스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께 조언을 드리자면, 한국이 아시아 IOC 위원들의 표를 얻지 못하면 또다시 2차 투표에서 질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지지를 반드시 얻어야 합니다.”

나는 그의 조언대로 중국과 일본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애썼다. 당초 일본은 다소 미온적인 태도였다. 그러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일본 역시 지지를 표명했다. 중국과 일본이 한국을 지지하자 아시아 국가들 모두가 한국을 지지했다. 그 조언이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아시아가 올림픽 유치를 위해 그렇게 단합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한 유럽의 표를 분산시키는 것도 주요한 전략이었다. 당시 유럽 몇몇 국가들은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전도 함께 벌이고 있었다. 한 표가 아쉬운 이들 국가들을 집중적으로 설득해 유럽 표의 결집을 막을 수 있었다.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이라는 우리의 올림픽 비전도 각국의 호응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동안 아시아는 동계올림픽에 있어 불모지와 같은 곳이었다. 따라서 올림픽 정신을 아시아와 세계로 확산시킨다는 의미가 함축된 이 비전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이라는 올림픽 정신과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2011년 2월 15일 평창 동계올림픽 실사단이 평창을 방문했을 때 나는 그 취지를 설명했고, 실사단으로부터 공감을 받았다. “아시아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60퍼센트에 달합니다. 한국이 201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다면 아직 동계스포츠를 접하지 못한 많은 나라의 국민들, 특히 아시아 국가의 국민들에게 동계스포츠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더반으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도 내가 맡은 3분의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목이 쉬도록 연습을 했다. 2011년 7월 3일, 더반 숙소 호텔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관련 내부 전략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나는 관계자들에게 이야기했다.
“IOC 위원들이 한국 사람들 참 끈질기다 할 거예요. 두 번을 떨어지고 세 번째에 온 국민이 이렇게 열성적으로 하는 나라가 어디 있겠어요.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어요. 우리가 이곳 더반에서 하늘을 움직여야 합니다.”

전략회의가 끝난 후 평창 동계올림픽 프레젠테이션 리허설을 하는 더반 리버사이드 호텔에 도착했다. 김연아 선수가 무대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연습 중이었다. 나도 올라가 프레젠테이션을 두 번 연습하고, 실제 순서에 따라 리허설을 펼쳤다.

리허설이 끝나자 이상화 선수와 최민경 선수, 이승훈 선수, 모태범 선수, 정준호 홍보대사가 들어왔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영웅들이었다. 이들을 비롯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의 우리 선수들의 활약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이후 본격적으로 IOC 위원들을 만나 설득을 시작했다. IOC 면담은 주로 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이 주선하고 함께 만났다. 공식 일정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쪼개 하루 10~11명을 만났다. 그냥 만나는 것으로는 의미가 없었다. 위원들의 약력과 인맥을 꼼꼼히 외워 관심사부터 이야기를 꺼내 지지를 끌어내고자 했다. 다행히 반응은 좋았다. 어떤 위원은 내 자서전을 들고 와 친필 서명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두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샌드위치로 끼니를 대신하며 바쁘게 3일을 보냈다.




2차 가면 위험, 1차에서 끝내자

총회를 하루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벌였다. 최종 자체 분석 결과 평창은 최소 48표에서 최대 64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과거 평창은 두 번 모두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하고도 2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따라서 나는 이번에는 반드시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차 투표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나는 2차 투표로 가서는 어려울 수 있다고 보았다. 남은 것은 프레젠테이션에서 IOC 위원들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였다.

나는 이미 목이 쉬어 있었다. 원래부터 기관지가 약한 데다 그동안 강행군을 하며 IOC 위원들을 만나고 남는 시간마저 프레젠테이션 연습을 한 결과였다. 참모들은 내 목 상태를 걱정했다. “목은 걱정할 것 없어요. 목소리가 갈라져도 진정성을 갖고 설명하면 감동을 줄 수 있어요.”

그것은 참모들에게 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내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었다. 2011년 7월 6일 12시 5분부터 45분간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됐다. 먼저 한국의 동계스포츠에 대한 열망을 소개하는 영상이 방영됐다. 프레젠테이션은 나승연 대변인, 조양호 위원장, 나, 김진선 특임대사, 김연아 선수, 문대성 IOC 위원,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 토비존슨 선수의 순서로 이어진 후 나승연 대변인이 마무리를 할 예정이었다. 모두의 엄숙한 표정에서 그간의 노력과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됐다. 한 사람 한 사람 열과 성을 다했다. 나역시 최선을 다했다. 후일 언론에서 ‘더반 대첩’이라 칭한 우리 국민의 염원이 담긴 이날 한국의 프레젠테이션은 IOC 위원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결정됐습니다.” IOC 위원들의 투표가 끝난 후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선언했다. 순각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참석자들 모두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1차 투표에서 총 95표 중 우리는 63표를 획득했다. 경합을 벌인 독일 뮌헨은 25표, 프랑스 안시는 7표에 그쳤다. 최종 예상 48~64표 중 최대치에 육박하는 득표였다. 특히 참석을 예상한 IOC 위원중 세 명이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것을 고려한다면 최대 목표보다도 더 많은 표를 얻은 셈이다.

좀처럼 감정을 내비치지 않던 이건희 회장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이 보였다. 그는 울먹이며 말했다. “국민 여러분이 이렇게 만든 것입니다. 평창 유치 팀들도 고생이 많았습니다. 특히 대통령이 열심히 하셨습니다. 저는 조그만 부분을 담당했을 뿐입니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모든 공을 주위로 돌리는 이 회장을 보면서, 나는 원포인트 사면으로 그가 그동안 평창 유치에 얼마나 큰 부담을 느끼고 마음고생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후 기자회견 자리가 있었지만 나는 곧바로 숙소로 돌아갔다. 평창 유치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대통령으로서 가슴 뿌듯한 일이었다. 숙소로 가는 도중에 응원 온 강원도민들이 묵고 있는 호텔에 들러 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하여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매우 공격적인 활동을 펼쳐 평창 유치에 크게 기여한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 대한항공이라는 세계 최고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부드러운 외교를 선보여 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조양호 회장 그리고 3차 도전에 불을 지핀 김진선 특임대사와 뒤에서 열심히 뛰어준 실무자들, 이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는 불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11년 7월 13일, 라디오 연설에서 나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이제 시작임을 국민에게 말했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대회 이후 시설 활용 방안을 잘 세워야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회 유치에 국민이 하나 되었듯이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도 우리 국민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우리가 목표했던 대로 환경 올림픽, 문화 올림픽, 경제 올림픽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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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리스트
  • 이충웅 2018-02-23 02:16:41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진정한 가치는? 시대유감 2011-07-08 09:30:08 193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투표결과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도시는......”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말을 멈추고 오륜마크가 그려진 하얀 봉투를 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대표단 100명은 물론이고 자정 늦은 시각까지 TV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극도의 긴장감에 침이 말랐다. 몇 시간 같은 몇 초의 시간이 지나고... 로게 위원장은 카드를 뒤집으며 입을 열었다. “평창~” 그 순간 대표단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서로 부둥켜안고 함성을 질렀다. 더반 국제컴벤션센터는 “짝짝~짝~짝짝” 박수소리와 함께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로 가득 찼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눈에선 감격의 눈물이 흐르고 이명박 대통령은 체통도 잊은 체 두 손을 번쩍 들며 “만세~”를 연방 외쳤다. 대표단의 눈은 모두 붉게 충혈됐고 TV를 지켜보던 국민들의 입에서도 “와~”하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무명의 설움을 딛고 당당히 3표차로 석패해 IOC 위원으로부터 “진정한 승자”라는 편지를 받았던 2003년 체코 프라하... 승리를 낙관했지만 러시아의 막판 공세에 역전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던 2007년 과테말라 과테말라시... 10여 년의 석패의 한이 눈 녹듯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 무엇이 평창의 쾌거를 만들어 냈나 평창 쾌거의 가장 큰 공로자는 누가 뭐래도 강원도민들이다. 2003년 평양과 평창을 구분조차 못한 체 첫 실사를 나온 IOC 위원들에게 강원도민들은 뜨거운 환영으로 평창을 각인시켰고, 이후 한 마음 한 뜻으로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염원했던 ‘강원도민의 힘’이 이번 쾌거를 가능케 한 것이다.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벗고 뛴 사람들의 공로도 컸다. 지구를 22바퀴나 돌며 눈물겨운 발품을 팔아왔던 김진선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특임대사, 노무현 정권 시절 사법조치로 IOC 위원 자리를 스스로 내 놓았으나,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조치와 함께 ‘평창특명’의 과제를 부여 받고 IOC 위원장에 복귀해 평창 유치에 큰 힘을 실었던 삼성 이건희 회장,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 본업을 제쳐두고 평창 유치에 올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IOC 동료 위원들을 집요하게 설득하여 평창유치에 힘을 실었던 문대성 IOC 위원 등, 그들의 힘이 없었다면 평창의 쾌거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에서 빙상의 볼모지였던 한국에서 태어나 피겨여왕이 된 자신의 이야기로 IOC 위원들을 감동시킨 김연아 선수도 평창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에는 동계 종목에 유망한 어린 선수들이 많지만 훈련 시설이나 경기장, 아이스링크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2018년 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린다면 더 많은 시설이 생겨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김연아 선수의 호소는 IOC 위원들의 표심을 흔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노력도 눈물 겨웠다. IOC 위원들에게 개인적인 관심사항과 친분관계를 반영한 서한을 한글원본과 함께 해당국 언어로 전달하여 위원들을 감동시켰고, IOC 위원들과의 전화통화에 이 대통령은 심혈을 기울여 왔다. 또한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목이 아플 정도로 연습을 하는 등, 이 대통령은 ‘CEO 출신’의 장점을 살려 평창 유치에 큰 힘을 보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는 ‘국격의 상승’이다. 두 번째 고배를 마셔야 했던 2007년과 비교하면 현재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괄목할 만큼 높아져있다. 2009년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은 세계경제회복에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고, 2010년 10대 무역대국에 진입하여 경제적 위상을 높였다. 또한 같은 해 G20 의장국으로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은 높아졌고 바로 그 힘이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진정한 가치는? 산업연구원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타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동계올림픽 평창유치로 발생되는 경제적 효과는 전국적으로 20조원에 이며 23만명의 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고 한다. 경기장 및 교통 인프라 건설분야에서 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되며, 19만 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예상되는 가운데 관광산업 및 티켓 사업 등에서도 큰 수익이 창출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유치를 통해 발생되는 경제적 효과는 1988년 서울올림픽의 5배, 2002년 한일월드컵의 2배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경제적인 요소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 88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은 경제적 성과를 능가하는 무형의 가치를 우리 국민에게 선사했다. 그것은 국민의 자부심을 높이고 하나되는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와 이념, 계층간의 갈등으로 온통 사분오열되어 비틀거리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분열된 우리사회를 봉합하고 국민화합의 장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가치는 없을 것이다. 지금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화합된 국민의 하나 된 힘이기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그러한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뉴스톡(www.newstalk.kr)에 올린 칼럼입니다.
  • 이충웅 2018-02-23 02:18:35 댓글 수정이 안되어 띄어 쓰기가 안되었습니다 2011년 박용석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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