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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이명박 | 2018.01.01 | N0.148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조그마한 회사의 수위로 일하실 때였다. 아버지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늘 회사를 걱정하셨다. “회사가 힘들어 큰일이야. 회사가 넘어가면 안 되는데…….”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어린 마음에 회사에서 큰 직책을 맡은 것도 아닌데 저러실 이유가 있나?’하고 의아해했다. 그런데 결국 그 회사는 문을 닫았고 아버지는 일자리를 잃었다.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직장을 잃고 나니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은 더욱 쪼들리게 됐다. 그제야 나는 아버지가 왜 그토록 회사 걱정을 하셨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리 좋은 복지정책도 안정된 일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 결국 최선의 복지는 기업을 육성해 건강한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복지예산도 대부분 기업 활동에서 비롯된 세금으로 충당된다. 기업이 사라지면 일자리도 복지예산도 사라진다. 민생과 복지를 위해서도 기업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1970년대 석유 파동 때도 나는 기업인으로서 힘든 경험을 했다. 멀쩡한 기업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없어서 문을 닫는 모습을 많이 봤다. 경제위기 때는 회사가 수익을 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돈이 돌지 않아 도산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가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수록 은행들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므로, 그로 인해 기업들은 불황으로 인한 매출 부진과 유동성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나는 조금만 도와주면 회생할 수 있는 기업들이 유동성 부족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갖게 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우리 기업들의 경영지표는 급격히 악화됐다. 은행들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한 중소기업 대출을 우선적으로 줄였다. 2008년 하반기 부도업체 수는 전년 동기보다 30퍼센트나 증가했다. 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리자 대출연체율도 급격히 상승했다.

 

부도 기업이 늘어나면서 실업률도 치솟았다. 기업들이 훈련비용이 많이 드는 청년층 고용을 기피하자 청년 실업률이 크게 상승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신속히 확대했다. 2008년에는 3조원, 2009년에는 6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정부가 기업의 신용을 보증하는 보증지원 규모도 대폭 늘렸다. 2011년 보증지원 규모는 전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에 비해 58퍼센트 증가된 699,000억 원 수준이었다.

 

그러자 신용보증재단(신보)과 기술신용보증기금(기보)의 업무량이 폭주했다. 기존 직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퇴직한 직원을 다시 불러 업무 지원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기업을 살리기 위한 과감한 자금 지원

 

200949, 서울신용보증재단 영등포 지점에서 제14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었다. 기보의 진병화 이사장이 말했다. “이번 일사분기에 기보는 창립 이래 가장 많은 보증을 했습니다. 직원들은 휴일도 반납하고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뿐 아니라 신보도 그렇고 모두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나는 기보와 신보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돈을 빌려 쓰는 사람이 더 힘들지, 여러분은 주는 사람들이잖아요. 안 그래요? 우리가 세상을 살다보면 돈 주는 것으로 바쁜 것처럼 신나는 일이 없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내 농담에 회의장에는 웃음이 터졌다. “보증기관 직원들이 굉장히 힘든 건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우리 이사장들이 잘 격려해주세요. 그리고 일이 많다 보면 직원들이 돈 빌리러 오는 사람들에게 짜증을 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일이 없도록 교육을 잘 시켜주시기 바랍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약한 사람이 더 힘듭니다. 말과 표정에서부터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 중요해요.”

 

후일 안택수 신보 이사장은 세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우리 보증기관들의 역할과 관련하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세계 금융위기 때 OECD 국가 중 가장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한 나라는 한국입니다.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해보니 신보의 기능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보증기관들이 선제적이고 과감한 지원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 경제는 지금처럼 빠르게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안 이사장에 의하면 신보 직원들은 보너스도 줄어들고 연봉도 동결된 상황에서 당시 평소보다 두 배 더 일했다고 한다. 직원들의 불만이 싹트자 안 이사장은 우리는 공공기관인데 일반 사기업처럼 하면 되겠습니까? 애국심을 갖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우리 기업들의 대외채무 지급보증도 강화했다. 외환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들이 수출환어음 매입 등을 기피하면서, 기업들의 수출에 지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될 우려가 있었다. 이를 막고자 20096월 말까지 국내은행들이 해외로부터 차입하는 외화자금에 대하여 1,000억 달러를 한도로 정부가 보증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200811월 남미를 순방할 때였다.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LG전자 남용 부회장이 내게 건의했다. “해외 주요 거래선들에 대한 외국보험사들의 신용한도 축소 또는 전면 회수로 우리 기업들이 매출 확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출보험을 확대해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귀국 후 수출보험공사에 이 문제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200910, 남용 부회장이 청와대로 편지를 보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유럽 등 경쟁업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 동안, 우리 기업들은 수출보험공사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국가별로 많게는 시장점유율을 두 배 이상 높이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남 부회장은 전략 거래선의 대부분이 위기를 극복해 각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함에 따라 한국 기업의 든든한 파트너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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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충웅 2018-01-01 07:01:34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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