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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을 걷어내니 거래가 실종되다이명박 | 2017.12.29 | N0.147

거품을 걷어내니 거래가 실종되다

 

정 장관이 대답했다. “저도 주택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집값 하락을 놓고 정치권의 공격이 거셉니다. 정부가 집값을 낮추어 지지표가 떨어져 나간다고 합니다.”

 

정 장관의 이야기를 듣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정치권이 집값 오를 때는 가만있다가 조금 떨어지니까 야단법석이네요. 서민들 입장에서는 아직도 집값이 많이 비싼데 말입니다.”

 

나 역시 윤 장관의 의견에 동의하며 말했다. “국회의원들이야 지역구에만 가면 아파트값 떨어졌는데 여당이 뭐 하느냐는 소리를 들으니 그렇겠지만, 나는 표를 좀 잃더라도 제대로 가는 게 좋다고 봐요. 정부가 정치권의 소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자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또 다른 문제를 거론했다. “문제는 거래 실종입니다. 실거래가 위축이 되니 새로 아파트에 입주하려고 분양을 받았는데 기존의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이사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사람들은 투기 목적이 아닌 주거 목적으로 집을 매매하려는 사람들입니다.”

 

백용호 정책실장이 그 이유를 이야기했다. “사상 처음으로 집값이 떨어지니 추가로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주택 구입을 미루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동산 거래가 실종되고 있습니다. 또 집값 하락으로 전세물량이 월세물량으로 전환되면서 전셋값도 폭등하고 있습니다.”

 

정종환 장관이 주택 경기 침체에 따른 문제점을 추가로 지적했다. “() 입주가 지속되면서 중도금 연체이자에 따른 가계 부담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이사, 중개, 임대업 등 주택 관련 서민업종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과열 지역의 집값이 안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서민들이 고통을 받는 것은 문제였다. 특히 세입자들이 당하는 어려움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를 대로 오른 강남 집값 떨어지는 것 자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하지만 전세 문제도 그렇고 돈이 돌지 않아 거래가 안 되면 심각하지. 서민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겠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자 윤증현 장관이 이야기했다. “거래 회복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펴야 하는지, 아니면 많이 올라있는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략적 인내가 필요한 것인지 결정해야 할 문제 같습니다. 선거도 끝났고 8월 말까지는 비수기입니다. 일단 오늘 문제에 대한 인식은 공유하고, 좀 더 지켜보다가 8월 말에 다시 논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는 취임 후 주택 가격이 안정되면서 부동산정책의 오랜 숙원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주택 가격이 끊임없이 오르는 과정에서 가격 안정의 필요성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택 가격이 안정되자 이번에는 건설 경기가 침체되고 서민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주택 가격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건설 경기도 활성화하는 묘안을 찾기는 어려웠다. 부동산정책 역시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점에서 다른 경제정책과 마찬가지로 양면성을 가지고 있었다.

 

보금자리주택만 해도 그랬다. 집 없는 서민들은 인근 부동산가격의 5070퍼센트 가격으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을 환영하고 지지했다. 그러나 이미 집을 가진 사람들은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인해 주변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며 아우성이었다.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었다. 나는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주택정책에 대해서는 확고한 철학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자꾸 흔들리면 안 됩니다. 욕을 먹더라도 일관되게 해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정치권이 비판을 하면 대결할 게 아니라 설명을 해주어야 합니다.”

 

2010829, 부동산 활성화 대책(8·29 조치)이 발표됐다. 8·29 조치는 분양가 상한제는 그대로 두기로 하고, 비강남권 무주택자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20113월 말까지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었다.

 

 

 

 

투기에서 주거로 의식 변화

 

8·29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1년 상반기 들어 주택 가격은 계속 하락했다. 정부는 다각적인 주택 경기활성화 대책을 추진했다.

 

건설사에 대한 자금 및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원룸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을 확대하며, 리츠회사에 주택 매입을 늘리도록 지원을 확대하는 등 동원할 수 있는 대책들은 전부 망라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국토부와 업계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시 일정금액 이상 대출을 제한하는 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금융이 묶여 있으니 주택 수요가 살아나지 못한다는 논리였다.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였다.

 

나는 김대기 경제수석에게 규제 완화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김 수석은 두 차례의 세계경제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어려울 때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맡았다. 그는 경제 관료로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재계와 정부 각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현장감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기여했다.

 

김 수석, 사람들이 집을 구입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돈줄을 그렇게 묶어놓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있겠어요?” 그러자 김 수석은 난색을 표했다. “현재 주택 수요 둔화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구조적 요인이 큽니다. 설사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도 그 돈의 절반 이하 정도만 주택 구매에 투입되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반면 가계대출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 주택 경기 침체와 가계대출 부실 문제는 차원이 다릅니다. 가계대출은 핵폭탄급입니다. 문제가 불거지면 나라가 흔들리게 됩니다.”

 

김 수석의 말이 옳다고 생각되어 나는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는 정책은 추진하지 않았다.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고 주택을 본래의 주거 용도로 돌리고자 했다. 다만 전세가 상승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보았다. 다른 선진국에는 없는 전세제도가 우리에게 가능했던 데는 과거 고금리와 함께 집값의 꾸준한 상승세가 한몫했다. 그렇지만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시대로 접어들고, 집값도 안정됨에 따라 우리 주택임대시장도 선진국처럼 월세 위주로 차츰 바뀌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서민들의 고통을 방관할 수는 없었다. 도시형 생활주택을 도입하고, 단기간에 입주가 가능한 다세대·연립주택 등을 건설하여 전세물량을 공급했다. 또한 오피스텔 물량을 주거용 임대주택으로 돌려 전세난을 해결하고자 했다.

 

당초 국토부 안은 바닥 난방 등의 시설이 갖춰진 오피스텔만 임대주택으로 허용한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당시 33만 호가 넘는 오피스텔 재고물량 중 바닥 난방이 갖춰진 경우는 일부분에 불과했다. 그런 상황에서 바닥 난방을 갖춘 오피스텔만 허용한다면 정책의 실효성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였다.

 

나는 오피스텔의 바닥 난방 요건을 불필요한 규제라고 보고, 2012424일 국무회의에서 바닥 난방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확정했다. 그로 인해 33만 호가 넘는 오피스텔 재고가 주거용 임대주택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수요 측면에서는 전세자금 융자 지원을 확대하고, 국민주택기금의 서민 전세자금 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한편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전세자금 대출보증을 확대했다. 그 결과 2012년에는 전국 전셋값 상승률이 3.5퍼센트에 그쳐 예년 대비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못 된다고 생각한다.

 

외환위기 시기를 제외하고 반세기 만에 처음 맞이한 주택 가격하락 국면은 주택에 대한 인식이 투기 목적에서 주거 목적으로 전환되는 주택시장의 선진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전세물량 부족 등 피해갈 수 없는 많은 부작용이 파생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충격을 최소화하고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향후 정부의 과제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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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리스트
  • 이충웅 2017-12-29 11:01:13 새해에도 더욱 강건하시길 기도합니다
  • 이충웅 2017-12-29 11:04:20

     음악은 지식이 아니라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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