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이야기
HOME > 짧고도 긴 역사 > 회고록 이야기
지방선거 충청권 참패로 동력 상실이명박 | 2017.12.20 | N0.143

지방선거 충청권 참패로 동력 상실

 

지방선거 결과 한나라당은 충청권에서 참패했다. 광역단체장 3석을 모두 야당에 내준 원인은 세종시 때문에 돌아선 충청권 민심 때문이며, 세종시 수정안은 사실상 동력이 상실되었다고 언론은 분석했다.

 

선거 나흘 뒤인 66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69일 충청권 세 개 시도지사 당선자들도 세종시 원안 추진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수정안 자진 철회를 촉구했다.

 

처음엔 세종시 계획의 수정에 찬성했던 언론들도 점차 태도를 바꾸었다. 그러나 나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중차대한 문제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심층 토론하여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방선거에서 지긴 했어도, 수정안이 옳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여전히 더 많은 상황에서 아무 일 없었던 듯 법안을 물리는 것은 무책임했다.

 

실제 지방선거 직후 여론조사에서도 수정안 찬성 비율은 50퍼센트를 넘었고, 충청권에서도 40퍼센트에 육박했다. 나는 그때 반대하던 의원들 중 일부는 역사적인 표결 순간이 되면 책임 있게 결단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기도 했다.

 

국론 분열이 지속되고 지역적·정치적 균열이 심화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국회에서 결정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이 여야를 떠나 역사적 책임을 염두에 두면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국회가 표결로 내린 결정을 존중할 것입니다.”

 

614일 제42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나는 국회 표결을 촉구했다.

 

 

 

 

판단은 역사의 몫으로

 

2010629일 역사적인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은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 관련 법안 중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을 의원 66명의 서명을 받아 본회의에 부의했다.

 

비록 상임위에서 부결되었지만, 세종시 문제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사이기 때문에 반드시 본회의에 상정해서 충분한 찬반 토론을 거친 다음 의원 전체 의사를 물어 처리해야 한다고 임 의원은 주장했다.

 

임 의원의 부의요구 설명이 있은 후 모두 열두 명의 의원들이 나와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한나라당 이은재·권성동·신지호·이정선·정옥임·차명진 의원이 각각 수정안에 찬성하는 토론을 했다. 한편 민주당 이용섭·양승조 의원, 자유선진당 류근찬·김창수 의원,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그리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반대 토론자로 각각 나섰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대부분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한 반면에 한나라당 의원들의 3분의 2는 일관되게 찬성했지만, 반대 입장을 밝혀온 3분의 1은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보고를 받은 나는 이변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반대 토론에 나서면서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박 전 대표는 국토 균형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자고 합의한 결과가 세종시법 원안이다. 원안에 이미 자족 기능이 다 들어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그것을 구체화하는 국민과 정부의 실천 의지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신뢰가 깨지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기와 분열이 반복될 것이므로 그로 인한 국력 낭비와 비효율이 매우 클 것이다. 수정안 찬성론자들이 우려하는 행정 비효율은 그에 비하면 훨씬 작다는 취지로 반대 토론을 했다.

 

찬반토론이 끝난 후 진행된 표결에서 세종시 수정안은 재석 275, 찬성 105, 반대 164, 기권 6명으로 끝내 부결됐다. 예상치 못했던 결과는 아니라고 해도, 못내 허탈했다. 나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우리 정치권과 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러웠다. 이 결정이 두고두고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생각을 하니 좀 더 치밀하고 진중하게 추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진하게 밀려왔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다음 날인 630일 정운찬 국무총리는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정총리는 수정안을 관철하지 못한 책임을 전적으로 지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정 총리가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다면서 유임에 힘을 실었지만, 야당은 수정안 부결이 사실상 총리 불신임 결의안과 마찬가지라며 사퇴를 주장했다. 728일 재·보궐선거는 지방선거와 달리 여당 우세로 마무리되면서 주요 정치 일정이 일단락됐다. 정 총리는 729일 대국민 담화형식으로 사의를 표명했고, 811일 이임식을 끝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정 총리의 후임으로 나는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내정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그렇고 유럽 정상들의 경우도 젊은 세대가 많았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여전히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연령대가 높은 편이었다.

 

3김시대를 거쳐온 이들이 우리 정치권을 주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시대의 흐름을 바꿔보자는 의도에서 3김정치를 벗어난 40대의 젊은 김태호 전 지사를 파격적으로 내정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김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내 뜻과는 전혀 다르게,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차기 대권 후보로 오인되어 견제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결국 정 총리 후임으로는 김황식 총리가 임명됐다. 강원도 출신의 한승수 총리와 충청도 출신의 정 총리 뒤를 이어 지역 안배 차원에서 호남 출신의 총리가 적합하다고 생각한 결과다. 김 총리는 대법관 출신으로 20089월부터 감사원장을 역임했다. 국정에 대한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업무를 습득하는 모습을 눈여겨봤다.

 

특히 김 총리를 임명한 데는 감사원장 경력이 크게 작용했다. 감사를 하던 사람이 거꾸로 감사를 받는 자리에 간다면 더 큰 경각심을 가지고 일을 잘할 것이라 생각했다. 김 총리는 이후 우리 정부를 마무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세종시 수정안을 적극 추진했던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박형준 정무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등 세간에서 이른바 순장조 3인방으로 불리던 참모들도 7월 중순 청와대를 떠났다. 이임식 도중 박재완 수석은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하지 못해 역사에 씻지 못할 큰 죄를 지었다. 정말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세종시는 20127월 새로운 광역자치단체로 공식 출범하고, 이후 정부부처 이전도 시작됐다. 세종시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이 국회출석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서울의 민간기업들도 30분이면 끝날 면담을 위해 하루 일정으로 출장을 가야 한다며 비효율을 지적했다.

 

모든 것이 속도전으로 가는 시대다. 공직자들의 사기와 업무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IT 기술을 접목한다면 업무 효율을 높이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세종시 이전은 통일 한국을 앞두고 여전히 많은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당장 나타난 문제를 극복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 facebook
  • twitter
댓글 리스트
  • 이충웅 2017-12-20 09:57:14 5보 앞도 못쳐다본 박근혜 전 대표였습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