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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지자 행보, 한나라당이명박 | 2017.12.06 | N0.137

갈지자 행보, 한나라당

 

200532, 국회 본회의장은 난장판이 됐다. 위헌 결정을 받았던 신행정수도특별법을 대체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반대하던 야당 의원들과 여당 의원들 사이에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를 거쳤다곤 하지만, 한나라당 소속 의원의 6퍼센트에 불과한 여덟 명만 본회의에서 찬성했다. 열두 명은 반대, 두 명은 기권했으며, 대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저는 최근 여야 합의로 수도분할법이 통과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마침내 국회의원직을 국민 여러분께 되돌려드려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야당의 정책위원회 의장으로서 국민적 고통과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분할법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합니다.”

 

2005315일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을 끝까지 반대했던 당시 한나라당 박세일 정책위원회 의장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기까지 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란 헌재 결정으로 수도 이전이 좌절되자 전임 정부가 황급하게 내놓은 편법이었다. 청와대와 외교·안보관련 6개 부처만 서울에 남기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12·4·2청 등 49개 중앙행정기관을 공주·연기 지역으로 옮기고자 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행정부를 쪼개 일부만 서울에 남기겠다는 수도분할안과 다름이 없었다. 헌재의 결정에 반발한 노무현 정부가 200411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20052월 내놓은 우회 법안이었다.

 

수도 분할은 수도 이전보다 훨씬 더 큰 부작용이 예상됐다. 대통령과 일부 장관들은 서울에 있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대부분이 충청권에서 근무하면, 국무회의, ·차관회의, ·국장회의 등에 따르는 막대한 비효율이 불 보듯 뻔했다.

 

국회 출석, 청와대 보고와 협의, 당정 협의 등을 위해 고위 공직자는 1년 중 절반 이상을 서울에 머물러야 해 심각한 자원 낭비와 행정 공백이 예상됐다. 또 고위 공직자에게 보고하고 결재받기 위해 부처 실무자들도 덩달아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민원인들은 민원인들대로 수많은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였다.

 

천도를 한 사례는 가끔 있지만, 행정부를 지역적으로 분할 배치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독일의 경우도 의도한 분할이 아니라 통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시적으로 분리된 특수한 경우다.

 

독일은 통일 후 행정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옮기면서 잠시 6개 부처를 본에 남겼다. 그러나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자 2020년까지 모두 베를린으로 이전하기로 이미 방침을 확정했다. 본에서 떠나는 행정 부처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독일 정부는 온갖 국제기구들을 유치하려고 지금도 애쓰고 있다.

 

2009년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öder)전 총리는 부처 분산으로 엄청난 국가적 비효율이 초래됐다나는 행정부처 이전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착공 시기를 2007년으로 정하면서 다분히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의도를 드러냈다.

 

언론은 늘 대선 향방을 가름해왔던 충청권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속내로 분석했다. 문제는 한나라당까지 정치적 판단에 따라 갈지자() 행보를 하며 특별법에 또다시 합의해주었다는 점이었다.

 

앞서 200312월에도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신행정수도특별법을 합의 통과시켰다. 이후 제17대 국회에 들어서도 수도 이전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2004621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나서서 사과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 의총에서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수도 이전을) 정략적으로 내놓은 것을 반성해야 하지만, 충분한 검토없이 이를 통과시킨 한나라당도 반성해야 한다.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수도 이전보다 더 나쁜 수도 분할

 

이처럼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사과한 지 9개월 만인 200532, 이번에는 수도 분할에 합의해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2005322, 노무현 대통령은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이라는 장문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노 대통령은 이 글에서 행정수도 이전 계획은 수도권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수도권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인구 유입이 가속화되고, 그로 인해 양산되는 수도권 규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었다.

 

이틀 뒤인 24, 나는 행정수도에 관해 저 이명박이 말씀드립니다라는 글을 답변 형식으로 인터넷에 올렸다. “대통령께서는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가면 서울에 따로 사무소를 두어야 하고 장관은 거의 서울에 있어야 한다’, ‘·차관은 매주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국회에 출석해야 하는데, 서울에서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 ‘지방으로 이전하면 결재 등 업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부처 이전보다는 실질적인 업무와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신 것으로 압니다. 참으로 올바른 지적이며, 지금도 타당한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정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나는 수도 분할이 수도 이전보다 더 나쁜 이유를 대통령의 저서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의 내용을 인용해 이야기했다. 그 책에서 노 대통령은 과거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주장하던 일부 시민단체에 대해 위와 같은 논리로 반박했다. 심지어 시민단체들이 어떤 운동을 전개할 때 그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충고까지 했다.

 

나는 행정부가 쪼개져 일부가 지방으로 이전하면 바로 노 대통령이 지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방 발전을 위해서는 수도 분할보다 지방 분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수도 이전과 수도 분할에 정략적으로 담합한 정치권은 역사의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도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글을 통해 노 대통령에게 이야기했다.

 

때로는 국익을 위해 기존 정책을 바꾸거나 포기하는 지도자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걱정하는 혜안과 용기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항상 옳은 판단만 내릴 수는 없다. 특히 정치인은 상황에 따라 신념과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설령 당시로는 옳은 판단이라도 상황이 바뀌면 과거 결정을 수정할 필요도 있다. 물론 자신이 했던 말을 번복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큰 타격이 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국익을 생각해 자신의 과거 결정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생각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 통과된 직후 각계각층의 수도 분할 반대 기류는 확산됐다. 앞서 언급한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이 2005328수도분할반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민운동본부)’로 개편되면서 58개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한나라당 내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의 약 3분의 2가 참여한 수도분할반대투쟁위원회가 이재오 의원을 대표로 출범했다. 이 의원은 15대 국회의원 시절 동료 국회의원으로 나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서울시장 선거 때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승리를 이끄는 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또한 수도 분할에 반대해 제3정책조정위원장직에서 사퇴했던 박재완 의원이 200547일 대표 발의한 특별법 폐지 법률안과, 역시 박 의원이 발의하고 한나라당 의원 91명이 서명한 수도분할 국민투표 촉구결의안도 제출됐다.

 

2005615일 범국민운동본부 공동 대표 최상철 교수 외 222명은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에 대해 다시 한 번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번에도 헌재는 내게 의견을 물어왔다. 나는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은 이미 위헌 판정을 받은 신행정수도특별법과 사실상 동일한 법률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위헌 의견을 냈다.

 

그러나 헌재는 20051124일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이후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 그해 12월 정부는 예정 지역 보상에 착수하며 본격적인 수도 분할을 추진했다. 이어 20061129일 개발 계획을 확정 짓고, 1221일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명칭도 세종시로 새로 지었다. 20077월 토지 보상이 끝나고 허허벌판에서 다분히 대선을 의식한 기공식도 서둘러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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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충웅 2017-12-06 13: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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